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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미술관에서 외국어 공부하기
포르투갈계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 브라가 헤드쿼터에서 단색화의 남춘모 작가 전시를 한다고 한다. 전시 서문이 SSS급으로 근래 읽었던 것 중 가장 좋다. 현란한 드리블을 하면서도 간결한 어휘로 정교하게 쓴 글이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이어받다, 재료의 정직함, 색깔을 줄인 단색면, 의례적 과정, 일렁이는 표면 같은 어휘선택이 일품이다. 마음 속으로 탄복했다.

순서는 이렇다. 더불어 왜 좋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해보자면

작가 설명(관객이 잘 모르고 관심없는 가족관계 학파 사적정보 제외하고, 한국전쟁의 여파에서 태어났다는 시대성 부각하여 미술사조의 시공간 제공, 이 작품이 언제 어디의 것인지, 나아가 이미 존재하던 의미있는 운동이었다는 뉘앙스를 인헤릿-이어받다 한 동사로 처리)

단색화 운동 깔끔하게 서술하고, 작가는 주어진 사조 위에 무엇을 더 첨가해서 차별화했는지 설명(건축과 조각성)한 후 작가의 작업방식 압축해 묘사. 작업방식으로 인한 작업의 시각적 효과 설명

바로 이어 작가의 말을 직접인용해 생생한 리얼리티 부여. 색에서 빛으로 감각이동

반복을 통한 종교적 의식이라는 의미 부여하면서, 동사 나열을 통해 반복 리듬감 형성하는 내용과 문체의 합일, 영민한 선택

손으로 만든 노동집약적 예술 강조, 명상 전통, 정신성, 개인 서사 등 추상명사로 개념의 범위 확장

재료의 질감 섬유와 그로 인한 효과 설명 그로 인해 명상을 소수가 영위하는 그림 앞의 단기간 체류가 아니라 다수의 관객도 즐길 수 있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의식으로 승화.

자연 환경을 언급해 장소특정적 예술과 생태예술로 외연 확장하며 동시에 갤러리의 콜렉팅 계보에 리차드롱과 함께 정초해 관객의 기억 환기하며 왜 단색화인지 왜 이 작가여야만하는지 의미부여

글이 좋다. 현학적인 평론의 언어로 뽐내지도 않고 유명이론가를 주워섬기지도 않고 한국의 전통서사를 강요하지도 않고 못 알아든는 고유명사를 남발하지도 않고, 미술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이라도 커피 한 잔 마시고 테라스에 앉아 읽을 때 충분히 다 읽을 정도로 짧은 분량(4문단)을 유지하면서도 읽는 이가 글의 통통튀는 어휘선정과 표현에 감탄하며 내용이 쏙쏙 이해되게 썼다. 이 글 쓴 큐레이터 정말 칭찬받아야한다

//서문번역//
1961년 대한민국 영양에서 태어난 남춘모 작가는 현재 한국 대구와 독일 쾰른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한국의 단색화 기법을 이어받았습니다.(inherited the language of Dansaekhwa)

단색화는 전쟁이 끝나고 군사 독재가 이어지던 시절, 한국 예술가들이 시작한 미술 운동입니다.

당시 예술가들은 서양에서 들여온 것도 아니고, 옛날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아닌, 한국만의 특별한 미술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sought a distinctive visual language that was neither a Western import nor a nostalgic tradition) 그래서 색깔을 줄이고 주로 한 가지 색만 사용해 그림을 그렸습니다.(working in reduced, often single-colour fields) 남춘모 작가는 반복, 절제, 재료의 정직함(repetition, restraint and material honesty) 같은 단색화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을 더 발전시켰습니다.

그림을 넘어 조각이나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건축의 느낌까지 작품에 담아낸 것입니다. (pushed his practice further, opening it toward sculpture and the process of construction.)

그는 합성수지(레진)를 발라 딱딱하게 만든 천을 캔버스 위에 붙여서 촘촘한 고랑과 이랑 모양의 구조를 만듭니다. 이 구조들을 리듬감 있는 선으로 배열한 뒤, 아크릴 물감으로 표면을 칠합니다.

(He builds his surfaces by pasting resin-hardened fabric into fine ridge-and-groove structures, arranging them into rhythmic lines across the canvas, then working the surface with acrylic colour.) 그 결과 작품은 입체적인 돋을새김 형태(릴리프)가 되어 빛을 머금고 반사합니다.

관람객이 움직일 때마다 작품 표면 위로 빛과 그림자가 함께 움직입니다. 그래서 작품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일렁이는 빛의 표면처럼 보입니다.(never still but rather a continuous, shimmering surface of light)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선을 오직 입체적인 형태로만 사용하여, 선이 빛을 품고 가장 잘 머금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선에 부피감을 주어 이를 표현한다. 나는 계속해서 빛의 변화를 탐구하고 있다.˝

˝I aim to use lines solely as relief so that they embrace light and hold it in place as well as possible,” he says. “I do this by giving line volume. I am continuing to seek the transformation of light.˝

물감, 종이, 먹, 천을 문지르고, 적시고, 접고, 밀어내고, 긁어내는 행위는 마치 종교적인 의식처럼 반복됩니다. (Paint, paper, ink or fabric is worked, soaked, folded, pushed or scraped in repeated, near-ritual gestures)

이렇게 완성된 작품의 표면에는 작가가 쏟은 시간과 손길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그 결과물 모두 명상을 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춘모 작가의 작품은 단 하나의 미술 스타일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전통과 예술 기법, 손재주, 정신 세계, 그리고 개인적인 추억이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그 앞에 가만히 앉아 마음으로 느끼는 예술품이 됩니다. 공간과 구조를 만들어내는 ‘선‘은 재료의 질감 및 감각적인 특징과 함께 작가 예술의 핵심을 이룹니다.

단순하고 날카로운 홈과 자연스럽게 흩어진 부드러운 섬유들이 어우러져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남춘모 작가는 자연 환경을 작품의 주제이자 재료로 삼아 회화(그림)와 조각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었습니다. 그는 레지던시 마당의 모양을 활용해, 그의 대표 연작인 <Spring(From the Earth)>의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에게 매우 친숙한 것인데, 지난 1999년 대지 미술의 개척자인 리차드 롱을 초청해 야외 조각 작품을 만들었고 작품은 지금도 그곳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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