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사비우를 잃는 등 큰 손실을 입은 대조영은 군을 재정비하여 가솔들과 함께 천문령에 이른다. 이는 패주가 아니라, 지형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이동이었다. 그곳에서 고구려 복국을 평생의 뜻으로 삼았던 대중상은 79세로 생을 마치며, 자신의 재를 바람 부는 산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의 죽음은 개인의 최후를 넘어 공동체 정신의 계승을 상징한다.
천문령 결전에서 이해고의 당군은 중대한 피해를 입고 후퇴한다. 이 승리는 단순한 전투의 성과가 아니라, 고구려 계승 세력이 독자적 정치 공동체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된다. 이후 연합군은 동진하며 재정비에 들어가고, 당 조정은 이해고를 처벌하기보다 변경 통치에 활용하기로 결정한다.
대조영은 동진 과정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원오선사의 조언에 따라 동모산을 도읍지로 삼는다. 698년 그는 칭제건원하고 국호를 ‘발해’, 연호를 ‘천통’으로 선포한다. 이어 요동의 당 잔여 세력을 축출하고 대부분의 고토를 수복하며 말갈 세력을 병합한다.
박작성 함락 과정에서 장사무가 전사하고, 그의 아들 장문휴는 아직 태중에 있었다. 이는 발해의 미래 확장을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는다.
고구려와 말갈이 연합하면 이기기 어렵습니다. 고구려군은 궁술과 단병접전에 능하고 화공과 진법이 전광석화 같습니다. 반면,
말갈군은 기마술과 기습전에 능하고 유격술이 뛰어납니다. 그러니 두 군사를 갈라놓아야 합니다.
가솔부대를 끝까지 지키면 고구려 군사가 위험해지고, 가솔부대를 버리면 고구려 군사들이 훗날 통곡합니다.
그러나 적진에서 일부러 길을 터준 계책이었다는 걸 어찌 알았으랴. 짓쳐들던 말갈의 대수령 걸사비우는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걸사비우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그러자 얼른 달려든 적의 무수한 칼날과 창이 그의 몸에 박혔다.걸사비우는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하고 창졸히 피 절은 주검이 되었다.
말갈의 대수령으로 천하를 호령하던 용장 걸사비우. 달신과 함께 대조영의 한 팔로 고구려 유민들을 보살피는 한편, 말갈을 세우기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영걸은 그리허망하게 황천객이 되고 말았다.
한 부족의 우두머리답게 누구한테도 조아리는 법 없이 한 세상을 풍미한, 언제 어디서나 당당했던 사나이였다. 그는 요동벌을 평정하고 나라를 세우기 위해 동북방으로 진군하다가 거친 벌판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은 것이다.
군사의 주장은 백번 옳으나 한번 더 생각해 보시오. 물과 불은 기운이 있으나 생명이 없고, 풀과 나무는 생명은 있으나 지각이 없으며, 새와 짐승은 지각은 있으나 의로움이 없다 했소. 사람은 기운과 생명과 지각과 의로움을 가졌기에 존귀한 것이라했소. 사람의 힘은 소만큼 세지 못하고, 달리는 건 말보다 못하며, 새처럼 날아다닐수도 없소. 그런데도 사람이 소와 말을 부리고 새를 잡아 기르는 것은 여럿이 합심하기 때문이며 그것이 곧 의로움이오.
사람이 힘을 합치는 것은 분별이 있기때문이고, 그 분별심은 인간의 의로움 때문에 가능하다 했소이다. 대조영이 끝까지 가솔들을보호하는 것은 당장 큰 손실이 될것이나, 훗날에는 큰 공덕이 되어 따르는 무리가 목숨 걸고 추종할 것이오.
세상사는 매번 이길 수만은 없소이다.질 줄도 알아야 크게 이기는 기쁨도 누리는것이오. 대조영은 연전연승해서 기가 너무승해있소이다. 당나라 대군을 천문령까지유인해서 크게 이기려면 적어도 두세 번은패해야 하오
고구려를 복국하는 것만 골몰했기에 병법에도 없는 전술을 구사했소이다. 천문령은 험준산령이고 중원에서 멀리 떨어져 양도가 허술할 것이니 능히 대군을 섬멸할 수있을 것이오.
대중상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밭은 기침을 하느라 목에 힘줄이 드러났다. 전장에서 죽은 군사들을 위해 정성껏 제사 지내는 대중상의 덕성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적을 위해서도 제사 지내주었고, 부상병이면 적이나 아군을 가리지 않고 돌봐주는 성품이었다.
선봉에 선 골사각과 걸초비우, 그 뒤를 따르는 말갈군들의 위세는 자못 당당했다. 게다가 나란히 달려오는 군사들은 역밀과 거란군사들이었다. 연합군이 당나라 진영을 휘저어 혈로를 뚫자 대조영의 군사들이 사기가 올라 드세게 적진을 휘몰았다. 뒤따라 대중상과 송채륜이 이끄는 고구려 군사들까지 합세했다.
