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수는 있어도 없었던 것으로 돌이켜놓을 수는 없지 싶었는데, 경찰서에 다녀온 후에는 헤어진다거나 돌이킨다는 것이 모두 발음만 있고 실체가 없는 말의 껍데기처럼 느껴졌다. 군
석양에 그림자가 늘어졌다. 이춘갑의 그림자가 이춘갑을 따라서 먹었다. 이춘갑은 먹는 그림자를 들여다보면서 먹었다. 그림자에도 젓가락이 있었고 움직이는 입이 있었다
남은 세 달이 졸처럼 달려들 것임을 오개남은 알았다.
개가 한밤중에 갑자기 우우, 울 때 오개남은 자리에서 뒤척이며 자신이 개의 주인이 아님을 알았다.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없다는 것이 본래 그러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