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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서재
  • 빨치산의 딸 2
  • 정지아
  • 13,500원 (10%750)
  • 2023-06-30
  • : 1,708
[독서보고] 정지아의 『빨치산의 딸』 2권 – 유혁운과 이옥자로 본 남부 빨치산 투쟁사,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동지들

1. 작품 개요

가. 작품의 기본 성격

ㅇ (부모 서사의 분기) 『빨치산의 딸』 2권은 초반부에서 아버지 정운창, 곧 유혁운의 서사를 마무리하고, 이후 어머니 이옥남, 즉 이옥자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됨.

ㅇ (유혁운 서사의 마무리) 유혁운은 위장 자수, 지하조직 재건 시도, 김춘옥과의 관계, 권상수의 밀고, 사형선고와 무기징역을 거치며 남한 사회에 동화되어 감.

ㅇ (이옥자 서사의 본격화) 이후 작품은 이옥자가 가난, 여성 억압, 시집살이, 기다림, 여맹 활동, 산생활을 거치며 여성 빨치산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중심 서사로 풀어감.

ㅇ (남부 빨치산 투쟁사의 확장) 2권은 한 가족의 수난사에 머물지 않음. 이옥자의 삶은 이현상 부대와 남부군의 탄생, 남녘 산하를 가로지른 유격투쟁, 그리고 휴전 이후 몰락의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하는 과정으로 전개됨.

ㅇ (산과 전쟁의 대서사) 작품은 이옥자의 삶을 통해 지리산과 백운산에 머문 빨치산 투쟁을 넘어, 무주와 대전, 낙동강 전선, 비슬산과 대구 일대, 양양 등 태백산맥, 후평과 속리산, 다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남부 빨치산 투쟁사의 긴 궤적을 보여 줌.

나. 시대적 및 공간적 배경

ㅇ (시대적 배경) 작품은 1948년 여순사건 이후의 산중 투쟁, 1950년 한국전쟁 발발과 낙동강 전선, 같은 해 9월 인천상륙작전 이후의 후퇴, 1950년 11월 남부군 재편, 1951년 이후 남부군의 남하와 지리산 재진입, 1953년 휴전 전후의 토벌 강화, 이후 잔존 빨치산의 몰락까지를 배경으로 함.

ㅇ (공간적 배경) 전남 구례·광주·곡성 등 호남 남부 지역과 지리산·백운산·덕유산·속리산·비슬산 등 남부 산악 지대, 무주·대전·대구·양양 등 이동 경로, 그리고 이현상 부대가 이승엽의 지령을 받고 남부군 체계로 재편되는 강원도 세포군 후평리 일대가 주요 무대로 나타남.

ㅇ (서사의 핵심) 2권의 핵심은 유혁운의 산중 투쟁이 체포와 수감 이후 남한 사회 적응의 문제로 이어지고, 이옥자의 삶은 남부군의 탄생과 남녘 투쟁, 그리고 몰락의 전 과정을 온몸으로 통과한다는 데 있음.

2. 유혁운 서사의 마무리

ㅇ (위장 자수와 지하사업) 유혁운은 산속 투쟁만으로는 조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김춘옥을 위장 자수시켜 지하사업의 기반을 만들려 함.

ㅇ (사랑과 임무의 충돌) 김춘옥은 유혁운이 사랑한 사람이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평범한 사랑으로 남지 못함. 사랑은 조직의 임무와 생존 전략 속으로 끌려 들어감.

ㅇ (밀고와 체포) 권상수의 밀고는 유혁운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됨. 이는 한 사람의 배신이라기보다, 이미 조직이 버틸 힘을 잃어 가던 현실을 보여 줌.

ㅇ (질곡을 통과한 삶) 유혁운은 사형선고와 무기징역, 옥살이를 거치며 산에서 감옥으로, 다시 남한 사회 안으로 들어옴. 그가 믿었던 혁명의 길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그의 삶 전체를 패배로만 볼 수는 없음. 오히려 그의 삶은 전쟁과 반공, 감옥과 적응의 시간을 지나며 대한민국 현대사가 얼마나 거칠게 후퇴하고 다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는지를 보여 주는 한 인간의 기록임.

