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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얼이님의 서재
  • 테스카틀리포카
  • 사토 기와무
  • 18,000원 (10%1,000)
  • 2023-01-19
  • : 3,462

그다지 사전지식 없이 덜컥 구입한 책이었던지라, 예상과는 너무 다른 내용에 처음에는 읽으면서 많이 당황했다.

관심1도 없는 멕시코 이야기에 아즈테카 문명인지 머시기인지 계속 나오질 않나....-_-

게다가 폭력물을 원하긴 했지만, 결코 이렇게 잔인한 학살 장면을 보고 싶진 않았다 ㅠ_ㅠ

하지만 워낙 잘 쓰여진 완성도 높은 소설이라는 점만은 분명했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상세하고 구체적인 관련지식이 돋보이는 스토리 전개 등등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했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에는 히어로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악당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도 나쁜 놈보다 더 나쁜 놈의 자웅을 겨루는 정도랄까. 사건 해결을 하거나 나쁜 놈들을 처단하기 위해 활약하는 정의의 사도가 단 한 명도 없다. 경찰이 나오긴 하는데 부패경찰이다 ㅋㅋ

사실 그렇다. 현실에서 누가 슈퍼맨 배트맨처럼 오로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려고 할까? 설령 있다고 해도 사회 시스템이 순순히 그 영웅의 의지대로 기능하는가? 차라리 이 소설 속의 스에나가 같은 악당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끔찍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끔찍한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세계다. 그렇기 때문에 나 같은 독자들이 폭력을 혐오하면서도 폭력물에 끌리는 것 아닐까? 지나친 자기합리화일까? (혹은 뭔가 다른 심층적인 심리가 작동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내게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소설 중반부까지는 악당 발미로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실제로 소설의 분량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소설 초반부와 결말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진짜 주인공은 코시모였다. 그런데 정작 코시모가 등장하는 비중은 전체 분량 중에서 그다지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체감상으로는 말이다. 이것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발미로가 아닌 코시모여서 진심으로 안도했다. 같은 살인자라도 진짜 악마가 있고 그렇지 않은 자가 있으니까. 코시모는 마치 정글북에 나오는 모글리처럼, 선악의 구분이나 문명조차 초월한 태초의 원시적인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그런 코시모가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특정 범주의 감정을 초월해, 그저 준타라는 어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인 발미로와 대결할 때는 일말의 감동마저 느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글의 초반부에 농구공 때문에 자신의 친부를 죽였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음. 역시나 현대문명이 규정하는 선악의 구분을 초월한 캐릭터가 맞는 것 같다.

선이란 무엇이고 악이란 무엇일까?

진부한 질문이지만, 발미로와 코시모를 떠올리며, 책을 덮으며 소소하게 자문해본다.

그 답은 명쾌하게 나오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부할 정도로 계속 제기되는 주제가 아닐까 한다.

답을 내기보다는, 그 답을 내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행위 자체에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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