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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쓰고 마는 이야기
  • 마음에 없는 소리
  • 김지연
  • 13,050원 (10%720)
  • 2022-03-10
  • : 3,67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스트프렌드라는 표현은 유행이 지난 지 한참 된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베스트니까 유일한 존재이고, 촌스러움을 견딘 시간만큼 서로를 누구보다 이해하는 사이다. 그런 존재가 사라진 2월에 읽게 된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 「작정기」는 함께 수록된 다른 괜찮은 이야기들보다 마음을 끌 수밖에 없었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건 읽는 동안은 떠올리지 못했다.


 막 이혼한 친구 원진과 2월에 술을 마시다 5월 연휴에 함께 일본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주인공은 출발 전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서셔 함께 가지 못한 원진을 대신해 친구가 짜 놓은 일정표대로 일본 다케오를 여행하게 된다. 도착한 첫날 호텔 자판기 앞에서 우연히 대화하게 된 유코와 함께 바에서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옆자리 일본인 남성까지 세 사람이 여행을 주제로 얘기하다 보니 두 사람은 주인공이 죽은 친구가 가고 싶어했던 장소를 대신 여행하러 온 걸로 오해한다. 그동안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자기 마음을 모르는 척하는 원진에게 쌓인 서운한 감정이 떠올라 굳이 사실을 정정하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로 친구가 죽게 되었을 때 주인공이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에서, 내 상황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내 베프의 죽음 이후 내가 겪었던 상실감과 죄책감을 떠올리면서 눈물이 났다. 난 낯선 이가 내 친구가 죽은 걸로 오해하게 만든 상황에 휘말리지는 않았지만, 살아 있을 때 함께 가까운 데라도 여행 한 번 못 가보고, 가끔 만나 밥 먹고 산책하고 수다 떤 게 다여서 아쉬웠다. 국내도 좋고, 일본이든 중국이든 유럽 어디든, 친구는 암 투병 중인 남편이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건강해지면, 둘이 같이 여행 가자고 드물게 들뜬 표정을 지었는데, 계획은커녕 넋두리라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현실을 공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모든 게 다 허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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