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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서재
  • 순이삼촌
  • 현기영
  • 14,400원 (10%800)
  • 2015-03-25
  • : 11,300

이 모든 것에 앞서서 분명히 완주 자신의 입장이란것이 있었다. 동생을 기다리는 일. 녀석이 살아서 돌아오건 죽어서돌아오건 간에 기다려야 했다. 녀석을 데리고 최 형사한테 넘겨줄때까지 말이다.- P298
그녀를 만난 날이면 꼭꼬질꼬질한 창녀 하나 사고 싶은 욕망을 주체 못해 쩔쩔매었다. 아, 얼마나 너의 알몸을 원했더냐. 넝마가 벗겨져내린, 실오라기 하나 묻지 않은, 땀 흘리는 너의 맨몸을 말이다.- P299
결국 사랑은 스웨터 위로만 메마르게 비비적거리다 만 셈이었다. 화학섬유 스웨터끼리 비비적비비적 마른 전기만 일으키다 끝장난 것이었다.- P299
영흥도에 도착하자 포구 가까운 곳에 이틀 밤의 민박을 정했다.
배 갑판에서 마신 소주 기운도 시들할 때였다. 방을 대강 쓸고 번듯이 드러누우니까 한여름인데도 장판 냉기가 몸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약한 위장을 바들바들 떨게 하는 그 냉기가 마음마저 더욱울적하게 해주었다. 그때쯤 서울역에 도착했을 인정이의 노랑 블라우스가 출찰구를 빠져나가 역 광장의 인파 속으로 섞여드는 짤막한 장면이 여러번 반복해서 떠올랐다. 그건 말하자면 그녀가 나로부터 떠나 영원히 비존재로 이사가는 순간이었지.-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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