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는 어떻게 할거니.'
coolguy264 2010/11/1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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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아비춤
- 조정래
- 10,800원 (10%↓
600) - 2010-10-04
: 11,273
잊을만하면 미디어에서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어대는 수조원대의 비자금조성, 불법 경영 승계, 그리고 대기업 돈을 받아먹고 기생하며 그들의 비리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수많은 공직자들과 정치인에 관한 이야기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주제까지 다룬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 춤>은 처음에 재미에 대한 기대보다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감명깊게 읽은 한 독자로서 작가에 대한 의리로 구매하게 된 책이다.
경제 민주화해야되고 대기업이 나쁘다는 소리하는 그저 그런 소설이겠거니라고 생각한 순간 작가는 내 뒷통수를 '딱'하고 때린다. 보는 내내 아찔아찔했다. 몇천억, 몇조가 오고가는 비자금과 불법승계현장을 진두지휘하는 3인방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고 무심코 감정이입을 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내 모습에 우선 놀랐고 대기업의 비리에 대해서 누구보다 육두문자 섞어가며 욕했던 내가 생각보다 촘촘하게 짜여있는 '돈'의 위력 앞에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앞에 무력하게도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놀랐다. 나는 어느새 부정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어주고 그에 대한 댓가를 받아 그 돈으로 멋진 인생을 사는 일광그룹의 3인방이나 나나 다를게 뭐가 있나 싶었다.
누군가가 내 얼굴 앞에서 '그래, 너도 어차피 똑같은 놈이야.'라고 비웃음 한바가지를 퍼붓는 것 같았다. 뒤늦게 돈의 위력 앞에 자유로울 수 있겠냐며 때늦은 자기위안을 해보았지만 내 자존심은 이미 걸레짝이었다. '정의'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으나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불의'에 대한 소극적인 동조가 아니던가. 누군가 앞에서 실컷 나불댔던 내 말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너는 어떻게 할거니?'라는 질문앞에 나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리고 그 대답은 얼마나 진실할 수 있을까. 사실 누가 '돈'의 위력앞에 초연할 수 있겠는가. 단발성으로 흘러나오는 대기업들의 부정한 치부를 욕하고 비판하기는 쉬우나 정작 그들이 휘두르는 '돈' 앞에 무력해지고 자발적인 복종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내가 어릴때부터 습득했왔던 지독히도 나쁜 습관이자 올가미이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간의 상속재산으로의 불화는 이미 낡은 삼류 스토리가 되어버렸고 천상천하 유금독존의 지옥불 속에 떡하니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내 모습이 오늘 따라 더더욱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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