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 드라마 <동궁>에서 특이했던 건 영화 <트로이>나 <듄>에서 들리던 아아아~ 하며 신화적 느낌을 주는 웨일링 우먼 목소리의 삽입이었다. 심지어 헤비메탈이 블랜딩되더니 뒤에 판소리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런 웅장한 허밍과 샤우팅 여성보컬은 듄 OST를 담당한 Loire Cotler가 생각나는데 판소리까지 결합한다면 송소희가 단연 독보적이다. Not a dream같은. 안예은도 자기 색깔이 강한데 송소희가 장엄하고 숭고한 쪽으로 포지셔닝한다면 안예은은 영화 <물의 연대기> 정서의 다크하고, 트라우마 탐색하는 미친년풍으로 포지셔닝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에픽음악이 에스닉음악을 일부 참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소리는 한국적 민속음악이기도 하고.
둘 다 아마 주류 국악계를 벗어나 자기 길을 개척하는데 부단히 애를 먹고 있을테다. 오리지널한 무언가를 창작하는 예술가는 자기 작품뿐 아니라 자기 작품을 감상할 팬마저 창작해야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삼성z폴드의 4:3비율은 이미 LG가,
라인메신저가 베트남에, 인공화랑이 30년 전에 도널드 저드의 미니멀리즘을, 이상은 물리학과 건축학을 문학에, 백남준은 디지털시대를.
모두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보다 너무 빠르게 시대를 앞서나가, 세계가 자신을 따라잡을 때까지 기다리다 지쳐 쓰러지고, 그저 반박자 앞섰던 범부가, 이들이 이미 예고하고 선도한 시장을 대신 먹었다.
그런데 이런 에픽 판소리 음악을 깔려면 스토리도 그만큼 심도깊은 레이어로 뒷받침되어야한다. 네오 소라의 <어느 뻣뻣한 하루, 2025> 같은 일상단편에 울부짖는 멜리스마 창법이 들어가면 이상하다. 행성간 전투, 윤리적 딜레마, 3천 년 정도의 깊이 있는 역사를 다루는 비극적 문학이어야 가사 없이 목소리로만 곡선 형태의 음을 길게 끌며 흐느끼는 허밍 보컬이 의미가 있다. <동궁>은 이세계, K오컬트(데몬=귀신), 호러와 궁정정치물, 시대극이 섞여있는데 에픽이라기엔 2% 모자란 느낌이었다.
한국형 판타지 장편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을 기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_j5GgGdSw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