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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님의 서재
  •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 서유미
  • 12,600원 (10%700)
  • 2021-10-01
  • : 34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면접 장소와 비슷한 곳만 봐도 심장이 조여서 섬으로 도망쳐 놓고 세상의 흐름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것 역시 두려웠다. 


인스타그램에서 대학 동기의 이직 소식을 접한 날 그 회사의 최종 면접까지 갔던 날이 떠올라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여러 날 동안 불면이 이어졌고 커피 잔을 치우다가 현기증이 나서 그대로 주저 않았다. 내 인생은 이 섬에 고여 있고 누군가 내 시계의 태엽을 계속 반대로 감는데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

내일은 괜찮아질 거라고, 내일 하면 된다고 막연한 기대를 품은 채 버티던 때가 있었다. 

나는 더 좋은 회사로 옮겨 갈 계획이었고, 그곳에서 일하면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괜찮은 사람이 돼서 괜찮은 인생을 사는 게 오래 품어온 꿈이었다. 

...

면접장을 나와 회사의 회전문을 나서는 순간 정체해 있던 인파가 또다시 달려들었다. 세상은 시끄럽고 사람들은 너무 많고 나는 형편없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동안 길 한복판에 가만히 서 있었다.

...

왜 이곳에서 일하느냐고 묻자 지호는 어쩌다 보니 하며 웃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도시를 떠나게 된 이유를 고백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쪽이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

섬의 하늘을 보며 가끔 다른 사람들의 밤에 대해 생각했다. 혼자가 아니라 괜찮은 모임이나 만남에 속해 있을 그들의 청춘을, 커리어를 쌓아가며 의미 있는 지점으로 나아갈 그들의 시간을 상상하면 심박동이 빨라지며 잠이 달아났다.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밀려났고 섬에 유배되었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었다.

...

내일은 원래 모르는 거야. 

그렇지. 그건 알지.

지호가 내 손을 잡았다. 그 애의 얼굴 위에서 웃는 이모티콘이 빛났다.

나는 미래가 두려워.

나도 그래. 

지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번에는 둘 다 웃지 않았다. 웃지 않아도 나란히 서있으니 완전히 깜깜하지 않았다. 내일은 모르겠지만 이 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서유미,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민음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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