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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님의 서재
  •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 이동호
  • 15,300원 (10%850)
  • 2021-06-01
  • : 1,180
우리는 모두 식탁 위에 올라온 고기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고기집 간판들에 그려진 환하게 웃고 있는 돼지나 소 등의 캐릭터를 보고 고기 덩어리가 되기 전에 저렇게 웃었을까 의문을 가지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그 의문 끝에 직접 실행을 해 본다. '고기'가 되어 우리 입으로 들어가기 전 그 '고기'는 어떤 삶을 살며, 어떤 개체였는지 직접 파헤쳐 본다. 전국에서 돼지를 가장 많이 키우는 동네로 이사가면서 자연스레 동네주민들을 따라 채식을 시작하게 된 작가는 근처 농업학교에서 실습용으로 키우던 돼지를 세 마리 분양받는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돼지를 키우고 마을에서 고사를 지낼 때 첫 돼지를 잡는다. 이 과정을 차분히 들여다보기엔 꽤나 힘들다. 한 생명이 고기 덩어리가 되는 과정은 눈을 찌푸리는 것을 넘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해 온몸을 뒤틀리게 한다.

확실한 건 이 책은 채식을 권장하는 책도,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마냥 지적하는 책도 아니다.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이나 논의점을 던지지도 않는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방식이건 생명을 취하는 것의 무게를 알게 된다. 내 손으로 키운 돼지를 잡아서 먹는 것까지의 과정도 이렇게 무겁다면 공장식 축산은 얼마나 더 큰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인간의 기준으로 비인간동물의 존엄성을 위해 '복지'를 지키며 키우는 것은 덜 무거운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서 온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창비로부터 서평단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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