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여 영원하라! Viva la vida!
seeulove11 2023/09/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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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혹하는 미술관
- 송정희
- 16,200원 (10%↓
900) - 2023-08-18
: 398
시선을 끈 조지아 오키프의 강렬한 색감의 <붉은 양귀비>는 이책의 표지를 장식한다.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기 마련인데 그들의 작품이 어딘가에 등장한다면 너무나도 반갑다.
바로 이책이 그렇다. 책이든 영화든 영상물이든 공간이든.. 그 작품들은 그안에서 나의 기억들과 함께 온갖 매력을 다 뿜어내며 살아 숨쉬는것 같다.
먼저 프롤로그를 살펴보니 이책은 저자를 매혹시킨 미술가 12인의 삶과 작품 이야기라고 한다.
목차를 살펴보면 총 5가지 큰 이야기안에 12인의 삶을 담았다.
1.아름다움 그너머
꽃, 크게 보아야 아름답다.-조지아 오키프
사실 조지아 오키프는 아이와 그림책을 통해 처음 만난 작가다.
그림책 안에서도 그녀의 삶은 다분히 매력적이었다. 그후로 그녀의 작품들과 책들을 찾아보며 사물안 시선이 가는 곳에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그녀의 마법에 흠뻑 빠졌었다. 책에서 표현한대로 자세히 살펴야 아름답다는 헤르만 헤세의 꽃이 있다면 조지아 오키프에게는 꽃은 크게 보아야 예쁜 존재라고 말한다.
나는 어느쪽일까? 외면을 보고 판단하는게 아니라 정성껏 살피며 내면의 멋을 발견할 때라야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손에 꽃 한송이를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순간만큼은 그 꽃이 당신의 우주다.
그런 감동의 세계를 누군가에게 선사하고 싶다.“
뜨거웠던 스티글리츠와 사랑과 배신을 경험한 후 자연으로 돌아와 영혼의 안온함을 비로소 느낀다.
“내가 그리는 동물의 뼈는 죽음을 상징하지 않는다.
뼈는 구체적인 불멸의 상징이다. “ 27p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표현한 뼈의 구멍들은 마치 지중해의 푸르른 창공을 바라보는 창처럼 보인다.
색체의 황홀,그 너머의 것들-마리로랑생
은은한 파스텔 색조와 윤곽이 모호하게 대상을 부드럽게 표현한 그녀만의 부드러운 색감은 마리 로랑생 작품에서라면 흔히볼 수 있다. 마리로랑생의 색감으로 인해 그림은 편안하다. 순탄치 않았던 그녀의 지난한 삶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절제된 색체를 구현했다.
화려한 색,화려한 설움의 자취-천경자
뱀, 설움과 저항의 자취.
그녀는 독사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가장 궁금하고 확인하고 싶은 것도 독사의 눈이었다. 68p
그누가 메두사의 눈을 마주 보지 말라고 했나? 마치 용맹한 페르세우스처럼 그녀의 강한 용기와 도전으로 피어난 ‘생태‘라는 작품은 그녀의 용기에 힘입어 나역시도 용기를 내어 마주대할 수 있었다. 뱀은 그렇다. 내게는 일부러 보지 않는 대상이다. 알기전에는 마주대하기 망설였을… 비로소 알아야 보인다는게 맞는 말인듯 싶다. 바로 이 작품은 그녀의 출세작이다.
“징그럽고 무서운 뱀을 그림으로써 나는 생을 갈구했고, 그 속엔 저항과 뜨거운 열기가 공존하는 저력이 심리의 저변에 깔려 있었다.“
그녀의 그림은 여행후 점차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되었다. 색체 예술의 이국적인 멋은 ‘꽃’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인도 위작스캔들은 그녀에게 상처가 된 가슴아픈 부분이다.
얼마나 그녀에게 고통이었을지. 예술가의 작품은 자기 자식이나 다를바 없는데..
2.뮤즈에서 예술가로
그림 속 나는 진짜가 아니다.-수잔 발라동
발라동은 르누와르를 비롯해 드가, 모딜리아니 등 19세기 파리 몽마르트 화가들이 가장 사랑한 작품 속 모델이자 뮤즈였다. 그러다가 점차 모델에서 화가로 전향하고 드가 밑에서 그림을 배우게 된다. ‘그녀의 그림은 ’아름답지 않아도 될 권리‘에 대한 선언이다.
아름다움을 부풀리거나 포장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며 여자를 ‘아름다워야 하는 존재’로 인식했던 그 시기에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표현했다. 바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날것! 가공한것이 아닌 날것의 아름다움에 요즘 눈이 간다.