3. 이옥자의 삶과 여성 빨치산의 길

ㅇ (기다림과 가난) 이옥자의 삶은 남편을 기다리고, 시집살이를 견디고, 가난과 가족의 부담을 감당하는 데서 출발함. 그는 처음부터 완성된 혁명가가 아니라, 견디고 배우며 조금씩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아간 인물임.

ㅇ (배움과 자존) 글을 배우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망은 이옥자에게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자기 삶을 남에게 맡기지 않으려는 첫걸음이었음.

ㅇ (혁명가로의 전환) 이옥자는 여맹 활동과 조직 활동을 거치며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를 혁명가로 세워 감. 그의 삶은 말로만 외치는 신념이 아니라, 굶주림과 이동, 전투와 상실을 감당한 실제의 혁명가적 삶에 가까웠음.

ㅇ (여성 빨치산의 현실) 이옥자와 양봉순 같은 여성 대원들은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니었음. 그들은 전투, 보급, 간호, 이동, 생존을 함께 감당했고, 작품은 여성 빨치산이 산중 투쟁의 한복판에 있었음을 보여 줌.

4. 서북청년단과 해방공간의 아이러니

ㅇ (구례까지 내려온 폭력) 서북청년단으로 대표되는 일부 월남 반공 청년 조직이 구례까지 내려와 폭력과 토벌에 가담한 장면은 해방공간의 폭력이 남도 농촌까지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보여 줌.

ㅇ (지역사의 아이러니) 남도와 서북은 모두 중앙 권력의 수탈과 차별을 겪은 지역이었음. 남도는 곡창지대로서 수탈의 부담을 졌고, 서북은 사신 왕래와 변방 통치의 부담을 오래 겪음.

ㅇ (억눌린 자들의 충돌) 그러나 해방 이후 두 지역의 상처는 같은 방향으로 모이지 못하고 서로 다른 이념의 편에 서게 됨. 못살겠다고 들고일어났던 홍경래의 고장에서 나온 사람들 중 일부가, 훗날 남도 농민과 좌익 활동가를 때려잡는 자리에 섰다는 점은 해방공간의 쓰라린 아이러니로 읽힘.

5. 남부군의 이동과 전쟁사적 확장

ㅇ (지리산을 넘어선 빨치산) 이옥자의 서사는 빨치산 투쟁을 지리산에만 가둬 보지 않게 함. 작품은 이현상 부대가 덕유산과 무주, 대전, 낙동강 전선, 비슬산과 대구 일대까지 움직였음을 보여 줌.

ㅇ (낙동강 도하와 비슬산·대구 전투) 이현상 부대는 정규 인민군도 넘지 못한 낙동강을 도하한 유일한 부대이며, 이후 낙동강 전선 후방 교란 임무를 맡아 비슬산과 대구 일대에서 전투를 이어 감. 이 대목은 남부 빨치산이 단순히 산속에 숨어든 패잔병이 아니라, 정규전의 빈틈을 메우고 적 후방을 흔들며 전쟁의 흐름에 직접 개입한 유격부대였음을 보여 줌.

ㅇ (전세의 급변과 북상) 인천상륙작전 이후 전세가 바뀌면서 남부 유격대는 인민군의 후퇴와 함께 북상함. 승리처럼 보였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고, 이들은 강원도 후평에서 남부군 체계로 재편된 뒤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게 됨.

ㅇ (남부군의 남진과 귀환) 남부군은 속리산, 백화산, 추풍령, 황악산, 민주지산, 덕유산을 거쳐 다시 지리산으로 향함. 이 길은 승리의 진군도, 평온한 귀향도 아니었음.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시 포위와 토벌의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길에 가까웠음.

