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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님의 서재
  • 연애도 계약이다
  • 박수빈
  • 13,500원 (10%750)
  • 2019-03-29
  • : 208
하나 둘씩 나이를 쌓아올려 가면서 사람을 볼 때 여러 가지 기준을 가지게 되었다. 성격은 어떤지, 취미는 무엇인지, 가치관은 비슷한지.. 이런 기준을 종합해 누군가를 만날 떄 들이는 돈이나 시간만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관계를 지속하고 아니면 서서히 멀어지는 나만의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 정도 되니 인간 관계도 어느 정도의 투자, 계약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속물이다 싶으면서도 시간과 돈에서 부자유한 속인이다보니 내 생각에 좀 더 타당성을 주기로 했다.

사람이 맺는 수 많은 관계 중 돋보이는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연인관계’를 내세울 것이다. 다른 관계들도 정신적 교류는 기반으로 하지만 특별히 연인관계는 ‘신체적 교류’ 도 플러스된다. 이 은밀한 교류는 타인과 조금 더 긴밀한 결합을 할 수 있게 한다. 크게 보면 온 인류가 대를 이어 가게 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고개를 빼어 둘러보면 영화고 책이고 온갖 곳에서 사랑, 사랑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사랑은 환상적이다. 어떤 굴곡이 있더라도 끝끝내 극복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당연히’ 연애를 해야 한다 생각하고 그 결실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 저것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채로.

그 때문인가 이것 저것 재보지 않고 시작한 사랑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모든 사람이 다 다르듯 그 둘이 엮어내는 이야기도 같을 수 없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둘 사이의 일’이라는 이유로 벌어지는 ‘인권 침해’가 너무도 많다. 가볍게는 사생활 감시한답시고 핸드폰을 몰래 보는 일이나 상대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가스라이팅. 요즘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데이트 폭력’ 과 ‘디지털 성범죄’까지. 특히나 피해자가 대개 특정 성별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사랑이라는 확실하지도 않은 감정을 위해 심하면 본인의 목숨도 걸게 되었다. 여기에 ‘사랑’ 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가.

‘연애’와 ‘계약’이라는 서로 다른 성질의 두 단어를 연결짓는 제목이 사람들에게 여러 물음표를 띄우겠거니 싶었다. 허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연애를 계약에 비유하고 법제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이 책이 지금 나오지 않았더라도 머지 않은 미래에 나왔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크게 두각을 드러내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시간들을 만들어 가는데, 이것 저것 재보고 비교해 보고 관계를 맺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순간의 감정에 혹해 관계를 시작하기엔 확인하지 못한 충돌 요소가 시시각각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혹시나 내 솔직한 의견에 그 사람이 애정을 거두어 갈까 두렵다면 그런 사람은 애초에 쳐다보지도 않는 게 좋다. 상대의 눈에 들기 위해 나를 바꾸는 것은 애초에 오래 가지 못할 것이거니와 자기 입맛에 맞춰 상대를 바꾸려는 사람도 좋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애는 상호 존중과 신뢰가 기반이어야 한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절대적이지도 않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연애인데 나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사람과 상황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손절’ 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짚신도 짝이 있단 이야기가 괜히 있을까. 당장 눈 앞의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만날 사람들은 만나게 되어있다. 물론 누군가를 만나려면 그에 걸맞는 노력도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맞음. 어쨌든 누구든 연애를 한게 된다면 이 책의 부제처럼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로운 속에서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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