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콘크리트 마을 속에 노오란 집이 눈에 띈다. 마당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박스들. 분명 이삿짐 정리를 하느라 어른들은 분주할텐데 동물을 기르겠다고 조르고 있는 한 아이가 있다. 바로 이 그림책의 주인공 콜레트이다. 동물은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엄마에게 콜레트는 화풀이하듯 마당에 놓인 빈 상자를 발로 걷어찬다. 상자 속에 있던 새가 날아가고 그 모습을 쫓아 골목을 걷는 콜레트. 길에서 만난 두 친구 알버트와 톰은 콜레트가 앵무새를 잃어버렸다는 말에 쌍안경을 가진 친구 릴리에게 가서 함께 앵무새를 찾아보자고 한다. 콜레트의 앵무새를 함께 찾기 위해 동네 아이들의 무리는 둘, 넷, 일곱으로 점점 불어난다. 한껏 들떠서 새로운 친구들에게 앵무새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콜레트는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환상 속에서 깨어난다. 콜레트와 앵무새의 모험 이야기에 푹 빠진 친구들은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아이들은 새로 이사 온 인물 콜레트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보다 새로운 사건 즉 콜레트가 잃어버린 새를 찾는 것에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아이들은 함께 잃어버린 새를 찾기 위해 열중하고 그 사이 자연스럽게 서로 친구가 된다. 노랗고 파란 덩치 큰 앵무새의 행방을 찾는 것은 친구끼리 할 수 있는 꽤나 흥미진진한 놀이이니까. 친구들에게 상상 놀이를 제안한 창의적인 스토리텔러 콜레트는 상상력을 통해 친구들을 사로잡았다. 동네를 누비며 새롭게 만난 친구들을 바라보는 콜레트의 상기된 얼굴이 사랑스럽다. 낯선 동네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은 쉽지 않다. 친구를 찾아 나서기 보다 동물을 기르겠다고 조르는 콜레트처럼 모자를 푹 눌러쓴 아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럴 때 중간 대상이 있다면 서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콜레트의 상상 속 새처럼.
작가 이자벨 아르스노는 캐나다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 <내 동생 버지니아 울프>, <거미 엄마, 마망 : 루이스 부르주아>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선과 절제된 컬러를 사용하는 그의 작품 스타일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더욱 개성 있게 느껴진다.
마지막 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콜레트를 한 번에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쓰고 있던 노란 모자를 벗은 아이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책의 더스트자켓을 벗겼을 때 모자를 벗은 콜레트가 그려져 있다면 독자들에게 위트 있는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