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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팸의 서재
  • 뿔쇠똥구리와 마주친 날
  • 호르헤 루한 글
  • 12,600원 (10%700)
  • 2014-10-20
  • : 150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어느 날 오후, 길을 걷던 에스테반은 뿔쇠똥구리 한 마리를 발견한다. 여느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처럼 쇠똥구리를 놀잇감으로 생각했는지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이내 한 쪽 신발을 벗어 쇠똥구리를 향해 내리치려 하더니 느닷없이 궁금증을 품게 된다. ‘이 벌레는 어디로 가는 걸까?’ 작은 생명체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진 소년은 몸을 숙여 땅바닥에 머리를 대고 들여다본다. 순간 코앞으로 다가온 쇠똥구리의 변신에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우리가 눈앞에서 벌레를 맞닥트리면 대체로 해충 여부를 따져보고 보이는 반응이 달라지지 않을까. 모기나 파리처럼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벌레라면 고민 없이 내려치거나 사정없이 살충제를 뿌릴 것이고 나비나 잠자리처럼 계절을 알려주거나 보기 좋은 생명이라면 날아가도록 둘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른들의 반응에 국한되는 것일 수 있다. 아이들은 대개 기겁을 하고 도망가거나 에스테반처럼 생각없는 살생을 하는 일이 대다수일 테니까.

 

인간의 커다란 신발에 의해 하루에 수도 없이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가 조기종영된다. 에스테반과 마주친 쇠똥구리의 운명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진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생명을 향해 보이는 관심과 시선은 스쳐지나는 찰나에 일어난다. 이 그림책의 부제가 ‘생명에 눈뜨다’ 인 것처럼 어른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생명과 마주하게 될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한 생명과 눈을 마주치게 되는 순간 주인공처럼 거대한 공룡을 만날 수도 있다는 특별한 경험을 책을 통해 느끼게 해 줘도 좋겠다. 거대한 인간의 그림자가 작은 생명을 덮치지 않는다면 자연의 순환은 멈추지 않는다. 쇠똥구리의 이야기가 에스테반과 만나서 끝나지 않게 된 것은 아이가 생명에 눈 뜬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판형은 작은 쇠똥구리의 눈으로 보는 거대한 세상이다. 붓으로 문지르듯 그려낸 거침없는 묘사나 연필로 휘갈기듯 표현된 쇠똥구리에게서 에너지가 느껴진다. 풀밭을 헤쳐나갈 뿔쇠똥구리는 또 누구와 만나게 될까.

 

글을 쓴 호르헤 루한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현재 멕시코에서 살고 있다. 음악가이자 건축가인 그는 자신이 만든 어린이극에 출연하기도 한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책은 3권이며 그중 두 권은 치아라 카레로 와 함께 작업하였다. 그림을 그린 치아라 카레르는 이탈리아 출생으로 1990년부터 유럽 각국에서 100여 권 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안데르센상,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상과 볼로냐 아동 국제도서전 라가치상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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