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인간의 내면에 불안을 관찰하는데 있어 독보적인 능력을 가진 작가로 자기매김"한 토베의 자전적 소설, <의존> 을 읽으며 사람들의 불안한 원인은 다르지만 다양한 불안 속에서 사는 인간들의 내면으로 연결지어 본다.
그가 불안했던 원인은 '정착'할 줄 모르는 그의 사랑의 욕망,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을 약물로 채우려했던 나약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펜하겐 삼부작 2,《청춘》에서 토베는 글쓰기의 열정을 보였고, 출판을 위해 용기를 냈다. 그리고 작가이자 비평가인 비고 F. 묄레르와 만나면서 문학계로 진출하게 된다. 이어 <의존>의 첫장면은 비고 F와의 무미건조한 결혼생활로 시작된다. 작가로서의 토베의 삶은 순탄한 편인가. 하지만 작가가 아닌 토베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비극적인 여성작가의 삶"으로 마무리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삶을 그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냉정함으로 일관하여 자신의 결점과 삶을 글로써 남겼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독자의 몫일테지만, 자신의 삶에 어떤 원망이나 자책도 없이 미화시키지 않고 써냈다는 것이 가치롭게 느껴진다.
토베는 작가로서 인정받았고 유명해졌음에도 어떤 타인의 시선에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어떤 윤리적인 것으로부터도 자유롭다. 거기에서 나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읽었고, 나는 나의 삶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인식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토베 디틀레우센는 "젊음 그 자체는 그저 덧없고 연약하며 잠시뿐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통과해야 한다. 젊음에 그 밖의 의미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다. 그가 통과한 그의 젊은 시절, 청춘은 "당장이라도 없애 버리고 싶은 하나의 결함이자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젊음', '청춘'에 대한 그의 생각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이 그러했듯 <청춘> 역시 내 인생의 한 시절, 통과해야만 하는 시간일 뿐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토베, 가난한 여성 노동자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단 하나의 꿈,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토베는 쓴다.
준비된 자라고 할 수 있을까? 기회가 올때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것, 그렇게 시인이 되었다.
토베의 데뷔작,
네 작은 목소리를 들어 보지 못했어
네 창백한 입술은 내게 미소 지은 적도 없지
그리고 네 작은 두 발의 발길질
그건 내가 영영 볼 수 없는 일
글은 너무나 담담하고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여진다. 그 시선이 좋았고, 편하게 읽히지만 여운은 오래 남는다. 누구나가 느꼈을 감정 속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내가 겨우 스무 살이라는 걸, 그런데 마치 한 세대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 온 듯 느껴진다는 걸. 이 녹색 공간 너머에 있는 삶들은 나를 지나쳐,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마치 케틀드럼과 톰톰 소리에 맞춘 듯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겨우 스무 살밖에 안 됐지만 나의 매일은 먼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내 위에 내려앉는다. 어느 하루는 다른 모든 날들과 닮아 있다.
- P12
이제 가을이고, 나는 목에 오실롯 털가죽을 댄 검은 코트를 입고 숲속을 이리저리 걸어 다닌다. 내 세계가 다른 여자들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느낀 나는 동행 없이 혼자 걷는다. 그들과는 식사 시간에 그저 피상적인 대화만 나눌 뿐이다.
- P44
"이제 우리는 아버지고, 어머니고, 아이고, 그렇네요. 정신적인 보통 가족이 됐어요." 그러자 에베가 묻는다. "왜 정상적인 보통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당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데." 그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이 되는 건 내가 기억하는 한 아주 오래 전부터 내가 원해 왔던 일이다.
- P81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거기 있다. 우리는 춤을 추고 축하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이 역사적인 사건은 내 의식 속에 정말로 스며들지는 않는다. 나는 언제나 어떤 일이 일어나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것을 정말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일이 거의 없다. 우리는 등화관제 커튼들을 뜯어내 갈기갈기 찢어질 때까지 짓밟는다. 우리는 행복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