사람의 나이듦의 표식인 주름살이 흠이 아니고 연륜과 경험의 상징이라면… 우리는 그안에서 감내했을 인생의 고됨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었음을 기억해야 겠다. 수잔 발라동의 당당함에 힘입어서 말이다.
아름다움은 하나의 모순이다-키키 드 몽파르나스.
예술과 지성이 모여드는 곳! 기성 예술의 관념과 형식을 부정했던 아방가르드 운동의 중심지였던 몽파르나스!!
그곳의 목마른 보헤미안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뮤즈, 그 이상이었던 키키는 예술가들을 사로잡았다.
‘누드모델로, 뮤즈로, 가수로,… 1920년대 파리의 예술 지형을 바꾼 여인 키키, 그러나 첫 전시회에서 그림 완판을 끌어낼 정도로 능력있는 화가였다고 하니 놀랍다. 그녀는 모델이기 이전에 자신만의 공간에서는 혼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뮤즈로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예술적인 삶을 개척해 나간 당당함에 찬사를 보낸다.
더는 나를 속이지 않기를-카마유 클로델
조각을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격상시킨 현대조각의 선구자로 불리우는 로댕과의 예술적 교감과 사랑, 그리고 아픔들. 카미유 클로델의 이야기는 이미 영화로 나올만큼 가슴아픈 이야기다.
로댕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카미유는 로댕과의 관계가 깨진뒤에 은둔생활을 하고 결국 30년을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세상과 단절되어 살다가 안타깝게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시대가 알아보지 못한 비운의 예술가지만 사후에 그녀의 예술은 천재조각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사랑하며 느꼈을 환희, 욕망, 흔들림, 절망,괴로움들 사이에 다채로운 감정의 선율로 피어나는 그녀의 조각들은 그녀의 손길로 새롭게 탄생했다.
조각에 영혼을 불어넣은 피그말리온처럼! 숨을 불어넣고 그녀도 사랑의 영혼을 빚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고 그녀가 정신적으로 아플수 밖에 없었던 지난날의 아픔은 고스란히 그녀에게 되돌아 왔다. 고통을 이겨내고 예술로 승화시켰다면 그녀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을까? 그녀를 정신병원에 방치해두었던 사회적 배경이나 환경이 무척이나 가슴에 시리다.
아…. 까미유!
3.몸을 통해, 몸을 위해
나의 누드는 나의 자유다.-판위량
판위량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세기 예술가이자 최초의 모더니스트 여성 화가로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이책을 통해서 처음 접해본 화가이기에 관심있게 들여다 보았다.
판위량이 남긴 작품 중 절반이상이 여성의 누드였고 바로 자기 자신이 모델이었다. 자신의 몸은 벌거벗은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사유하는 도구이자 언어다. 지난날 그녀의 육체는 다른사람을 위한 도구였을 뿐이었지만, 예술가로서 다시 태어난 그녀의 몸은 예술의 도구이자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권력과 욕망 사이에서-마리기유민 브누아
브누아가 그린 흑인여성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문다. 군더더기 없이 지적이며 아름답다. 처음에는 흑인을 비하하는 ‘네그로 여인의 초상화‘라는 이름으로..다시 ‘검은 여인의 초상화’로 불렀다. 드디어 200년만에 그녀의 이름을 되찾게 되어<마들렌의 초상>으로 불리운다. 영국 미술사가 휴 아너는 이 초상화를 “지금까지의 흑인 여성의 초상화 중 가장 아름답다”라고 평했다. 그당시 노예제도가 폐지 되었다고는 하나 당시 프랑스에서는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지난했던 노예로서의 삶, 마들렌의 이름을 되찾기까지 200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흑인예술의 아름다움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예술도 고스란히 역사를 반영한다. 결국, 당당하게 검은피부를 캔버스에 옮기는 ’블랙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로까지 끌어올린다.
나는 환상이 아닌 현실을 그린다-프리다 칼로
‘그녀의 자화상은 곧 그녀의 자서전이었다.’
프리다칼로! 영화로 먼저 만나봤던 그녀의 삶은 정말 충격 그자체였다. 아픔, 사랑, 고뇌, .. 온갖 종류의 인간의 감성이 살아 꿈틀거려 그녀의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너무나 아프고 자극적인 그녀의 삶에 한없이 등돌렸다가,
연민과 끌림으로 다시 마주대하는 그녀의 삶.
