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
나를 되살리는 이타와 돌봄의 윤리학
지카우치 유타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어째서 사람들의 마음은 서로 엇갈릴까?’
‘왜 타인을 위하는 선한 마음이 헛돌고, 때로 상대방을 상처 입힐까?’
한번쯤 질문해보았을 문장이다. 지금 우리에게 이러한 상처가 서로의 다정함에 생채기를 내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흔히 ‘좋은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상대를 위해 건넨 말과 행동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믿음이 얼마나 자주 오해받고 다른 방향으로 가닿는지에 대해 말한다. 왜 우리는 다정하게 건넨 말로 상처를 주고, 누군가를 위한다고 한 선택이 오히려 거리를 만들게 되는 걸까. '독선적인 선의의 실패'는 선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놓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임을 짚어낸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타인을 향한 마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돌봄과 이타를 ‘소중한 것’이라는 기준으로 다시 정의한다. 돌봄은 타인의 소중한 것을 함께 아끼는 일이고, 이타는 그 소중한 것을 나의 것보다 앞에 두는 선택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는 그 ‘소중한 것’이 더 이상 공통된 가치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누군가에게는 배려였던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침범이 되고, 다정함은 때로 상처로 남는다. 그래서 돌봄과 이타는 더 이상 마음의 크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타인이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어긋남을 감수하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저자는 ‘마음은 알 수 없다’는 우리의 익숙한 생각으로 인한 멈춤 자체가 관계를 단절시킨다고 말한다. 마음은 깊이 숨겨진 것이 아니라, 관계와 상황 속에서 계속 드러나고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가가려는 시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견디는 태도에 가까워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이타는 결코 매끄럽게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필연적으로 갈등하게 된다. 나의 기준과 충돌하고, 때로는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바로 거기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타인을 향한 선택은 결국 나를 바꾸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타는 누군가를 위한 행위라기보다, 내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는 하나의 계기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김혜진의 「관종들」이라는 단편소설이 떠올랐다.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인물의 모습은 우리가 타인을 향해 내미는 마음이 얼마나 쉽게 어긋나는지를 보여준다. 선의에서 출발한 관심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관계는 더 미묘하게 틀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무관심한 것이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무심함은 또 다른 방식으로 거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서로에게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반대로 아예 개입하지 않으려는 두 극단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타인에 대한 관심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건네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무엇이 배려이고 무엇이 침범인지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태, 바로 그 모호함 속에서 다정함은 종종 방향을 잃는다.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가 말하는 문제의식도 이와 연결된다.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선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타인이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지 못한 채 다가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은 쉽게 드러나지 않기에, 다정함은 언제든 오해받을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좋은 마음’ 자체가 아니라, 그 마음이 닿는 방식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맥락이라는 점을 이 책은 계속해서 환기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