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였던가. 에세이 장르 굿즈를 받기 위해 그냥 장바구니에 넣은 책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이런 작가의 이런 글을 만날 수 있어서. 알지 못하던 작가의 생경한 글을 읽으면서, 포스트 잇을 붙이고 싶은 페이지가 그 어떤 책보다 많아서 좋았다.
‘어린이에게 받은 것들’이라는 글에서 아이들이 작가에게 써준 편지에 삼촌이라고 쓰려다가 ‘삼촘’이라고 잘못 쓴 그 글자에 울컥 했다. 아이들의 천진하고 순수한 마음이 전달되어서, 이런 감상을 회사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동료들에게 말했더니, 평소에는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 T의 전형이라는 평을 내게 하던 그들이 ‘따뜻한 T’라고 불러주었다.
어린이들에게 받은 것들은 모두 삐뚤빼뚤하고 버릴 수 없으며 볼 때마다 다른 기분이고 그것들은 마음을 다잡게 하고‘로 시작되는 이 글에서 형이자 삼촘인 작가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맑은 강인함이 느껴졌다. 어릴 때 병원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함께 치료를 받다가 먼 곳으로 간 친구들을 많이 봐왔을 작가. 어른이 되어서도 산소통이 필요하고, 겨울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단단히 무장하고 외출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해 어릴 때는 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커서는 특수 제작한 의자 위에 앉은 자신을 들쳐 메고 함께 산을 올라준 친구들이 있어서 살아내고 시를 쓰는 작가. 그가 선천적으로 짊어진 삶의 무게가 남보다 무겁지만, 그래서 더 삶의 순간순간을 온 마음을 다해서 살아가는구나 싶어서 감동이고, 그런 경험과 생각들을 책으로 공유해주어서 감사했다.
책은 안 팔리는데 계속 서점은 생기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p. 154), 멀리멀리, 크케크게, 보다는 다정하게 살고 싶다(p.201)고, 자신을 ’엄마가 낳은 시인. 엄마가 낳은 어여쁜 부랑자‘(p.129)라고 말하는 시인의 글을 더 찾아서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