예로부터 덕업을 닦는 데 적선입공을 강조했는데, 이는 장생을 구하는 자는 반드시 선행을 쌓고 공덕을 세우고자 분투해야하니,
만물에 자비심을 베풀며, 남을 용서하고 어짊이 미물에까지 미쳐야 하고, 남잘되는 것을 즐거워하며 남의 고통을 가엾게 여기고, 남의 위급함을 도와주며 남의 궁색함을 구제하고, 손으로는 생물을 손상치 않아야 하고 입으로는 화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남의 이득을 내 이득처럼 기뻐하고, 남의 손해를 내 손해처럼 안타까워하고, 자신을 뽐내거나 칭찬하지 말고, 남이 나보다 나은것을 질시하지 말고, 은근히 미운 자에게 못되게 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절로 덕을 이루어 하늘의 복을얻지 않을 수없으며 성취하지 못할 게 없다고 했다.
전투에 실패한 장수에게 죄를 묻는 건당연한 통수권이오. 그렇다면 통수권자의 잘못 또한 백성들이 물어야 마땅하오. 나는 지금부터 일개 군사가 되어 통회하겠소. 지금부터 전군 통수권은 손담 군사에게 있음을 알리시오.
해동하면 당나라 대군이 공격을 감행할것이오. 대적하기 벅찬 듯 퇴각하여 천문령에서 대승을 거둬야 하오. 패한 당나라가 다시 침공하려면 족히 반 년은 걸릴 테니 그때 나라를 세우시오. 미리 돌궐에 사신을 보내 화친을 꾀하고 요서를 점령하게 설득하시오. 그래야 당나라를 묶어둘 수 있소.
널리 현사를 초빙하시오. 처처에 탁월한 동량지재들이 숨어 있으니 부지런히 청하시오. 각별히 거란과 말갈을 우대하고 다른부족들도 기꺼이 받아주시오
특출한 장졸을 뽑아 미리 천문령으로 보내 지세를 상세히 염탐하고 강역도를 그리시오. 방책은 어디에 세우고, 의병은 어찌 운용하며, 복병은 어디에 숨길지를 미리정하시오. 봄이 되면 홀한해에서 조련한 수군과 지하삼림에서 조련한 정진대를 천문령으로 진발하시오. 또한 재주를 이용한 별동대와 한을 이용한 별동대를 만드시오
고구려 이전에는 더 넓은 강역이 우리 선조들의 땅이었소. 그 모든 땅을 되찾아야 하오. 내가 죽거든 반드시 불태워 재를 만드시오.
그리고 장쾌하게 바람 부는 산 위에 올라 천하에 뿌려주시오. 결코 후하게 장사 지낼 생각하지 마시오. 그냥 바람에 날려만 주시오
도탄에 빠졌던 고구려 유민들을 구원한자였다. 온갖 수모와 학대에 시달리던 백성들에게 불길을 당겨주었고, 보잘 것 없던 자들에게 무기를 주어 용맹한 군사로 만들었다. 당나라 사람들의 비복으로 노리개 취급받던 백성들을 깨어나게 해준 영걸이었다. 그럼에도저리 성찰이 깊어 모여 앉은 자들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으니 그를 아니 떠받들겠는가.
첫째, 보시바라밀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으로, 재물, 진리, 평안을 나누며 색, 소리, 냄새, 맛, 촉각을 아무 집착 없이보시하는 것이다.
둘째, 지계바라밀은 계율을 잘 지키는 것으로, 마음에 허물이 없을 만큼 스스로 자율하는 것이다.
셋째, 인욕바라밀은 괴로움과 뜻에 거슬림을 참는 것이다. 내 마음이 외부의 경계를 만났을 때 움직이지 아니하고 무심의 경지에드는 평온이다.
넷째, 정진바라밀은 부지런히 노력하여 게으르지 않는 것이다. 선법을 증진시키는데도 정진은 가장 중요하고,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기 직전의 마지막 부촉도 이 정진바라밀이다.
다섯째, 선정바라밀은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요를 사색하는 것이다. 스스로 깨달아 자기 내면을 관찰하는 내관이다.
여섯째, 열반바라밀에서 반야는 실상을비추는 지혜로, 나고 죽는 이 언덕을 건너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는 배나 뗏목과 같다. 이는 곧열반의 묘경에 이를 것이다.
대중상이 말하는 사무량심은 이웃과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가져야 할 네 가지마음이다.
첫째, 자무량심은 사랑을 뜻하며 이웃에게 끝없이 기쁨만 주는 것이다.
둘째, 비무량심은 연민을 뜻하며 이웃의 괴로움을 자신의 괴로움으로 받아들여 제거하는 마음이다.
