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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서재
  • 간이역 여행
  • 임병국
  • 10,800원 (10%600)
  • 2009-05-01
  • : 209
[특별기고] 인클라인과 스위치백

<산을 넘기 위한 느린 철도의 꾀>
영동선 통리재로 보는 산악철도 급경사 극복의 역사

1. 들어가며

철도는 경사에 약하다. 자동차는 어느 정도 급한 언덕도 올라가지만, 철도는 쇠바퀴와 쇠레일이 맞닿아 움직이기 때문에 경사가 급해지면 힘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 그래서 철도는 산을 만났을 때 늘 고민해야 했다. 산을 돌아갈 것인가, 산을 뚫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올라갈 것인가.

오늘날에는 긴 터널을 뚫어 산을 곧게 통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렇게 쉽게 긴 터널을 뚫기 어려웠다. 공사비도 많이 들고, 기술적 한계도 컸다. 그래서 험한 산악지형에서는 여러 가지 우회 방법이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방식이 인클라인과 스위치백이다. 인클라인은 차량이나 화차를 케이블로 끌어올리는 방식이고, 스위치백은 열차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지그재그로 고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둘 다 빠른 철도는 아니다. 오히려 느리고 번거로운 방식이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림 속에 산을 넘기 위한 철도의 꾀가 들어 있다.

2. 인클라인의 원리

인클라인은 급경사 구간에 레일을 놓고, 차량이나 화차를 케이블과 권양장치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일반 열차처럼 기관차가 자기 힘으로 경사를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견인장치가 차량을 위로 끌어당긴다.

쉽게 말하면 레일 위의 케이블카에 가깝다. 경사면 아래쪽에 있는 차량을 위쪽 권양기에서 케이블로 당기거나, 위쪽 차량이 내려가면서 아래쪽 차량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광산, 댐, 산악 공사장, 산업시설 같은 곳에서 많이 쓰인 방식이다.

인클라인은 매우 급한 경사를 짧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운행 방식이 복잡하고, 일반 여객열차가 그대로 통과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클라인은 간선철도의 일반 운행보다는 화물 수송이나 특수 목적의 산악 운반시설에 더 가까운 성격을 가진다.

3. 우리나라 인클라인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인클라인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곳은 영동선 통리~심포리 구간이다. 이곳은 태백산맥을 넘는 급경사 구간으로, 도계·통리 일대의 산악지형을 철도로 넘어야 하는 어려운 구간이었다.

통리~심포리 1.1km 구간에는 케이블로 화차를 끌어올리는 강삭철도, 즉 인클라인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강삭철도는 화물열차 위주로 운행되었고, 객차는 무거워 끌어올리지 못해 승객들이 심포리와 통리 사이 구간을 걸어서 이동한 뒤 다시 열차를 갈아타야 했다고 전해진다.

이 말은 꽤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기차라고 하면 타고 앉아 있으면 계속 목적지까지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통리재 인클라인 시절에는 달랐다. 산이 너무 험해서 화차는 케이블로 끌어올리고, 사람은 내려서 걸어 올라가야 했다.

그 시절 철도는 편리한 교통수단이기 전에, 산과 싸우며 겨우 길을 이어가던 시설이었다. 통리재 인클라인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철도가 산을 쉽게 이기지 못하던 시절, 사람들은 케이블의 힘을 빌려 화차를 끌어올렸다.

지역에서는 이런 인클라인 철도를 ‘마끼’라고 부르기도 했다. 탄광지대의 철도와 산업시설은 표준어보다 현장말이 먼저 남는 경우가 많다. 인클라인이라는 말보다 ‘마끼’라는 말이 더 생생하게 들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4. 스위치백의 원리

스위치백은 인클라인과 다르다. 인클라인이 케이블로 차량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라면, 스위치백은 열차가 자기 선로 위에서 방향을 바꾸며 고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산을 직선으로 오르면 경사가 너무 급해진다. 그래서 선로를 지그재그로 놓는다. 열차는 한쪽 선로로 들어갔다가 멈추고, 선로를 전환한 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다시 중간에서 방향을 바꾸고, 또 다른 선로로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열차는 전진만 하지 않는다. 어떤 구간에서는 후진도 한다. 승객 입장에서는 기차가 가다가 멈추고, 갑자기 뒤로 움직이기 때문에 아주 독특한 느낌을 받는다. 요즘 철도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스위치백은 느리고 번거롭다. 열차를 멈춰야 하고, 선로를 전환해야 하며, 후진 운전도 해야 한다. 그러나 긴 터널을 뚫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매우 현실적인 산악철도 방식이었다. 산을 뚫지 못하면, 선로를 꺾어 산을 오르면 되었다.

