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열린책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소설 『그녀를 지키다』는 2023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같은 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소설은 20세기 초부터 중반까지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조각가 미모와 귀족 가문의 딸 비올라 사이의 사랑과 예술, 정치적 격변을 그린다. 이 시기는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이 집권하던 때로 파시즘의 부상과 전쟁의 그림자 속에서 개인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미모는 왜소증을 가진 가난한 집안 출신의 조각가로, 어린 시절부터 조각에 대한 열정을 품고 성장한다. 그는 오르시니 귀족 가문의 딸 비올라를 만나고 우정을 나누며 그녀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다. 비올라는 귀족 소녀이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인물로 외부세계에 대해 차갑고 거칠게 반응한다. 그것은 자신을 억압해온 세상에 대한 무언의 저항이자, 상처를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로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이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길 갈망한다. 비올라는 미모를 통해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두 인물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지킨다’는 것은 이 소설에서 미모가 비올라를 향해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올라가 미모에게 선물한 신뢰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는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보호란 무엇인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지킨다는 말은, 때로 얼마나 교묘하게 자유를 빼앗는 폭력이 될 수 있는가?
미모는 왜소증을 가진 가난한 집안 출신의 조각가로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이다. 그러나 그는 비올라를 만남으로써 처음으로 ‘지키고 싶은 누군가’를 갖게 된다. 그가 비올라를 데리고 도망치고, 감추고, 끝내 무언가를 하지만 그 과정은 “유폐”라는 단어는 독자를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지게 한다.
비올라는 보호받기를 원한 걸까, 아니면 이해받기를 원한 걸까? 그녀가 처한 세계, 가정, 그리고 제도는 모두 그녀를 위해 움직였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녀의 목소리는 침묵시켰다. 이러한 맥락으로 바라봤을 때 이 작품은 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누군가를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의 불안과 소유욕을 포장하고 있는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서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