셋째, 희무량심은 따라서 기뻐해 주는 것으로, 이웃의 기쁨을 한없이 즐겨 나누는 것이다.
넷째, 사무량심은 평등심을 뜻하고 선과 악, 사랑과 미움을 평등하게대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이웃을 편케 하는 네 가지 방편을 가리켜 사섭법이라 하는데, 첫째, 보시섭은 나누어 가짐으로 이웃을 부처님 진리의 세계로 섭수하는 것이다.
둘째, 애어섭은 부드럽고 온화한 말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셋째, 이행섭은 이웃을 이롭게하는 행동을 스스로 해나가는 것이다
넷째, 동사섭은 이웃의 고뇌를 해결해주기 위해함께 살면서 부처님 진리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정유(697)년 섣달 햇살이 맑은 날 아침, 고구려 유장 진국장군 대중상은 갑옷을 차려 입은 채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일흔아홉 살이었다.
대중상은 무리를 이끌고 홀한해와 지하삼림에서 둔전병을 길러가며 고구려를 되찾을 일념으로 평생을 보냈다. 고구려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고구려 유민이 가장 많은 영주를 근거지로 삼아 참으로 오랫동안 은밀히 백성을 규합했다.
천시가 도래했음을 예감한 대중상은 거란의 대수령이자 송막도독인 이진충을 설득하고, 말갈 대수령 걸사비우를 채근하여 영주봉기를 주모했다
일 년 반 동안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거란과 말갈이 멸망 지경이 되었는데도 고구려군을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 돌궐의묵철가한조차 고구려군을 넘보지 못한 것은 바로 대중상이라는 영걸때문이었다.
천문령 같은 험준산령에서는 가솔들도 일기당천의 병력이 될 것이오. 그래서 천하에는 오묘한 이치가 무수히 깔려 있소.
세상에 불학무술이라 하여, 배우지 않으면 지식이 부족하고 재주가 없다고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소이다. 밥을 떠먹는 것도 재주이며, 제 부모를 기억하는 것도 지식이오. 오히려 아는 게 많고 재주가 좋은 자들이 저 혼자 잘 살 궁리를 하기에 세상이 편치 않은것이오. 고구려 백성들은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그들이 나라의근본이오."
백성을 섬기고 다스리되 지극히 아끼고, 엄격하되 한없이 다사롭고, 하늘의 법도를 따르되 사람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오. 거란이나말갈이 우리 대장군 앞에 왜 조아리는지 아시오
내 백성 대하듯 배려하기 때문이오. 창검궁시가 능란한 자는 장수가 되지만 제왕이 되기 어렵소이다. 제왕은 하늘이 내는게 아니라백성과 천시와 민심이 만드는 것이오.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오. 사력을 다 하시오. 끝까지 대장군을 지키시오
대조영은 군사를 분별하여 대사에 신재용, 대군사에 손담, 좌군사에 역밀, 우군사에 손재를 명하고, 달신을 보국대장군, 대야발을 위군대장군으로 삼아 통수부를 꾸몄다.
전투 제일선에 서게 될 장수를 선별하였는데, 좌맹장군에 연충인이요 우맹장군에 고지경이며, 좌웅장군에 목원결이요 우웅장군에대사정이었다. 송채륜을 좌비장군으로 삼고, 우비장군에 고양신이며 남좌장군에 걸초비우, 남우장군에 검연각이었고 북좌장군에 골사각이요 북우장군에 주석모를 명했다
군통수겸 운휘장군에 대화인, 귀덕장군에 대무예, 충무장군에 대문예와 최명율이 임명되었다. 목원식과 걸주매를 운보장군으로삼고, 두만호와 함습훈은 의유장군에, 신대방과 고두겸은 유군별장에 임명했다.
대조영을 목숨으로 사수하는 시위 장군에는 조인구와 을지모사가 명받았으며, 의방부별장에 난중경과 고명주, 가솔별장에는 안무와신기소, 여말구를 배치했으니, 위용만으로는 당나라 황제의 친정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대조영이 이끄는 고구려군과 가솔들은 천사만생 끝에 천문령에 당도했다. 강을 끼고 도는 거대한 산자락의 위용은 자못 하늘을 찌를듯했다. 몇 번이나 계곡과 능선을타며 지형을 익혔지만 매번 그 장엄함에 절로 옷깃이 여며졌다. 장졸들 역시 탄성을 지르며 천문령의위용에 숙연했다.
천문령은 본디 고구려 땅이었다. 천문령의 위용은 하늘의 육기인 음, 양, 풍, 우, 회, 명을 다 품고 있었다.
이번 전장에 창검이나 활을 가지고 싸울수 있는 고구려 군사는 고작 8만여 명 정도였다. 이해고가 거느린 당나라 군사는 무려 40만명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