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번역 출간된 <애플 파괴적 혁신의 시작> 아침 나절 단숨에 읽었다. 흥미롭다. 시중에 있는 여타 짜깁기책과 차별되는 구체성과 깊이감이 있다. 삼분지일은 내가 모르는 인명과 고유명사가 나와 많은 배움이 되었다.
컴퓨터 하드웨어 발달 역사를 중심축으로 삼고 한 기업과 소프트웨어의 역할을 곁들였다. 물성이 먼저고 추상이 나중이라는 점에서 맑스의 유물론과 닮았다. 역사의 발전동력은 물질적 토대에 있고 사회의 경제적 기초가 소프트한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 프로세서, 디스크 드라이브, 소비자 접근성 같은 기술적 혁신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이런 책을 좋아하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대중서로는(그럼에도 <사피엔스>처럼 빡센 독서이기에 제목만 알고 내용은 모르는 자가 많으나) 2015년 스티브 잡스 자서전과 결이 같다.
또, 에이콘출판사, 한빛비즈, 계산기는 어떻게 인공지능이 되었을까?, 찰스 폭스의 컴퓨터 아키텍처
전시로는 제주 노형동에 2013년 개관한 넥슨컴퓨터박물관 2-3층에서 시간을 많이 들여 진지하게 돌아다녔다면 이 책을 좋아할 것 같다.
p379-382에서 공 들여 서술하는, 애플의 초기 성과는 미국의 교육문화가 바탕이 되었다는 7장이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였다.
컴퓨터의 내재적 능력이 경제적 생산성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거의 종교적으로 믿은 미국인들의 기존 교육제도에 대한 불신과, 심플한 외관디자인과 마우스, 열 수 없어 내부를 볼 수 없어 매니아들은 싫어하지만 대중들에게는 안전하다고 간주된 매킨토시는 미래형 컴퓨터라는 이미지를 입으며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함께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1980년 애플의 성과는 미국의 교육적 열망에 편승한 것이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시대적 트렌드를 잘 포착하고, 한 번의 대박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어디에 새순처럼 자고 일어나면 계속 돋아나는 니즈가 있고 거기서 청바지나 브리타처럼 어떻게 B2B적으로 이윤을 만들어낼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