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반게리온 한문 목판본 읽었다.
기원전 5-3세기 경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사람들은 사도 내습을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지중해 연안에서 전승되던 고대문명의 서사시가 실크로드를 건너 한문으로 기록되고 변형된 판본을 안노 히데아키가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재구성하고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하면서 처음의 설정이 많이 변형되었다.
에반게리온 원전은 생각보다 짧다. 플라톤부터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후대 주석가가 덧붙인 내용이 워낙 많아 지금 분량이 된 것이다. 특히 인류보완계획 부분은 옛 선현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갈렸다고 전해진다.
그동안 비밀에 잠겼던 내용을 자세히 강독한다.
葛城赤木綾波真司侍坐. 碇曰 以吾一日長乎爾. 毋吾以也.
갈성, 적목, 능파, 진사 시좌. 정왈 이오일일장호이. 무오이야
카츠라기, 아카기, 아야나미, 신지가 겐도를 모시고 앉았다. 이카리 겐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내 나이가 너희보다 스코시 많다하나 보쿠 때문에 어려워들 말게나"
葛城赤木綾波真司侍坐. 碇曰 以吾一日長乎爾. 毋吾以也.
갈성, 적목, 능파, 진사 시좌. 정왈 이오일일장호이. 무오이야
카츠라기, 아카기, 아야나미, 신지가 겐도를 모시고 앉았다. 이카리 겐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내 나이가 너희보다 스코시 많다하나 보쿠 때문에 어려워들 말게나"
○ 주석: 갈성은 카츠라기 미사토를 일컫고, 적목은 아카기 리츠코를 이르며, 능파는 아야나미 레이를 지칭한다. 동월은 후유츠키 코조, 부사령관이다. 진사는 일본국 발음으로 신지를 음차한 것이다.
<희>는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들>자를 더하면 뜻이 거듭 나온다. (복수중복) 그러므로 <너희>라고 하는 것이 옳다.
居則曰 ‘不吾知也!’如或知爾 則何以哉
거즉왈 ‘불오지야!’여혹지이 즉하이재
평소에 "나를 알아주지 않는거얌!" 이라고 말하는데 만일 혹시라도 너희를 알아준다면 어떻게 쓰여지겠는가!
葛城率爾而對曰
갈성솔이이대왈
카츠라기가 경거망동하여 대답하기를
巨人機械之國 攝乎異域之間 加之以使徒 因之以崩壞
거인기계지국 섭호이역지간 가지이사도 인지이붕괴
거대한 기계가 있는 나라가 외부의 위협 속에 있고, 사도들의 공격까지 더하여져 그로 인해 세계가 붕괴됩니다.
葛也爲之 比及三年 可使有戰 且知懼也
갈야위지 비급삽년 가사유전 차지구야
제가 맡는다면 3년 안에 싸울 수 있게 만들고 두려움을 알게 하겠습니다.
夫子哂之.
부자신지.
라고 하니 이카리 겐도 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셨다.
赤木! 爾.何如
적목! 이.하여
아카기! 너는 어떠냐?
對曰 絕對心界之理 三賢機之事 赤木爲之 比及三年 可使人機相應 如其補完之議 以俟君子
대왈 절대심계지리 삼현기지사 적목위지 비급삼년 가사인기상응 여기보완지의 이사군자
대답하기를 AT필드의 원리와 마기 시스템의 운용이라면 제가 맡겠습니다. 3년이면 인간과 기계(에바)가 서로 호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인류보완계획 같은 문제는 더 지혜로운 사람을 기다리겠습니다.
○절대심계는 AT필드(Absolute Terror FIELD)를 이른다. 삼현기는 MAGI 인공지능 시스템을 일컫으며, MAGI는 라틴어 magus의 복수로 멜키오르, 발타사르, 카스파르 세 현자에서 유래했다. 인기상응은 인간과 기계가 상호 교감하는 것이다. 기계는 곧 복음기(에반게리온)을 뜻한다. 아카기 리츠고의 위爲(하다)는 석析(분석)을 말한다.
綾波! 爾.何如
능파! 이.하여
아야나미! 너는 어떠냐?
對曰 非曰能之 願學焉. 宗廟之事 如會同 端章甫 願爲小相焉.
대왈 비왈능지 원학언. 종묘지사 여회동 단장보 원위소상언.
