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없는 육체』 , 김곡 작가, 교유서가

우리는 보통 ‘몸’을 ‘모양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날씬한 몸, 근육 있는 몸, 예쁜 몸처럼 항상 눈에 보이는 형태로 평가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전제를 전복시킨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보고 있는 ‘몸의 모양’은 사실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이라고 말한다. 즉 몸은 원래부터 고정된 형태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계속 바뀌고, 해석되고, 만들어지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모양 없는 육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제목에서 무척 끌렸는데 무언가 정확하게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이미 감각하는 것들에 의해 몸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모양 없는 육체』는 몸을 이야기하지만, 그 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개인을 넘어 타인과 사회의 방식까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늘 몸과 함께 살아왔지만, 정작 몸을 하나의 존재로 사유해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몸은 관리해야 할 대상이고, 개선해야 할 프로젝트이며, 때로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몸은 내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함께 살아내야 하는 타자라고 말한다. 더 나은 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감시하고, 평가하고, 교정하는 삶. 다이어트와 운동, 성형과 보정 앱은 거의 일상적인 수행이 되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현상을 외모지상주의로 환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이어트, 딥페이크, 스토킹, 가스라이팅 같은 전혀 다른 현상들이 사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고 본다. 몸이 더 이상 세계와 관계 맺는 통로가 아니라, 내가 끊임없이 통제하고 조형해야 할 대상으로 바뀌었을 때, 타자 역시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변한다. 그래서 타자를 존중하는 감각이 약해지고, 관계는 지배와 조작의 방식으로 기울어진다.
특히 “타자가 사라졌다”는 저자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에는 외부에 있던 타자가 이제는 몸 안으로 들어왔고, 우리는 자기 몸과 싸우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뱃살과 체중, 피부와 근육이 더 이상 단순한 신체 상태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적’이 된다. 이때 몸은 더 이상 나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제거하거나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전쟁의 방식은 점점 더 폭력적이고 집요해진다.
이 책은 우리가 정말 몸을 사랑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혹은 우리가 말하는 ‘자기관리’가 사실은 자기혐오의 다른 표현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돌보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부족한 존재로 규정하며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글은 과감하고 급진적으로 느껴진다. “다이어트가 성행할수록 스토킹이 유행한다”는 식의 연결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말하려는 핵심은 몸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면, 세계를 대하는 방식도 함께 바뀐다는 것.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변화를 충분히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