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미하엘 엔데의 작품을 두고 '놀랍고 환상적인 동화'라고들 하는데, 그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엔데의 작품세계가 마냥 동화적 판타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 속에는 현실세계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 숨어있다. 소설 속의 상징들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그것들은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고, 그로인해 그동안 일상에 지쳐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해보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 '모모'는 작가 미하엘 엔데의 분신이다. 작가 자신이 동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진리의 핵심에 대해 이야기하듯, 모모 역시 사람들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여주고 그들 내면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다가가도록 도와주는 안내자이다. 작가는 '모모'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모모란 아이는 이상하다. 아이인 것 같으면서도 어른인 것도 같은 모습이다. 아이의 모습을 한 어른일까. 모모는 세상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보고 듣는다.
모모에게는 도로 청소부 베포라는 친구가 있는데 사람들은 어눌한 괴짜 노인 베포의 말을 비웃지만 베포가 모모에게 들려주는 그의 생각들은 여느 철학가의 심오한 사상보다 깊이 있고 따뜻하게 내 맘에 다가왔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거야.""그러면 일을 하는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거야.""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걸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그게 중요한 거야."
미하엘 엔데는 현대인들이 각박하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일상의 작은 기쁨, 타인과의 교감과 같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며 여유를 되찾기를 간절하게 부탁하고 있다. 시간이라는 테마도 이 소설과 떨어뜨려놓을 수 없을만큼 중요하다. 모모와 베포의 대화를 통해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모와 베포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순간을 기억하는 그들에게, 시간은 각박한 현대인들의 그것처럼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것이 아니라 영원에 가까운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