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대장정 서재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로 불리기도 한다. 평소에는 정신병적 폭력성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살인마들의 잔혹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1991년 5월 24일, 휴스의 시체는 밀워키에 있는 노스 25번가 아파트에서 고기처럼 썰렸다. 
그곳은 훗날 17명의 남자를 죽여 ‘밀워키의 식인귀’라고 불리게 될 제프리 다머의 집이었다.
삼촌은 조증이었고, 형제 중 한 명은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또 다른 형제는 심뇌(心惱,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병)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의 이복형 또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또 다른 친척 세 명은 모두 정신 질환을 앓았다. 어머니는 환각과 환청에 시달렸다. 그의 엽기적이고 기괴한 성향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 지지직!
"크헉!"
아주 짧게 꿈틀대던 피시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고기를 태운 듯한 냄새가 사형실 안에 가득 찼다.
그렇게 해서 숱하게 많은 어린이를 죽이고, 심지어 그 인육까지 먹었던 희대의 살인마는 쓸쓸히 그 생을 마감했다.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그녀가 위험한 컬트 집단인 이른바 ‘맨슨 패밀리(Manson Family)’의 일원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맨슨 패밀리는 수십 명의 히피들이 찰스 맨슨이라는 전과범을 추종해 만든 단체로, 성인 32명과 아이 7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엔 히피 문화가 유행하던 시기라, 이런 히피 집단이 여기저기서 생겨났던 것이다.
"난 그들의 지도자가 아니야. 난 그들의 아이였을 뿐이야. 왜냐고? 난 평생 감옥에만 있었어. 내 정신 상태는 어린아이인 채로 머물러 있다고. 그런 내가 무슨 범죄를 계획하겠어?"
밥은 찰스 맨슨이 악마가 된 게 단지 그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임신시킨 연인을 버리고 도망친 아버지란 작자의 악, 아들을 내팽개치고 술만 먹거나 도둑질을 한 엄마의 악, 학교에서 칭찬 없이 오로지 꾸짖기만 한 선생들의 악, 감옥에서 만난 수많은 범죄자들의 악, 표절을 한 뮤지션의 악, 그리고 절제하지 못하고 포주가 되거나 마약을 한 찰스 맨슨 본인의 악까지.
이 모든 악이 쌓이고, 증폭되면서 마침내 그는 희대의 악마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악은 대단히 전염성이 강해, 갓 스물의 순수한 청년들을 살인마로 만들었다.
"Get that thing away from me(그걸 나한테서 치워버려)!"
게이시는 머리가 참 좋았는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졸업장을 딴 뒤 명문 노스웨스턴 대학의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게이시 같은 악마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사실 어떻게 보면 그도 피해자였을 뿐이다. 성장 과정을 보면 게이시는 악마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간병 전문 간호사의 서약>
나는 진심과 충성심으로 이 직업의 명예를 지킬 것을 맹세합니다.
인류의 복지를 향상할 의료봉사를 수행하는 의사와 전문 간호사를 돕고,
나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항상 행동강령을 따를 것입니다.
내 힘의 원천인 하느님의 뜻에 따라, 간병 전문 간호사로서 직업 의료인들을 돕는 것이 나의 최우선 사항이자 의무가 될 것입니다.
그런 짓을 한 이유에 대한 그녀의 설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간호사는 백의의 천사잖아요? 그래서 아프고 힘든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죠. 그런데 아이가 아프면 아플수록 그 아이를 보살피는 저의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겠어요?"
그녀는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다.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란 아동학대의 한 유형으로, 일부러 아이를 병들게 하고 그들을 보살펴 주변으로부터 칭찬받는 걸 즐기는 정신 질환이다.
필자는 그녀를 조사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물질 만능주의, 돈이라면 양심이든 도덕이든 내팽개치는 사회, 돈이라면 인간의 목숨은 헌신짝처럼 버리는 사람들…. 그들은 인간이길 포기하고 점차 짐승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게 바로 인간성과 양심, 죄책감은 사라진 ‘짐승들의 사회’이다.
오늘날 우린 어쩌면 이러한 짐승 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합니까?"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녀석은 이죽거리며 싸가지없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거 <공공의 적>에서 이성재가 한 대사입니다, 흐흐."
강호순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데, 이들은 전두엽이 일반인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방의 감정이나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특히 사이코패스들은 동물 학대도 예사로 하는데, 한 연구에 의하면 사이코패스의 46%가 동물 학대를 경험했다고 한다. 강호순의 경우 개 사육장을 운영하면서 개들의 목을 올가미로 졸라 죽이거나 전기충격기로 고문하면서 죽였다.
사형이 확정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2024년 현재 강호순은 여전히 감옥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른바 ‘인권’을 소중히 생각해 사형 집행을 안 하는 ‘착한’ 나라니까.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사람들은 왜 ‘인간의 의무’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을까? 모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권리와 의무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뜻이다. 권리만 있고 의무가 없는 사람은 폭군이나 독재자가 될 것이고,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는 사람은 노예가 될 뿐이다.
인간이 만든 어떤 사상과 이념도 완벽한 것은 없다. 특히 종교, 사상, 이념 등이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교조화(敎條化, dogmatism)다. 십자군이나 30년 전쟁이 일어난 것도 종교의 교조화 때문이며, 조선이 망한 것도 성리학의 교조화 때문이며, 소련 및 동유럽 공산 정권이 망한 것도 공산주의의 교조화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21세기의 현대 문명도 교조화되어가고 있으며, 그 부작용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인권이란 단어도 너무나 교조화되어 있다.
요컨대 지금 우리는 인권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무인 ‘인무(人務)’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이다. 따라서 필자는 인간의 의무를 저버린 강호순은 인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