5. 우리나라 스위치백의 역사

우리나라 스위치백의 대표 구간도 영동선 도계~통리 일대다. 영동선에는 심포리~흥전~나한정~도계 구간에 스위치백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중 흥전~나한정 구간이 후진 운전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1963년 5월 스위치백 철로가 도입되면서 영주에서 강릉까지 이어지는 영동선이 완전히 연결되었다는 설명도 있다. 인클라인만으로는 일반 여객과 화물 수송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어려웠고, 결국 산을 돌아 내려가는 스위치백 방식이 본격적인 철도 운행의 해법이 된 것이다.

이 구간은 통리역, 심포리역, 흥전역, 나한정역, 도계역으로 이어지며 고도 차가 큰 산악지형을 오르내렸다. 해발 높은 통리 쪽에서 낮은 도계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급했고, 그 급경사를 한 번에 처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선로를 꺾고, 돌리고, 되돌리는 방식이 필요했다.

스위치백은 철도 운영자에게는 불편한 시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승객에게는 잊기 어려운 체험이었다. 기차가 앞으로 가다가 멈추고, 다시 뒤로 움직이고, 산허리를 따라 방향을 바꾸는 모습은 보통 철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그래서 영동선 스위치백은 단순한 철도시설이 아니라, 한국 산악철도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다. 특히 흥전~나한정 구간은 기차가 후진으로 움직이며 고도를 극복하던 현장으로 기억된다.

6. 인클라인에서 스위치백으로

영동선 통리재 일대의 역사는 한마디로 말하면 인클라인에서 스위치백으로 넘어간 역사다.

처음에는 케이블로 화차를 끌어올렸다. 이것이 인클라인이다. 하지만 인클라인은 여객과 화물을 한 번에 자연스럽게 이어주기 어려웠다. 승객이 내려서 걸어가야 하는 불편도 있었다. 산을 넘는 철도는 있었지만,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철도는 아니었다.

그 뒤 스위치백이 등장하면서 열차가 산악 구간을 계속 운행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느리고 번거로웠다. 그래도 승객과 화물을 같은 철도 흐름 안에서 이어줄 수 있었다. 인클라인이 케이블의 힘을 빌린 방식이라면, 스위치백은 선로 배치와 운행 방식으로 산을 넘어간 방식이다.

이 변화는 철도 기술의 발전이기도 하지만, 지역 생활의 변화이기도 했다. 인클라인 시절에는 산에서 철도가 끊기는 느낌이 있었다면, 스위치백 이후에는 기차가 통리재를 넘어 강릉 쪽으로 이어지는 경험이 가능해졌다.

결국 인클라인과 스위치백은 서로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둘은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한 다른 시대의 답이었다. 문제는 하나였다. “이 험한 산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인클라인은 케이블로 답했고, 스위치백은 지그재그 선로로 답했다.

7. 솔안터널의 개통과 스위치백의 퇴장

2012년 6월 27일, 영동선 동백산~도계 철도이설구간이 개통되면서 솔안터널이 운영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스위치백 방식의 안전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었고, 솔안터널은 긴 나선형 철도터널로 건설되었다.

솔안터널 개통으로 동백산~도계 구간의 운행시간은 크게 줄었고, 운행거리도 단축되었다. 철도 운영만 놓고 보면 효율성과 안전성이 크게 좋아진 셈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영동선 스위치백은 본선 기능에서 물러났다. 기차가 산을 오르기 위해 멈추고, 선로를 바꾸고, 후진으로 움직이던 장면은 더 이상 일반 열차 안에서 보기 어렵게 되었다.

솔안터널은 현대 철도의 방식이다. 산을 돌아가지 않고, 산속으로 들어가 나선형으로 고도를 조정하며 빠르게 통과한다. 인클라인과 스위치백이 산을 우회하거나 단계적으로 오르는 방식이었다면, 솔안터널은 산속으로 들어가 급경사 문제를 해결한 방식이다.