對曰 非曰能之 願從命焉. 神人相接之事 如使徒來襲 白羽衣 乘福音機 願爲操初号機者焉
대왈 비왈능지 원종명언 신인상접지사 여사도내습 백우의 승복음기 원위조초호기자언
"제가 잘할 수 있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다만 명을 따르길 원합니다. 신과 사람이 서로 만나는 일 또는 사도가 습격하는 때에 흰 깃옷을 입고 에바에 올라, 그 초호기 파일럿이 되고 싶습니다."
○ 복음기는 에반게리온이다. 조초호기자는 술목(VO)구조다. 조종하다+초호기를+하는 자.
真司! 爾.何如
진사! 이.하여
신지! 너는 어떠한가?
鼓琴希 鏗爾 舍琴而作 對曰 異乎.三子者之撰!
고금희 갱이 사금이작 대왈 이호.삼자자지선!
그 첼로 연주를 드문드문하다가 소리가 희미해지며 툭하고 첼로를 놓고 일어나 대답했다. "세 사람(의 갖고 있는 것=뜻)과는 다르답니다! 지가우요!"
○琴금은 大提琴대제금, 첼로를 이른다. 곧, (서)양금이다. 撰具也. 선, 구야. 선은 갖춤이다. 뒷 내용과 연결되어 志(뜻 지)와 같다.
碇曰 何傷乎 亦各言其志也.
정왈 하상호 역각언기지야.
이카리 겐도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무엇이 나쁘겠는가, 또한 각자 자기의 뜻을 말한 것이다."
曰 莫春者 使徒旣滅 福音機旣藏 同僚五六人 友達六七人 遊乎第三東京市海岸 風乎第一中學 詠而歸
왈 모춘자 사도기멸 복음기기장 동료오륙인 우달육칠인 유호제삼동경시해안 풍호제일중학 영이귀
(신지가) 말하기를 "늦봄에 사도가 사라지고 에바가 봉인되면 동료 5,6인과 토모다찌 6,7명과 함께 제3동경신도시 해변에서 목욕하고 학교에서 바람 쐬고서 노래하며 돌아올거다냥!"
○작중배경에서 늦봄은 곧 맑은 여름이다. 사도멸망과 에바봉인이라는 불가능한 일을 상상한 것이다.
신지의 열망은 정치나 정서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물에 들어가고 즐거이 바람을 쐬고 노래하며 돌아오는 평범한 하루다. 거대한 인류보완계획, NERV 총사령관, 세계를 구하는 영웅을 바라보고 있찌 않다는 뜻이 은연중 말밖에 나타났으니, 친구 몇 사람과 함께 해변을 걷다가 저녁 바닷바람을 맞으며 말없이 돌아오고 싶다는 의중을 표한 것이다.
夫子喟然歎曰 吾與爾也! 四子者出 冬月後. 冬月曰 夫.四子者之言.何如
부자위연탄왈 오여이야! 사자자출 동월후. 동월왈 부.사자자지언.하여
선생님께서 우왕! 하고 감탄하시며, 나는 너(신지)를 허여한다, 하셨다." 네 사람이 나가자 후유츠키가 뒤에 남았었는데 후유츠키가 말하였다. 저 네 사람(카츠라기 미사토, 아카기 리츠코, 아야나미 레이, 이카리 신지)의 말이 어떻습니까?
碇曰 亦各言其志也已矣. 曰夫子何哂.葛城也
정왈 역각언기지야이의. 왈부자하신.갈성야
이카리 겐도 선생님께서 대답하셨다. 또한 각각 자신의 뜻을 말했을 뿐이다. 선생님께서 어째서 카츠라기에게 빙그레 웃으셨습니까?
NERV 운영은 예로써 해야하는데 그녀의 말이 겸손하지 않았다. 절제를 모르고 맥주나 퍼마시므로 웃은 것이다.
○NERV는 国際連合直属非公開組織 特務機関(국제연합직속비공식기관 특무기관)을 이른다.
아카기 리츠코가 말한 것은 과학기술과 행정운영의 일이 아닙니까? 하고 묻자
(이후 소실)
정리하면
카츠라기 미사토 = 자로 "사도가 와도 싸우겠슴돠!"
아카기 리츠코 = 염유 "기술적 문제는 해결해드리죠"
아야나미 레이 = 공서화 "배우겠습니다. 보조 역할을 맡겠습니다."
이카리 신지 = 증석 "친구들과 학교에 가고 싶어! 놀거야!"
참고로 증석曾晳의 일본발음은 소-세키(そうせき)로
夏目漱石 나츠메 소-세키 Natsume Sōseki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