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류 경제학이 기득권(1%)의 이익을 대변하며 99%의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주류 경제학이 내세우는 ‘자유시장은 언제나 효율적이며 스스로 균형을 찾는다’는 명제를 철저한 허구로 규정하면서 시작한다.
이어서 정부 부채가 국가를 파산에 이르게 한다는 ‘긴축 프레임’은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조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밀턴 프리드먼의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화폐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비판하며, 현대 신용화폐 사회에서는 통화량 자체보다 가계 소득과 공급망 요인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전체적으로 경제학이 수학적 수식 뒤에 숨겨온 정치성을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서 고발하며, 대중이 경제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경제학의 민주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는 책이다.
저자 윅스의 분석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적으로 보여주지만, 현대 학술 경제학 및 실증 연구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학술적 한계를 지닌다.
1. 주류 경제학에 대한 '허수아비 때리기(Straw Man Fallacy)'
• 한계) 윅스는 주류 경제학을 1970~80년대 유행했던 극단적인 시카고 학파식 시장만능주의나 통화주의로 단순화하여 공격한다.
• 비판) 현대 주류 경제학(새케인스학파 등)은 시장의 실패, 정보의 비대칭성, 행동경제학적 결함, 독과점의 폐해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다. 현대 경제학자들을 단순히 '1%의 이익을 수호하는 꼭두각시'로 매도하는 것은 학문의 발전상을 무시한 과도한 일반화일 뿐이다.
2. 거시경제적 트레이드오프(역관계)의 단순화
• 한계) 저자는 정부의 재정 적자와 공공 부채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묘사하는 경향이 강하다.
• 비판) 통화 주권을 가진 국가(미국, 영국 등)라 할지라도 무제한적인 재정 지출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에게 심각한 자본 유출과 외환위기,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윅스의 주장은 베네수엘라 등에서 나타난 포퓰리즘 경제학의 파멸적 결과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3. 인플레이션 메커니즘의 자의적 해석
• 한계) 화폐 공급량 증가와 물가 상승의 연결고리를 지나치게 부정한다.
• 비판) 장기적으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점은 수많은 실증 데이터로 증명된 사실이다. 윅스는 단기적인 신용 결제 수단의 다양화를 이유로 화폐 공급의 거시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실증적 오류를 범했다.
4. 논리적 허구성과 선동성
대중 선동적 성격이 강한 서적 특성상, 엄밀한 학술 논리보다는 이분법적 구도에 의존하는 허구성을 보이고 있다.
• 99% 대 1%의 극단적 이분법: 복잡한 현대 사회의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모든 경제 정책의 실패를 1%의 '음모'나 '사기'로 치부하였다. 이는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구조적이고 복잡한 정책적 대안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는 아무런 대안이 되지 못한다.
• 이데올로기적 편향성과 확증 편향: 케인스주의, 마르크스주의, 베블런의 제도주의적 시각만을 정답으로 상정하고, 이에 반하는 시장 메커니즘의 긍정적 기능(인센티브 제공, 자원 배분의 효율성, 기술 혁신 유도 등)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결론)
이 책 <1%를 위한 나쁜 경제학>은 불평등이 심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서민 중심으로 전환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 진영을 ‘사기꾼’으로 규정하는 극단적인 도그마와 거시경제적 제약 조건을 무시한 대안 제시로 인해,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적 팸플릿에 가깝다는 학술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책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