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 탕에 저것들이 와 있습니다 ─ 저봐요. 이쪽을 보았는지 웃고 있어요."
그가 손가락질을 해보여서 나는 개울 저쪽의 공동탕을 보았다. 서리는 김 속으로 7, 8명의 나체가 희미하게 떠보였다.
어슴푸레한 욕탕 안쪽에서 갑자기 발가벗은 여자가 달려나오더니 탈의장의 톡 튀어나온 개울가에 뛰어내릴 듯한 자세로 서서 두 팔을 활짝 올리고 뭐라고 외쳤다. 수건도 두르지 않은 전라였다. 그것은 무희였다.
오동나무 밑둥처럼 쭉 뻗은 하얀 나신을 보고 마음에 청수 淸水 를 느낀 나는 후우 하고 한숨을 쉬고 나서 껄껄 웃었다. 어린 아이였다. 우리들을 발견한 반가움에 발가벗은 채로 햇살 속에 뛰어나와, 발끝으로 바짝 설 만큼 어린 아이였다.
탕에는 가지 않고 나는 무희와 오목을 두었다. 그녀는 이상하게도 오목을 잘 두었다. 에이기치나 다른 여자들은 턱도 없었다. 오목에서는 대개의 사람에게 이기는 내가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일부러 져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 기분 좋았다. 둘뿐이었으므로 처음에는 그녀가 멀리서 손을 뻗쳐 돌을 놓고 있었으나 차츰 열중하여 바둑판 위로 상반신을 내밀어 왔다. 부자연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검은 머리가 내 가슴에 닿을 듯했다. 갑자기 얼굴을 확 붉히고,
"죄송해요. 야단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