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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rainyday_mk  2025/10/04 18:24
  • 걷다
  • 김유담 외
  • 14,400원 (10%800)
  • 2025-09-20
  • : 4,850


『걷다』, 열린책들 하다 앤솔리지1


『걷다』는 다섯 명의 소설가가 걷기를 제각기 다른 목소리로 풀어낸 앤솔러지다. “하다”라는 가장 단순한 동사에서 출발했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오히려 삶의 가장 근본적인 결이 드러난다.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 — 이 다섯 작가의 소설은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결국 걷기가 삶을 다시 묻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김유담의 「없는 셈 치고」에서 주인공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며 “발바닥이 쓰라렸다. 그보다 더 쓰라린 건 마음인지도 몰랐다”라고 말한다. 그 문장에서 나는 걷기가 마음의 무게를 드러내는 몸짓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성해나의 「후보(後步)」에서는 38년간 철물점을 지킨 인물이 뒤로 걸으며 자기 삶을 반추한다. 걷기가 시간이 아니라 기억을 되짚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주혜의 「유월이니까」는 가장 절박한 순간에 발이 어떻게 생명을 붙잡는지를 보여준다. “살려고. 기를 쓰고. 걷고. 뛰는 거예요”라는 말은 걷기가 생존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이어지는 임선우의 「유령 개 산책하기」에서는 상실의 자리에서조차 걷기가 위로와 동행의 행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령 개와의 산책은 목적지 없는 느릿한 길이지만, 그 느림 속에서 오히려 삶이 회복된다.

마지막으로 임현의 「느리게 흩어지기」는 산책을 “흩어지기 위해 꾀를 내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걷는다는 것이 모으는 일이 아니라 흩어내는 일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걸을 때마다 환기되는 감각, 불현듯 떠오르는 사유가 있다. 하지만 오늘날 걷기는 사색이 아닌 일부러 시간을 내어야만 가능한 행위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또는 건강을 위해 쫓기듯 걷는 것 같기도. 그래서 이 소설집의 문장들은 '걷다'의 행위,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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