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법원이라는 공간은 우리에게 경직된 모습으로의 자화상을 그려보게 한다.
어떤 연유로든 법원을 경유? 한다는 것은 그리 유익한 의미는 아닐것으로 판단되지만 보통의 일반인들이 다양한 사연으로 출입하게 되는 법원에 소속된 가사조사관은 법원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색다른 시선을 보여줄 수 있는 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그야말로 온갖 군상들이 출입하게 되는 법원의 가사조사관은 보통 사람들의 가정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관계로 그들의 민낮과 속살을 들춰 보아야 하는 쑥스러움도, 낮뜨거움도 느낄 수 있을것 같다.
행복한 가정이라면 법원을 오갈 일이 없겠지만 삶이 주는 다양한 무게감에 짖눌려 버린 수 많은 사람들의 또다른 가정의 모습들은 마침내 견디다 견디다 법원의 판단을 받고자 하는 경직된 가정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러한 이들의 이후의 삶보다는 당시의 상황이 빚어내는 사람들의 심리적 서사를 절절하게 그려낼 수 있는 일은 아마도 이 작품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심도 깊은 이야기라 할 수 있을것 같다.
어쩌면 통속적일것 같으면서도 전혀 통속적이지 않은, 삶의 내밀한 가운데서 느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마음의 변주를 들려주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마침내, 안녕" 은 삶이라는 호수 속에 작은 돌맹이 하나를 던져 일어나는 파문에도 못견뎌 하는 인간 군상들의 법원 출입에 따른 가사조사관의 시각으로 사람들의 삶속에 드러나는 애환과 고된 무게감이 교차되는 느낌을 마치 무덤덤한 모습으로 대면하는 주인공 도연의 심리를 따라 의미있는 서사로 보여주는 책이다.
도연 자신도 자신의 인생을 리셋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지만 가사조사관으로 겪게 되는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은 무엇이 올바른 삶인가에 대한 자각으로 스스로를 전환시킨다.
우리 모두는 열심히 살고자 한다. 삶을 그렇게 열심히 살고자 하는 모두의 모습과는 달리 도연은 그렇게 열심히 살고자 하는 생각이 없다.
가사조사관인 그에게 법원 동료들과 사건 당사자들의 사연들은 기시감 넘치는 모습으로 자신과 그들 사이를 오가며 읽혀지기에 세상에 대한 감정적 혼란으로 힘겨워 질 개연성이 농후한 일에 상처 입지 않고자 하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다.
타자의 일들에서 나 자신의 마음이 입는 상처들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우리는 종종 해 보게 된다.
물론 그러함이 나 아닌 타자들에게로 전가 시키는 합리화를 꾀한다고 하지만 스스로의 양심에서 일어나는 불편함은 남탓 하기 보다 자기 내면의 모습으로 자꾸만 회귀하는 까닭에 어쩌면 저자가 바라는 바가 우리에게도 그러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의 원인이 오롯이 타자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일일까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며 적잖히 나, 우리도 관련이 있음을 생각해 볼 때 도연이 갖는 타자의 탓을 하고 문제를 넘기는 일은 스스로가 납득할 수 없는 꺼림칙함과 양심에 상처를 내는 일이기도 하다.
수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는 오늘의 나, 우리는 또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으며 잔잔한 파장을 만들어 간다.
그 파장의 여파가 온전히 타인에게만 미친다 할 수 없는 일이고 나, 우리 역시 결속된 관계여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성장한다는 말의 의미는 그렇게 타자와의 관계들 속에서 마음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말한다
오롯이 혼자만의 삶이 아닌 타자들과의 함께 사는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통의 사람들 보다는 법원이라는 특정 집단에 소속된 그것도 가정의 문제들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가사조사관의 시선으로 살필 수 있음은 매우 희귀한 시선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웃음보다는 울음과 경직된 얼굴로의 모습들을 더욱 많이 볼 수 밖에 없지만 사람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진실된 모습들을 찾아 갈 수 있게 만드는 일은 마침내, 안녕이라는 제목처럼 새로운 삶의 기로에서 펼쳐 보일 수 있는 희망의 서사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