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나온 책이니까 출간한 지 6년이 되는 책이다. 2016년의 시점에서도 표지에 나오는 세 기업의 입지가 줄지 않은 걸 보면 아직 그들의 신화는 쓰여지고 있는 듯 하다.
IT 업계 공부를 하게 될 사람으로서 대학 공부 이전에 무엇으로 기초를 쌓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전문적인 서적을 읽어나가는 거야 학기 중에 하는 일이지만, 대학교에 오기 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이 기술 들이 어떤 기반에 의해 쌓아 올려 졌는지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책의 내용은 IT 삼국지라고 저자의 블로그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인간이므로 책을 읽기로 했다. 후속편인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도 읽을 예정이기도 하고.
빌 게이츠와 스티븐 잡스, 에릭 슈미트가 같은 1955년 출생이라는 사실은 그 연도에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하게 한다. 이들은 IT 업계의 거대 산맥으로써 컴퓨터의 발전에도 굉장한 역할을 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윈도우, 컴퓨터의 기본적인 디자인 모델, 구글의 굉장한 검색엔진,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IT에는
우리가 보아왔던 수많은 혁신들이 있었고 이는 수많은 거인들의 공로가 뒷받침되어 왔다.
책을 읽으면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들의 개성 있는 기업문화, 그리고 엔지니어적인 사고, 성공과 실패를 뒤로 한 채 사라져간 공룡 기업들,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지는 않았지만 컴퓨터 기술 면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인물들의 이야기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인물은 CP/M을 만든 '게리 킬달'인데 그가 만들었던 운영체제는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PC-DOS에 도용되었다. 담판 끝에 그는 자신의 운영체제와 DOS의 경쟁을 결정했는데 CP/M이 훨씬 나은 운영체제 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저가인 PC-DOS를 선택했다. 그의 업적으로는 PC 최초의 디스크 운영체제 개발, 메뉴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발,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동작하는 컴파일러 및 프로그래밍 언어 처음으로 개발 등 혁명적인 것이 많다. 허나 그렇다고 부와 명성이 따라오지 않는 걸 보면 업계에서의 성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세 기업의 성공 신화가 가능했던 것은 뭘까. 책의 전반적으로 두드러졌던 것은 아직 태동기였던 IT 사업에 대해서 투자자들의 거침 없는 투자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그저 하나의 아이디어 만을 보고서 성공을 직감하고 투자를 했던 이들. 구글 같은 경우에는 초기에는 뚜렷한 수익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라면 그랬을 수 있을까? 해외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을 비교해봤을 때 '스티븐 잡스 같은 인물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닌 듯 하다.
오늘 뉴스에서 가장 황당했던 것은 한창 유행중인 '포켓몬GO'를 표방해 '뽀로로GO'를 만든다는 기사였다. 그저 유명하고 인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의 원인'을 보지 못하고 그림자만 따라가는 우리나라 기업의 풍조를 보면 정말 한숨이 나오고 갑갑하다. 기업의 수뇌부에 문제가 있는 걸까, 투자자들이 원인일까? 적어도 IT 업계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 인물이 위에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외국에서 수많은 벤쳐기업들이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전선에 뛰어드는데 비해 아직도 따라하기 풍조가 급급한 우리나라를 보면 한숨만이 나올 뿐이다.
불과 5,60년 만에 핫 트랜드가 되었고 세계를 변화하는 기업을 만든 IT라는 분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훌륭한 교과서였다. IT 흐름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