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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gjin.kim님의 서재
  • 묘하게 다정한 날들
  • 희서
  • 15,120원 (10%840)
  • 2026-01-30
  • : 1,11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묘하게 다정한 날들, 처음 제목부터 마음이 멈췄다


가끔은 책 내용을 읽기 전인데도 제목 하나만으로 오래 바라보게 되는 책이 있다. 저에게는 바로 묘하게 다정한 날들이 그랬다. “다정하다”는 말은 흔하지만, 그 앞에 붙은 “묘하게”라는 한 단어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대놓고 위로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데도, 오히려 그래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 이 책은 희서 작가의 에세이로,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마음의 균형을 되찾아 가는 흐름을 담고 있는 반려묘와 함께하는 심리치유 에세이다. 2026년 1월 수류책방에서 출간됐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그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따뜻한 일상 기록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그보다 훨씬 깊다. 이 책은 단순히 고양이가 귀엽다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사람이 무너질 듯한 순간에,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어떤 존재의 온기, 그리고 그 온기가 다시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래서 묘하게 다정한 날들은 읽는 내내 요란하지 않은데 이상하게 마음을 붙든다.


고양이 이야기인데, 결국 사람 마음 이야기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은 고양이를 앞세워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반려동물 에세이라고 하면 종종 귀여움이나 감동에 치우치기 쉬운데, 묘하게 다정한 날들은 그보다 훨씬 섬세하다. 작가가 지나온 불안과 흔들림, 그리고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작고 조용한 존재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읽힌다. 책 소개에서도 이 작품은 지친 마음을 다정하게 위로하고 삶의 균형을 찾아가게 하는 에세이로 소개된다. 


저도 한동안 이유 없이 예민해지던 시기가 있었다. 딱히 큰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별일 아닌 말 한마디에 괜히 마음이 쓰이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자꾸만 멍해지고,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혼자만 붕 떠 있는 기분이 들던 때였다. 그럴 때는 누가 정답 같은 위로를 건네는 것보다, 그냥 가만히 옆에 있어 주는 존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시간들이 자꾸 떠올랐다. 말없이 다가와 몸을 기대는 고양이의 자세 하나, 같은 공간을 함께 견디는 호흡 하나가 어떻게 사람을 살게 하는지, 그 감각이 참 잘 살아 있다.


다정함은 거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책


우리는 흔히 다정함을 대단한 친절이나 깊은 공감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오래 남는 다정함은 아주 사소한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나를 바라봐 주는 눈빛, 아무 말 없이 같은 자리에 머물러 주는 시간,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음을 알려주는 작은 루틴 같은 것들. 묘하게 다정한 날들은 그런 감정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생활의 결 안에서 보여준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위로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쉽게 말하지 않고, 괜찮지 않은 날도 있다는 걸 먼저 인정해 준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공황장애라는 삶의 균열을 지나온 작가가 고양이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 담겨 있다는 소개를 접했는데, 실제로 읽히는 결 역시 억지 희망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회복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은 화려한 치유담이 아니라, 현실적인 회복의 기록처럼 다가온다. 


저는 이런 책을 읽을 때 유난히 문장보다 ‘온도’를 먼저 기억하게 된다. 어떤 책은 다 읽고 나서도 줄거리는 흐릿한데 기분만 남는다. 묘하게 다정한 날들이 딱 그런 책이다. 읽는 동안 마음속 어딘가가 조금 풀어지고, 책을 덮은 뒤에도 그 감각이 오래 남는다. 마치 햇살 드는 창가에서 한참 조용히 앉아 있다 나온 날처럼 말이다.


심리치유 에세이를 찾는 분이라면 특히 더


요즘은 자기계발서도 많고, 감정을 다룬 에세이도 넘쳐난다. 그런데 그중에는 읽는 동안만 좋고 금방 휘발되는 책도 적지 않다. 반면 묘하게 다정한 날들은 천천히 스며드는 쪽에 가깝다. 빠르게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조금 늦더라도 독자 스스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간다.


특히 심리치유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주는 감정의 밀도를 아는 분, 혹은 요즘 이유 없이 마음이 자주 가라앉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거창한 처방 대신 생활 속에서 회복의 감각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잘 맞을 책이다. 무엇보다 묘하게 다정한 날들은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과 “그냥 조용히 있고 싶다”는 마음 사이를 잘 아는 책이다. 그 미묘한 간격을 건드릴 줄 안다.


이 책이 더 좋았던 이유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를 매개로 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사람 대 사람의 관계는 때로 너무 복잡하고, 설명도 필요하고, 기대도 따라붙는다. 그런데 동물은 다르다. 말이 없는데도 충분히 전해지고,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곁이 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순수한 위로가 된다. 이 책은 그 지점을 억지 감동 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또 하나 좋았던 건, 슬픔이나 불안을 지나온 사람이 쓰는 문장의 결이다. 겉으로는 잔잔한데,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시간이 가볍지 않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독자는 쉽게 감동당하기보다 천천히 공감하게 된다. 저는 이런 종류의 에세이가 더 오래 남는다. 울리려고 애쓰는 책보다,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만드는 책. 묘하게 다정한 날들은 확실히 그런 쪽이다.


묘하게 다정한 날들이 필요한 날


이 책은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다가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유난히 마음이 거칠어진 날, 사람에게 조금 지친 날, 잘 견디고는 있는데 사실은 꽤 외로웠던 날에 이 책은 예상보다 깊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저는 이 책을 “힘내라”는 말 대신,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는 책이라고 느꼈다. 티 나지 않게 챙겨주는 다정함. 바로 그 점이 묘하게 다정한 날들의 가장 큰 매력이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펼쳐도 좋고, 심리치유 에세이를 찾다가 만나도 좋다. 중요한 건 이 책이 어떤 거창한 깨달음보다 작은 회복의 감각을 전해준다는 점이다. 삶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아도, 오늘 하루를 조금 덜 차갑게 지나가게 해주는 책. 저는 그래서 묘하게 다정한 날들을 읽고 난 뒤, 다정함이란 결국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저 곁을 내어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마무리 한마디


읽고 나면 큰 사건이 남는 책은 아니다. 대신 오래 머무는 감정이 남는다. 그래서 더 좋다. 요란하지 않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귀엽다는 말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고양이의 위로가 궁금한 책, 그리고 무너진 마음을 다시 생활 쪽으로 데려오는 에세이를 찾고 있다면 묘하게 다정한 날들은 꽤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저에게 이 책은 ‘지금 내 마음을 너무 세게 다루지 말자’고 조용히 말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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