6. 지리산 재진입과 남부군의 마지막 국면

ㅇ (지리산으로의 귀환) 남부군은 긴 이동 끝에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감. 이는 해방구로 돌아가는 길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고립과 토벌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음. 달궁 일대가 잠시 안정된 공간처럼 기능하기도 했으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못하고 더 큰 포위의 전조로 남음.

ㅇ (박종하의 죽음) 박종하의 전사는 남부군 내부에 큰 충격을 남김. 그의 죽음은 한 지휘관의 죽음을 넘어, 남부군의 몰락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지리산의 전조곡처럼 들려옴.

ㅇ (이현상 비판과 이옥자의 판단) 남부군 출신들은 이승엽 일파와 이현상까지 종파주의자로 비판하라는 요구 앞에 놓임. 그러나 이옥자는 자신이 곁에서 지켜본 이현상을 함부로 비판할 수 없었음. 이는 이옥자가 단순히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본 것과 믿는 것을 끝까지 붙든 혁명가였음을 보여 줌.

ㅇ (이현상의 최후와 마지막 저항) 이현상은 경남도당으로 향하던 중 경찰의 매복에 걸려 전사함. 그의 죽음은 남부 유격투쟁의 상징적 구심점이 사라진 사건이었음. 그러나 남은 대원들은 곧바로 무너지지 않고, 57사단의 의령경찰서 기습처럼 끝까지 저항을 이어 감. 다만 그 저항은 이미 기울어진 전세와 촘촘해진 토벌망 속에서 점점 마지막 불꽃처럼 남게 됨.

7. 휴전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산

ㅇ (휴전의 배신감) 휴전협정이 체결되었지만 빨치산들에게는 돌아갈 해방구도, 받아 줄 국가도 없었음. 전쟁은 끝났지만 그들에게는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남지 않음.

ㅇ (세 갈래 선택) 휴전 이후 빨치산 앞에는 살기 위해 자수하거나, 지하사업으로 숨어들거나, 끝까지 산에서 싸우다 죽는 길이 놓임.

ㅇ (배신으로 닫힌 산길) 이옥자의 생포는 단순히 토벌망에 걸린 사건이 아님. 함께 산을 넘고 같은 해방을 꿈꾸던 이명재의 배신이 그의 마지막 산길을 끊어 버림. 총과 포위보다 더 아픈 것은, 끝까지 믿고 싶었던 동지의 이름으로 다가온 배신이었음.

ㅇ (끝내 꺾이지 않은 혁명가) 이옥자는 생포 이후 전향을 강요받았지만, 자기 사상을 쉽게 버리지 않음. 그는 프롤레타리아의 승리와 인간 해방을 믿고 산을 넘은 사람이었고, 패배한 몸으로 붙잡힌 뒤에도 혁명가다운 자존과 신념을 지키려 함.

8. 종합 소회

가. 주요 인물 평가

ㅇ (유혁운) 유혁운은 산중 투쟁과 지하조직 활동을 이어 갔지만, 밀고와 체포, 사형선고와 무기징역을 거치며 남한 사회 안으로 들어감. 그의 혁명 노선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그의 삶 자체를 패배자의 삶으로만 단정할 수는 없음. 그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통과한 인물로 평가됨.

ㅇ (이옥자) 이옥자는 2권의 중심 인물임. 그는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로만 남지 않고, 배움과 활동, 전쟁과 산생활, 생포와 전향 강요를 통과하며 독자적인 삶을 살아낸 여성 빨치산으로 제시됨. 특히 그는 자기 사상을 지키려 한 혁명가적 면모를 끝까지 보여 줌.

ㅇ (박종하와 이현상) 박종하와 이현상은 남부 유격투쟁의 상징적 인물로 등장함. 박종하의 죽음은 남부군 몰락의 전조곡처럼 다가오고, 이현상의 최후는 남부 유격투쟁의 구심점이 사라지는 결정적 장면으로 읽힘.

ㅇ (돌아오지 않는 동지들) 작품 후반부의 핵심은 이름 없이 죽거나 흩어진 수많은 동지들에게 있음. 그들은 역사 속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해방의 약속을 붙들고 산을 넘은 사람들이었음.

