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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자의 이름

어제가 김대중 대통령 기일이었나 보다. 때가 때인지라 많은 정치인들이 그를 기린다며 한마디씩 보탰다. 경제위기 극복에 뭐에 뭐에 뭐에.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그의 최고의 업적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건 바로 우리나라를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로 만든 것이다. 생전에 그의 실물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퇴임 후 사형제 폐지와 관련한 한 행사에서였다. (그런데 나는 거기 왜 있었던 거지?) 그는 노쇠한 몸을 이끌고 연단에 올라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짧은 연설을 하고 내려왔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 나지 않지만 마음을 울리는 연설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그가 우연히 혹은 망설이다, 또 혹은 국제 사회의 눈이 무서워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그 자신이 사형수였던 경험 때문이었는지 자신의 종교(천주교) 때문이었는지 다른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그는 사형제 폐지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것은 그의 가장 큰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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