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의 독서』,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우대한 생각들, 특별증보판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저작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책으로 『청춘의 독서』를 꼽는다. 그 이유는 이 책에 자신의 감정과 사유가 가장 많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이 주로 지식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청춘의 독서』는 그가 읽어온 책들을 바탕으로 삶과 인간, 사회와 역사에 대해 품어온 생각과 감정을 풀어낸 글이다. 이번 특별증보판에는 새롭게 「자유론」 편이 더해졌다. 저자가 오래전부터 아끼던 책이기도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격랑 속의 정치 현실을 이해하고 견디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처음 집어 들었던 순간을 생생히 떠올린다. 대학입시를 앞둔 불안한 시절, 그는 밤을 새우며 이 소설을 읽고 “선한 목적을 위해 악한 수단을 써도 되는가”라는 질문 앞에 붙잡혔다. 가난은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도 연결된 문제라는 직관은 이후 그의 사유를 이끄는 출발점이 되었다. 결국 그는 도스토옙스키와 마찬가지로 악한 수단으로는 결코 선한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세상을 바꾼 것은 소수의 ‘비범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다수가 스스로를 구원해온 과정이라는 사실을 역사 속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그에게 또 다른 충격을 안겼다. 『공산당 선언』이 무거운 현실에 짓눌린 영혼에게 투쟁의 신념을 불어넣었다면, 리영희의 글은 그것을 한국의 현실 속에서 다시 묻도록 했다. 과연 인간은 연대와 사명감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가? 이기적 욕망을 억누르고도 지속될 수 있는 사회란 가능한가? 그는 이 물음 앞에서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했다. 이상과 현실, 신념과 인간 본성 사이의 균열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진짜 지식인의 출발점일거라고 생각했다.
특별증보판에 새롭게 실린 『자유론』은 저자가 나이 들어 다시 붙잡은 책이다. 밀의 자유주의는 “스스로 설계한 삶이 가장 적합하다”는 개인 선언으로 다가왔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그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는 주장에 그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세상에 태어날 때 주어진 운명은 누구도 선택할 수 없지만, 원하는 삶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깨달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청춘의 독서』는 저자가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오늘 다시 펼치며 건네는 대화다. 책은 독자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어떤 책을 통해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가?” 나는 이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꾸준히 책은 읽어 오고 있지만 그것이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말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읽는 것과 사는 것은 간극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청춘의 독서』를 읽으니 누군가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청춘의 시절, 저자가 책 속에서 길을 찾았듯, 나 역시 책과의 대화 속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지금 자신만의 길을 묻고 있는 이들에게 기꺼이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서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