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읽을 때와는 달리 굉장히 빠른 스피드로 읽었다. 그 책을 읽을 때 나왔던 내용들이 중복해서 나왔던 점이 가장 큰 원인이고 책이 비교적 짧았던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그래도 이전 작을 읽고 나서 읽게 되니 '재독'의 느낌이 형성되면서 읽기가 수월했던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인데,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읽을 때 나왔던 내용들이 거의 그대로 나왔다는 것은 책 구매자들에게는 단점이 되겠지만 어쨌든 인터넷의 역사라는 것이 IT의 역사에 종속적인 것이고 결국 한 맥락을 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흐름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장점이 되는 것이다. 뭐, 일단 나는 빌려서 읽는 것이니까 장점이 더 컸다.
'인터넷'을 다루고자 한 책인 만큼 전문적인 용어의 비중이 더 컸지만 그렇기에 IT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써 더욱 의의가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웹사이트들의 발전 과정, 인터넷의 발전 과정과 그 개방 정신,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가 된다. 책의 초반에 나오는 컴퓨터 역사의 전설들이 두 가지 방향성으로 제시된다. 사이버네틱스 개념을 탄생시킨 '노버트 위너', 그리고 게임이론과 컴퓨터의 아버지급 인물 '폰 노이만'. 이 두 거장의 관점은 곧 현재 기술주의에 대한 우리들의 관점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원폭 투하 후 노버트 위너는 과학이 삶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줄이는 것 같다며 비난했고 폰 노이만은 미국이 더 강력한 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과를 보면 폰 노이만의 업적은 컴퓨터의 발전을 엄청나게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관점은 노버트 위너의 쪽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현재 인터넷이 갖고 있는 속성만 봐도 분명한 것이 '인터넷은 사용자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멧칼프의 법칙'에서 네트워크는 보급자의 수의 제곱만큼 성장 해나간다. 인터넷의 발전이 사용자가 친화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졌음은 이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성장은 많은 사용자들의 참여가 기반이 되어있으므로 이러한 요소는 두드러진다. 이는 인터넷의 발전, 하피 문화-해커 문화-오픈 소스 등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집단 지성을 추구하는 사용자 우선적 정신은 하이퍼 링크,위키 백과, 시냅틱 웹 등의 기술로 부터 확인 할 수 있다.
허나 이젠 인터넷 상에서의 프라이버시적 요소가 문제점으로 다가오며 인터넷의 주인으로써 고민해야할 요소도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얼마만큼의 정보의 권리를 주장하고 되찾아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필자도 할인 이벤트 때문에 개인 정보를 헐값에 팔아 넘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자제 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명한 IT 인사들이 '이제 우리에게 프라이버시란 없다'라고 괜히 말하는게 아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 듯 우리가 다루는 인터넷에 대해 주체 의식을 갖고 사용할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