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이름 없는 자의 이름

시골에서 포도가 왔다. 이 지역 @@ 택배는 하필 우리 동네가 맨 마지막 경로라서 빨라야 저녁 7시, 늦으면 10시 넘어서도 도착하는데 시골에선 그 전에 쓰던 ## 택배보다 더 편한지 요즘은 땡땡 택배를 주로 이용해서 물건을 보내신다. (그 택배는 느으으읒게 온다고 백 번이나 말했는데 그래놓고 왜 6시만 되면 택배 안 갔냐고 전화하는지 모를 일)


아무튼 다른 시골은 모르겠지만 그쪽 시골은 요새 포도농사가 대유행인지 (이 포도 가격 급락은 시간 문제) 비싸기로 소문난 샤인 뭐시기 포도 몇 송이를 보내왔다. 한데 그래도 요즘은 7-8시 정도로 양호했던 도착 시간이 지나도 택배는 올 생각을 안 한다. 마침 빡세게 운동하고 온 날이라 졸음이 쏟아졌지만 9시까지 기다렸다. 실시간 배송위치에 따르면 우리집은 이미 배달을 마쳤어야 하나 남아 있는 택배 물량을 보니 음... 비도 오는데 마음을 접어야겠다.


9시가 좀 넘어 택배 도착 연락을 기다리다 못한 모친이 친히 전화를 했길래 받자마자 “택배 안 왔어~ 잘 거야. 내일 새벽에 확인할게” 하고 냅다 불 다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밖에서 누가 벨을 누른다. 다른 택배는 그냥 현관 앞에 놓고 가는데 이 집은 밤 늦게 올 때면 늘 벨을 누르고 간다. *(@&^@$!%!@)*&)_#+()&*^& 여기서 1차 짜증.


어휴, 스티로폼 상자가 무겁기도 하다. (1.5차 짜증) 테이프도 꽁꽁 싸매놨다. (제거하느라 1.8차 짜증) 열어봤더니 파는 것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밀도 빽빽한 포도가 가득 들어 있다. 그런데 하나 들었더니 포도알이 우수수 떨어진다. 너무 익은 건지 시든 건지, 여섯 송이 중 두 송이가 지들이 봉숭아도 아니면서 손 대면 톡 하고 알알이 떨어져 나갔다. 다른 송이에서도 몇 개씩의 탈락자가 나오면서 포도알만으로 4.8리터 거대한 밀폐용기가 가득 찰 지경이었다. 원래는 포도가 오면 식기세척기로 과일 씻기에 도전해 볼 참이었는데 망했. 알알이 씻어서 통에 넣었다. 2차 짜증.


송이를 유지하고 있는 나머지 포도들은 너무 커서 밀폐용기에 2개씩이 안 들어갔다. 요리조리 넣으려고 꼭지도 좀 잘라보고 위치도 좀 바꿔보고 해서 겨우 한 통에 2송이씩 욱여넣었다. 여기서 포도알들이 또 떨어진 건 덤. 이 과정에서 3차 짜증.


갈무리를 다 하고 보니 열 시다. 아오 잘 시간 또 지났네. 4차 짜증.


그나마 다행인 건 9시 40분에 전화한 부친에게 짜증은 안 냈다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엔 짜증이 바로 신체 증상으로 발현된다는 거다. 짜증과 함께 약한 편두통이 올라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왜 몸이 전보다 짜증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지 다음 진료 때 물어봐야겠다. 혹시라도 짜증으로 점철된 이 글을 읽고 짜증 났을 분께는 심심한 위로와 사과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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