그녀의 그림들의 메시지들은 그림만큼이나 강렬하다.
프리다 칼로의 생애 마지막 작품 <삶이여, 만세!수박> 이란 작품에 환희를 느낌과 동시에 웬지모를 슬픔이 다가온다. 멕시코에서는 집안의 제단에서 망자와 나눠먹는 음식이 수박이라고 한다.
“수박은 여름 과일이다. 여름은 인생에서 가장 붉게 타오르는 계절이고, 붉은 속살에 까만 점은 상처의 흔적이기도, 생명을 품은 씨앗이기도 해서 일종의 불멸을 상징한다. 새로운 생명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프리다 자신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중략)
‘삶이여 영원하라! Viva la vida! “. 232p
4.회복과 자유의 약속
몸으로 두려움을 마주하다-마리아 아즈라모비치
전시명: ’예술가가 여기 있다.‘
장소: 뉴욕 현대미술관
퍼포먼스규칙: 관객들이 의자에 앉아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것
의도: 눈맞춤, 곧 침묵속 응시
그녀앞에 초로의 남성이 다가와 앉았다. 그남자는 바로 22년전 헤어진 그녀의 애인이자 동료였던 행위예술가 울라이였다.
그녀의 눈빛은 복잡했고, 또한 흔들렸다. 그리고 그동안 초연했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22년만의 놀라운 해후…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정말 짜릿하고 감동적이다.
그렇다. 우리는 기껏 1~2초 눈맞츰에 익숙해져 있다. 교감이란게 얼마나 중요했음을…. 우리는 잊고 살았나보다.
그외에도 ‘리듬0’이라는 작품을 보며 ..평범한 인간도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존재가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불편한 진실을 마주대했다.. 너무 마음이 아파왔다. 마음의 떨림과 리듬이 제로인 상태. 그것은 ‘악’이라고 말한다.
고통을 말하는 것이 나의 의무다-케테 콜비츠
그녀는 자신의 고통과 분노의 질감을 판화의 투박한 칼맛으로 새기며 고통의 무게를 칼끝 하나에 의지해 삶의 모든 재건 과정을 판화에 새겼다. 흑과 백으로. 절제된 최소한의 색으로 그녀의 고통을 담아냈다. 전쟁에서 잃은 그의 자식을… 마주할 세상이 버거웠을텐데 그 고통을 작품으로 달랬다.. 그녀가 추구해야 할 ‘아름다운 추함’은 인간의 고통과 다름없다.전쟁 앞에서 자식을 위해 우는 어머니들 또한 모두 콜비츠의 피에타다. 미켈란젤로의 성모의 피에타처럼 숭고하다.
5.예술은 복원이다-루이스 부르주아
루이스 브루주아..불안과 공포의 가정사에서 의지할 대상은 어머니였다. 무언가를 짜고 고치는 어머니의 이미지는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모습이다. 브루주아에게 거미는 혐오스러운 동시에 아름다운 존재였다. ‘마망’은 그렇게 태어났다. 거미 작업은 그녀에게 바쳐진 ‘치유’의 시간이었다. 자신의 몸을 내주고 새끼를 살리는 거미의 모성과 희생의 모습은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 있다. 설치작업후 마지막 여정은 손바느질 작업이다. 이는 상처의 복원이자 화해와 용서의 손길이다. 어머니의 흔적들과 자신의 추억을 기워 작품으로 탄생시켰으며 바느질 작업은 ‘감정을 수선하는 과정’이었다는 말에 위안이 된다. 그녀의 가정사에서의 아픔이 작품활동을 하면서 치유받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그로 인해 용서와 화해로서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으리라!
마치며.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소개한 12인의 예술가들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작품속에 투영된 그들의 아픔이 느껴져서 가슴이 한동안 먹먹했다. 하지만 예술은 그들에게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안겨주었으며 다시 희망으로 빛날수 있게 해주었다.
그안에서 예술로 승화되어 온갖 매력을 다 뿜어내며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다. 아파만 하지말고 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라는 프리다 칼로의 메시지가 들리는 듯하다.
삶이여 영원하라! Viva la vida!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하는 조선의 문장가 유한준의 표현처럼 이책을 보고 나서 그들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저자의 아름다운 글들에 매료되었고 12인마다 제각각 다른 빛깔들이 화려하게 뿜어내는 존재감에 한없이 매료되었다. 운이 좋게도 『매혹하는 미술관』 초대장을 받아 입장할 수 있었고 초대받아 기뻤으며 사랑하는 예술가들과 조우했으며 내자신도 위로받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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