나. 거시적 고찰

ㅇ (가족사에서 전쟁사로) 2권은 가족사를 넘어 전쟁사로 확장됨. 유혁운의 감옥, 이옥자의 산, 남부군의 이동과 몰락은 한 가족의 이야기가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줌.

ㅇ (남한 전역을 관통한 유격전) 작품은 빨치산을 지리산에 갇힌 존재로만 그리지 않음. 이옥자의 삶을 통해 남부 빨치산 투쟁이 산중 도피가 아니라, 한국전쟁의 전선과 후방을 가로지른 남한 전역의 유격전이었음을 보여 줌.

ㅇ (산의 변질) 1권에서 산은 해방구이자 마지막 피난처였으나, 2권에서 산은 점차 감옥이자 무덤으로 변함. 그곳은 신념을 지키는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사람을 하나씩 삼키는 공간이었음.

ㅇ (해방공간의 아이러니) 서북청년단의 구례 진입은 해방공간의 폭력이 민중과 민중을 갈라 서로를 치게 만든 비극을 보여 줌. 억눌렸던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서로 다른 이념의 이름으로 충돌한 장면은 이 작품의 중요한 역사적 함의임.

다. 개인적 소회

ㅇ (읽기의 차이) 예전에 이태의 『남부군』을 읽었을 때도 지리산 빨치산 투쟁의 혹독함은 강하게 다가왔지만, 『빨치산의 딸』 2권은 조금 다른 무게로 다가옴. 『남부군』이 산중 부대의 이동과 전투를 현장감 있게 보여 준다면, 이 책은 유혁운과 이옥자의 삶을 통해 그 산을 통과한 사람들의 가족, 몸, 상처, 기억까지 함께 보여 줌.

ㅇ (지리산의 체감) 학창 시절 지리산을 종주한 기억이 있음. 여름방학 때 운동화 신고 텐트, 쌀, 라면, 생수를 짊어지고 걷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나중에 무박 종주를 했을 때도 지리산은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었음. 그런데 그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젖은 옷과 낡은 신발, 총과 탄약, 부상자와 죽음의 공포를 안고 그 산을 넘었음.

ㅇ (선택의 질문) 이 책을 읽으며 자꾸 생각하게 됨.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 그 현장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쉽게 신념을 말할 수는 있지만, 죽음이 눈앞에 있고 가족과 내 몸의 안위가 걸린 순간에도 끝까지 산에 남을 수 있었을지는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움. 아마 나 역시 일신의 안위를 먼저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음.

라. 최종 판단

ㅇ (불꽃같은 삶의 기록) 『빨치산의 딸』 2권은 승리의 기록도, 단순한 패배의 기록도 아님. 유혁운은 감옥으로 들어가고, 박종하는 죽고, 이현상도 쓰러지며, 이옥자는 끝내 생포되지만, 작품은 그들을 패배자로만 그리지 않음. 오히려 해방의 약속이 무너진 시대 속에서도 자기 신념을 붙들고 끝까지 살아낸 사람들의 불꽃같은 삶을 기록함.

ㅇ (사람의 기록) 이 작품은 빨치산을 이념의 이름으로만 보지 않게 함. 읽고 나면 총보다 먼저 사람이 보이고, 전투보다 먼저 굶주림과 두려움이 느껴지며, 역사보다 먼저 한 가족과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상처가 남음.

ㅇ (최종 소회) 『빨치산의 딸』 2권은 이옥자라는 한 여성이 빨치산, 남부군의 탄생과 몰락을 온몸으로 통과한 기록임. 그는 혁명을 위해 아이를 잃고, 남편을 잃고, 자기 삶까지 바쳤지만, 그 혁명은 끝내 실패로 돌아감. 그러나 그 실패 속에서도 그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자기 사상과 혁명가다운 자존을 끝까지 지키려 함. 그래서 이 책은 빨치산의 승리를 말하지 않지만, 패배한 사람들의 존엄과 돌아오지 않는 동지들의 이름을 오래 붙들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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