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달은 보름달과 삭을 순환하며 커지거나 작아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마치 인간의 삶이 그러하듯, 자연현상을 닮아가는 인간의 삶을 조망해 본다면 모든것을 채우고 비우는 과정의 순환과 맥을 같이 한다 생각하게 된다.
비단 물질적인 대상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마음 역시도 그러한 의미를 지닌다 생각하면 달은 우리에게 깨달음과 사색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존재감을 부여한다 하겠다.
달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달의 순환 주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간결하지만 속 깊은 이야기로 사색의 숲에 뜬 달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상림월 [사색하는 숲에 뜬 달] " 은 자연의 순리인 달의 순환 과정을 인간의 삶으로 투영해 상실과 좌절, 아픔과 고통의 시간들이 숲의 사색을 통해 치유와 존재에 대한 인식에 이르기까지 채워지는 과정을 간결하게 드러낸 산문적 소설이다.
저자의 작가 노트라니 어쩌면 소설 속 어느 인물의 주인공일지도 모르지만 소설이 암시하는 커다란 주제는 달과 숲이라는 대상이 인간의 심리적 치유에 관여하고 더 나아가 인간 삶의 근원적 과정도 자연의 순환 과정과 닮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 그녀, 남자, 여자로 대상을 지칭하는 모호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지칭할 수 있기에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 사색의 숲에서 마주해야 할 고통이자 비워진 달로의 허무와 쓸쓸함과 같은 감정의 고양들이 인간관계에서 파생하는 이기적 관계의 양상을 통해 현재화 된다.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그, 그녀, 남자, 여자라는 인칭대명사를 쓰기 보다 차라리 인명을 적시 했다면 독자들이 느끼는 모호함과 혼란의 시간을 어느 정도 줄여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수 없이 많은 관계 가운데 우리는 나의 존재를 최우선으로 하며 삶을 살아간다.
아마도 그것이 오늘 우리 시대의 나, 우리가 갖는 정체성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인간의 정체성 역시 관계의 산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 한다면 저자가 사색의 숲에 뜬 달에서 내 보이고자 하는 의미는 자연스런 관계의 순환을 지혜롭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인간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나, 우리의 이기적인 욕망의 산물이라 말할 수는 없다.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네 명의 인물이 보여주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비우고 채우는 순환적 양상의 모습에서 자연적인 비우고 채우는 근원으로의 일체감을 확인, 본질에 더욱 충실한 삶의 모습들을 수용할 수 있게 한다.
달이 차면 기운다고 하듯, 꽉찬 보름달에서 위상이 변하면 밝은 기운이 하나도 없는 삭으로 치달려 간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지 않나, 여유롭고 풍성한 마음들이 이루는 다양한 감정들이 즐비하지만 우리와 관계하는 세상의 무수한 환경적, 인간적 관계들에 따라 그 양상은 매우 달라진다.
소설적 장치처럼 여겨지는 모습들도 삶 속에서 흔하게 만나고 경험하게 되는 현실은 우리가 마음을 채 다잡고 비우거나 채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마저 허락치 않는 경우가 많다.
과연 네 주인공의 삶은 어떤 관계로 채워지고 비워질까?
그러한 채움과 비움이 비단 인간의 윤리와 도덕을 뛰어넘는 양상을 보이더라도 우리는 수용을 외칠까?
오롯이 나만의 숲에서 사색에 잠겨 펼칠 수 있는 에고이즘으로 귀착되면 나만의 숲에서의 사색의 의미는 없어진다.
그들만의 비움과 채움의 순환적 과정을 통해 고통스런 삶의 치유를 얻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