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소설을 좋아해본 적도, 직접 사서 읽어본 적도 없다. 연초에 이 책을 독서토른 모임에서 다루었고, 나보다 좀 연배가 높은 회원들이 하나같이 극찬을 하기에 대단한 소설이긴 한가보다 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을 보고, 궁금해지는 한편 많이 팔리는 책에 대한 오랜 편견이 읽기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어떤 계기로 책을 사긴 샀다. 소설의 배경과 어울리는 겨울에. 조금 읽다가 인물 이름으로 시작하는 문장이 부담스럽고 어색해서(사실 최근 읽은 국내 소설의 문장은 대부분 인물의 이름으로 시작하거나, '나'로 시작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도) 읽다 말았는데, 8월 중순에 15년 만에 막내고모를 만나러 남쪽의 소도시에 다녀오는 기차 안에서 조금씩 읽다가 나쁘진 않은 듯해서 쭉쭉 읽어나갔다. 결말을 알고 읽는 거지만 구한말 무능한 위정자들(고종을 위시한 마지막 조선왕조 일가와 제 이익을 위해 국익이나 민중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던 간신배들) 때문에 고통받던 민중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고 가족의 안전도 걸었던 안중근과 그 일가의 긴긴 고난을 작가의 후기에서 읽으며 마음이 아려왔다. 조금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던 한국은, 돌고 돌아 다시 심리적 강점기가 되었니, 독립지사들의 희생이 헛되게 보일 정도. 그렇지만, 절망은 친일파 기회주의자들과 뉴라이트 패거리가 바라는 바니까, 절대로 절망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다지며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