효율은 높아졌지만, 장면은 사라졌다. 이것이 철도 인프라 변천의 두 얼굴이다.

8. 직접 타본 영동선 스위치백

영동선 스위치백은 책 속 이야기로만 남아 있지 않다. 2012년 겨울, 도계~통리 구간을 왕복하며 스위치백이 폐선되기 전 흥전~나한정 구간을 직접 경험했다.

기차가 평범하게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산을 넘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 장면은 확실히 특별했다. 철도는 보통 곧고 빠른 길을 지향하지만, 이 구간에서는 오히려 느리고 복잡한 방식 자체가 풍경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타본 것이 참 다행이다. 솔안터널 개통 이후에는 그 방식이 본선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스위치백은 불편한 철도였지만, 한 번 경험한 사람에게는 오래 남는 철도였다.

『간이역 여행 2』에서 영동선 스위치백 대목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이 설명하는 철도시설을 실제로 몸으로 겪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흥전, 나한정, 통리, 도계라는 역 이름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산을 넘어가던 느린 철도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9. 일본 다테노역에서 다시 만난 스위치백

스위치백의 기억은 일본 여행에서도 다시 이어졌다. 구마모토에서 아소산 쪽으로 가는 길에는 다테노역(立野역) 일대의 스위치백 구간이 남아 있다.

2023년과 2024년에 그 구간을 두 차례 경험했다. 한국의 영동선 스위치백이 사라진 뒤라 그런지, 다테노역에서 만난 스위치백은 더 반가웠다. 단순히 일본 철도의 특이한 시설을 본 것이 아니라, 한때 우리나라 영동선에도 있었던 산악철도의 방식을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

스위치백은 빠른 철도 시대에는 불편한 구조다. 하지만 직접 타 보면 그 불편함 속에만 있는 맛이 있다. 열차가 멈추고, 방향을 바꾸고, 다시 움직이는 동안 승객은 산의 높이와 철도의 수고를 몸으로 느낀다.

10. 간이역 여행과 산악철도의 기억

『간이역 여행 1·2』를 읽다 보면, 간이역은 단순히 작은 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역은 그 지역의 지형, 생활, 산업, 기억과 함께 존재한다. 영동선 스위치백도 마찬가지다.

심포리, 흥전, 나한정, 통리, 도계 같은 이름은 철도 지도 위의 역명만이 아니다. 그 이름들은 산을 넘기 위해 철도가 얼마나 많은 방식을 고민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인클라인은 탄광과 화물 수송의 거친 기억을 품고 있고, 스위치백은 산을 지그재그로 넘던 여객철도의 특이한 체험을 남겼다. 솔안터널은 현대 철도의 효율을 보여주지만, 그 아래에는 인클라인과 스위치백의 시간이 깔려 있다.

그래서 산악철도는 단순히 경치 좋은 철도가 아니다. 산을 어떻게 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기술을 썼는지, 어떤 불편을 감수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그래야 철도가 가진 진짜 무게가 보인다.

11. 맺음말

인클라인과 스위치백은 느린 철도였다. 빠른 철도 시대의 눈으로 보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그 느림 속에는 산을 넘기 위해 애쓴 시대의 지혜가 들어 있다.

긴 터널이 뚫리고, 선형이 곧게 펴지고, 오래된 시설이 본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철도의 자연스러운 발전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전의 방식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클라인과 스위치백은 산악철도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 길을 냈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인클라인은 케이블로 화차를 끌어올렸고, 스위치백은 선로를 꺾어 기차가 방향을 바꾸게 했다. 그리고 솔안터널은 산을 뚫어 빠르게 지나가게 만들었다.

결국 철도는 산을 만나면 그냥 포기하지 않았다. 끌어올리고, 돌아가고, 방향을 바꾸고, 마침내 뚫고 지나갔다. 그 과정이 바로 산악철도의 역사다.

인클라인과 스위치백은 이제 대부분 기억 속의 철도가 되었지만, 그 느리고 복잡한 방식들 덕분에 사람과 물자는 산을 넘을 수 있었다. 산을 넘기 위한 느린 철도의 꾀, 그 말이 이 두 시설을 설명하는 데 가장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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