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The Problem of Pain)는 "신이 선하고 전능하다면, 왜 세상에 고통이 존재하는가?"라는 기독교 변증학의 가장 오래된 난제(신정론)를 지성적이고 논리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고전이다.
루이스는 무신론자들이 주장하는 "고통이 있으므로 신은 없다"라는 명제를 반박하며, 고통이 하나님의 성품 및 인간의 자유의지와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 논증한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신의 전능함에 대한 오해
전능이란 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을 만들면서 동시에 죄를 지을 가능성을 배척하는 것'은 모순이며, 신도 논리적 모순을 행할 수는 없다.
2. 신의 선함과 사랑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을 단순히 기쁘게만 하려는 '친절'이 아니다. 자녀를 바르게 키우려는 부모처럼, 인간을 완전하게 만들려는 '엄격한 사랑'으로 보아야 한다.
3. 인간의 타락과 자유의지
고통의 대부분은 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의지를 남용하여 서로에게 가한 악(죄)에서 비롯된 것이다.
4. 메가폰으로서의 고통
이는 루이스의 가장 유명한 통찰이다. 하느님은 쾌락 속에서 속삭이고, 양심 속에서 말하지만, 고통 속에서는 외친다. 고통은 기만당하고 있는 인간을 깨우는 하느님의 메가폰인 것이다.
5. 동물의 고통과 지옥
의식이 낮은 동물의 고통은 인간과 다르며, 지옥은 신이 형벌을 내리는 곳이 아니라 인간이 끝까지 신을 거부하여 스스로 선택한 '자신만의 방'이라고 설명한다.
이제 이 책에 대하여 비판해보자.
1. 지나친 이론화와 냉담함
고통을 3인칭의 객관적·철학적 관점에서 다루어, 극심한 슬픔이나 비극을 겪는 독자에게는 감정적인 위로나 공감보다는 다소 냉담한 논리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물론 이후 루이스는 아내의 죽음을 겪고 쓴 <헤아려 본 슬픔>을 통해 실제적인 아픔을 다루기도 한다.)
2. 동물 고통에 대한 불완전한 설명
인간이 진화의 산물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고통을 느끼는 동물의 존재에 대한 설명(동물은 자아가 없다는 데카르트적 이원론 등)은 현대 독자들에게 모순적이거나 설득력이 부족하다.
3. 전통적 교리와 신학적 논란
아담과 이브의 타락을 신화적인 관점으로 다루거나, 성경의 영감성을 부인한다는 보수주의 신학자들의 비판도 있기는 하다. 또한 루이스의 구원관이나 천국에 대한 이해가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정말로 전지전능한 조물주가 있어서 완벽한 인간과 인간세상을 만들기로 결정했다면, 천상락만 누리는 놀이동산의 어리석은 인형들로 채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갖 희노애락과 산전수전이 벌어지는 세상 속에서 고통과 역경을 겪는 가운데 진정한 사랑과 지혜를 하나씩 깨우쳐가는 수준 높은 인간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자신의 신성을 쏙 빼닮은 인간을 내려보내어 물질 세상의 다사다난함을 충분히 극복해낼 것으로 믿고, 신은 더이상 이 세상의 환난과 고통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