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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미술관에서 외국어 공부하기


수색역에 있는 상암 영상자료원 1층 한국영화박물관의 타이포그래피전에 다녀왔다.

영화의 제목 타이포그래피는 흥미로운 중매쟁이다. 영화와 관객이 처음 만나는 소개팅 주선자면서 정보 전달 적어둔 노트면서 관객이 아직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가장 먼저 피부로 접촉하는 감정의 예고편이다. 이 영화가 느와르일지 로맨스일지 공포일지 서체를 통해 전달된다.

글자는 읽는 대상이면서 그 자체로 감정 이미지다. 화면 위를 미끄러지는 먹이 번져나간 자국, 거칠게 끊긴 획, 급히 휘갈긴 듯한 꺾임의 방향 듬등은 등장인물의 감정과 시공간의 분위기를 관객쪽으로 흘려보낸다. 자간이 비틀리고 획 끝이 갈라진 타이포그래프를 본 관객은 내용을 이해하기 전에 이미 어떤 불안과 열기 속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다.

폰트는 한국 전통 서예와도 이어진다. 반듯한 해서의 안정감은 역사극의 무게와 휴먼드라마의 품위를 만들고, 초서의 흩날리는 필획은 느와르나 멜로드라마의 감정을 증폭시킨다. 중요한 건 글씨의 의미보다 기세로


동아시아 서예에서 붓의 머뭇거림과 질주는 개별 사람의 개성적 기운으로 읽혔다. 영화 제목의 서체 역시 능히 인물의 정념과 영화의 호흡을 미리 드러낸다. 그래서 어떤 영화 제목은 단 몇 글자만으로도 바람 소리나 쇳소리 같은 촉감을 전달한다.

디지털 타이틀 디자인은 전통 서예적 감각을 계승해 글자가 흔들리고, 번지고, 깨지고, 천천히 사라지는 현대적 변주를 만ㄷㅇㄴ다. 고정된 활자와 이미지 사이 어딘가에서 오래된 붓의 기억을 희미하게 끌고 다닌다

정거장에 도착해이만 끝.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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