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대학 새내기들과 선배들이 주고받는 모바일 단톡방이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
대학 2,3학년인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후배 수칙’을 강압적으로 주입시켜 문제가 된 것.
선배를 보면 반갑게 인사해야 한다, 전화는 어떻게 받아야 한다는 등, 매우 디테일한 내용들이 화제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어린 친구들도 자기들끼리 서열을 나누고 일명 꼰대질을 한다는 것이 쇼크였다.
자연스럽게 나의 대학 시절을 떠올려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선배를 보면 무조건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암묵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왜 선배가 후배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수칙은 없는 걸까?’ 이 책 <어른의 의무>역시 그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나 역시 ‘어른의 의무’라는 제목에 궁금증을 느끼며 읽었다.
저자는 어른은 더 이상 권리에만 집착하지 않고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불평하지 않는다, 잘난 척하지 않는다,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3가지 어른의 의무를 제시한다.
얼핏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저자의 사례와 주장을 듣다 보면 ‘맞아, 맞아’ 하는 공감과 함께 찔리는 대목들이 많다.
“반대로 기분 나빠질 말이나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의미 없는 설교 등은 관계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요즘 살이 더 찐 것 같네? 같은 말을 여성에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은 대개 무시당하게 됩니다. 특히 젊은 여성에게는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아웃’입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사람에 따라서는 말 그 자체가 폭력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슬프지만 누구나 겪어보았을 일이다. 요즘 연장자를 어른으로 공경하기보다 꼰대로 부르거나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취급을 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물론 젊은 친구들이 버릇이 없어서 그렇다고 탓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을 무시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내 주위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기 자랑만 늘어놓고 소통하지 않으려는 윗사람들에게 질린 젊은 친구들이 많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세대 간의 단절은 깊어만 간다. 한 쪽의 잘못만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저자는 연장자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그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생각해보았다. 이제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다.
이제껏 직장 후배들에게 혹은 주위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생각해보니 꽤 부끄러운 모습이 많았다. 나이 먹어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음 세대는 구원을 받고 희망을 얻는다고 했다. 잘난 척하지 않고 기분 좋게 살아가며 후배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