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에도 역사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인간은 무지를 벗어나고자 앎을 위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지의 역사라는 말은 앎의 역사에 대한 역설적 의미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앎의 역사는 앎에 대한 역사를 논하는 것이지 무지를 논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 역시도 마뜩치 않음을 깨닫게 된다.
무지는 '지식이 없는것'을 뜻한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어 굳이 그러한 무지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까닭이 있을까 하는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 일어났다.
인간의 삶 이래 앎의 역사를 이룬 지식의 범위 보다 무지의 미지 영역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왜 인간은 무지함을 선택하고 유지하려는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을것 같다.
말 장난 같지만 새로운 지식은 새로운 무지를 낳는다고 하지만 어떻게 새로운 지식이 새로운 무지를 낳는단 말인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인간은 두려워 하거나 신적 대상으로 생각한 경향이 역사적으로 있었다.
인간에게 그러한 존재감을 갖게 한 무지, 그에 대해 무지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무지의 역사" 는 역사학자들의 관심 밖 연구 주제였으나 지난 30년간 꾸준하게 '무지의 연구'가 이뤄졌음을 밝히고 그러한 연구 결과로의 평가가 과소평가 되었으며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두 대통령 등의 놀라운 무지함이 지구촌에 어떤 재앙적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살펴 이 책을 읽는 독자와 일반인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무지를 말하고 있지만 서구 사회 500년 동안의 역사에 촛점을 맞추고 있어 논쟁의 여지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장의 부족이나 미흡함을 '무지해서' 라고 인정했던 새뮤얼 존스의 주장처럼 동조화 하고 있다.
아는것에 대해 연구하고 주장하며 논리를 펼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반대의 무지에 대해 연구하고 주장하며 논리를 펼치는 일도 설득력 있는 연구로 인정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사회의 무지와 무지의 결과라는 두 가지 주제를 통해 무지에 대한 정의, 철학자들의 견해, 집단, 연구, 역사, 종교, 과학, 지리학의 무지를 설명하는가 하면 무지의 결과에서는 전쟁의 무지, 비즈니스, 정치, 무지로 인한 놀라움과 재앙, 비밀과 거짓말, 불확실한 미래, 과거에 대한 무지에 이르기까지의 내용들을 설득력 있게 조망하고 있어 앎에 대한 이해보다 무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지식을 더하는데 유의미한 시간을 갖도록 해 준다.
영국 노동당 정부가 발표한 베버리지 보고서에 따르면 무지는 빈곤, 질병, 비위생, 게으름과 다불어 반드시 타파해야 할 '다섯가지 거악'으로 구분했듯이 지금도 우리는 무지에 대한 생각을 그렇게 갖고 있다고 판단해도 틀리지 않는다.
무릇 세상의 모든 것들에는 찬반 양론의 의식들이 존재한다.
오늘날과 같은 시대는 앎에 대한 욕구 충족의 불균형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무지해져 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은 무지에 대한 비난에 가깝지만 과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에선 진실이 아닌 헛된 호기심에 대한 불편함을 제거하고 무지가 더 현명한 선택임을 강조하는 무지에 대한 찬사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무지함 그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무지함으로 빗어지는 현상에 대한 문제를 더욱 염려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이 책을 무지에 대한 미지 영역의 사전 탐사 쯤으로 인식하는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전한다.
연구는 되고 있지만 아직은 실증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보다 사전에 답사하는 지도 쯤으로 판단해 보고자 하는 저자의 무지에 대한 통찰적 시각은 지금의 나, 우리가 갖는 무지에 대한 개념과 정의와 그에 따른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다양힌 시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나, 우리가 된다면 앎과 무지라는 두 가지 상반된, 하지만 연결된 주제에 대해 밀도 깊은 이해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판단해 본다.
**네이버 카페 컬처블룸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