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말해두자면, 아래 거론되는 인사에 대해 나는 개인적인 감정이나 원한은 없다. 많은 이들이 한 번쯤 접했을 법한 그의 ‘욕설’ 파일 또한 들은 바 없다. 그야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긴 하지만. 아무튼.
엊그제 심상하게 인터넷 뉴스를 뒤적거리다 매우 충격적이고 불쾌한 기사를 하나 접했다.
대선 출마에 따른 '레임덕' 우려에 "저는 아직 다리 절지 않는다"며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도지사 선거 때문에 사퇴하기 전날까지도 제 할 일을 다 했다. 언제가 이 직을 떠날 텐데 떠나기 전부터 할 일 못 하면 안 되죠"라고 했다.
저 발언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 그는 ‘다리를 저는 것’이란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자신에게 ‘장애’가 없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실제 자신의 장애에 대해 그가 갖고 있는 생각을 엿볼 수도 있다. 그의 장애는 1)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거나 2) 본인에게는 대단한 콤플렉스다. 무엇이건 간에 평소 ‘어려웠던 시절에 입은’ 자신의 장애를 강조하는 사람이 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발언이었다. 심지어 사석도 아닌 경기도 간부회의 자리에서였다.
사실 나는 저 기사를 보고 그의 ‘보은인사’나 ‘레임덕’ 운운보다 저 장애혐오적 표현이 매우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떤 언론도 저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2차로 충격을 받았다. 우리 사회의 차별 감수성이 아직 이 정도도 안 된다고? 아, 우리 ‘언론’의 감수성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될 바는 아니다.
‘말 꼬투리’ 잡고 시비 걸지 말라고 하지 말라. 평소 내가 하는 말이 곧 나이고, 내가 해온 행동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된다. 말과 행동을 제외하면 무엇이 남는단 말인가.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제 영혼이 저예요, 이딴 소릴 할 텐가? 그래서 나는 그가 말하는 어떤 차별철폐나 평등 정책도 믿지 못하겠다. 저런 가치관을 갖고 있고, 그것이 문제인 줄도 모르고, 그래서 그것을 공공연히 내뱉고, 따라서 물론 그것을 성찰하지도 않는 자가 대통령이 되어도 좋은가? 정말? 하긴, ‘덜 예쁜 아가씨를 골라야 서비스가 좋다’는 자도 대통령을 한 역사가 있으니 크게 놀랄 일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나는, 원래 그 당에 내 표를 줄 일도 없었지만 (내 도장은 늘 1, 2번보다는 뒷번호에 찍혔다) 저이에게 내 한 표를 내줄 수는 도저히 없을 것 같다. 박 모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1년 동안 모든 뉴스를 끊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나는 ‘김학의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왜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한참 나중에 알았다) 부디 내년에도 그럴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때는 1년이 아니라 5년이 될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