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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미술관에서 외국어 공부하기


국립고궁박물관에 다녀왔다.

미국 포틀랜드미술관의 〈구운몽도 병풍〉과 덴버미술관의 〈백동자도 병풍〉을 복원하고 원소장지로 반출하기 직전 전시해두었다. 오늘까지였다.

1. 사실상 일은 다한 문화재 수리복원가와 연구소가 전면에 부각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지난 리움미술관의 피바디박물관 소장 평안감사 도과급제자 환영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전시관은 강조되었으나 단국대 석주선기념관에서 복원했다는 점은 전면에 드러나지 못했다. 하여 동영상 끄트머리에 있는 엔딩크레딧의 조그마한 글씨를 보고 이 글에서 분명히 밝힌다.

구운몽도 병풍은 고창 문화재 보존에서 한 것이고

백동자도 병풍은 정재 문화재 보존에서 한 것이다.


2. 구운몽도 동영상의 영어자막에 용왕은 dragon king, 선녀는 celestial maiden천상의 하녀라고 쓰여있다. 영어 자막을 읽는 사람과 한국 자막을 읽는 사람은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게 된다. 파친코나 작은 땅의 야수들 같은 영어가 원전인 한국역사문화 소설

역시 한국어 번역본으로 이해한 사람들과 영어 원서로 이해한 독자들은 상이하게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과 같다. 대안은 무엇이냐? 아직은 없다. 그저 외국인과 한국인이 서로 더 많이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밖에 없다.

비슷한 의미로 복원가들이 '장황직물'이라고 쓰는 용어를 영어권 사람들으 장식용 테두리 decorative borders로 이해하고 있는데 무엇이 맞고 틀린게 아니라 언어의 뉘앙스가 서로 다르다. 일견 같은 말인 것 같으나 지시하는 대상은 같아도 문화적 맥락이 다르다. 이 부분은 장기간에 거친 조율이 필요하다. AI시대에 더더욱 필요한 것은 문화적 번역가다.

백동자도 영상에 의미한다를 denote나 impart로 쓰는 것은 다소 곤란하다.


3. 그림이 그려진 병풍은 옛 버전의 그래픽노블이었을 것이다. 귀스타브 도레가 대중화시킨 삽화같은 것이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를 시각적 보조장치를 통해 더욱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다.

문맹률이 높았던 시대에 문자문화는 남성 지배 엘리트계급의 전유물이었고 여성과 피지배계층은 구술문화를 주로 향유했다. 그러나 입에서 입에서 전해지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그림 같은 시각문화는 강력한 툴이다. 유럽의 경우에서도 라틴어로 된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의 트레이닝을 거친 신학생에 한정되었고 대다수의 농민은 성당의 십자가, 성상, 스테인드 글라스화, 12 순교자의 길에서 보이는 도상들과 같은 시각 보조장치를 거쳐 이해했다.

구운몽도 한문버전과 언문버전 등 여러 버전과 복본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구한말에 병풍으로 그려진 구운몽도는 이야기의 얼개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스토리를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4. 결손부를 메우고, 찢어진 부분을 보강하고, 배첩을 새로하고, 틀을 새로 짜서 단단하게 지탱하고, 구운몽도의 본 순서대로 1,3,6,7폭을 재배열하는 모든 시도가 훌륭하다. 인상깊은 점은 두 가지로, 장황직물에 가려져있던 부분을 뜯어내고 그 가려져있던 옷과 얼굴 등의 부분을 보이게 한 다음 테두리를 2.5cm 뒤로 만들어 더 온전하게 그림을 복원하였다는 점. 또 하나는 배첩과 보강과정에 쓰인 1910년대 종묘자료, 1960년대 매일신문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쇼쇼인(정창원) 문서에서 신라촌락문서를 발견한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18-19세기에 네덜란드 등지에 수출된 일본 도자기를 쌌던 종이에서 옛 일본문서를 발견한 것과 비슷한 예 아닐까? 복원가들도 놀랐겠다.

5. 여장, 남장 크로스드레싱은 가부장적 전통문화에서의 일탈

6. 남성1명에 여성8명의 스토리 구조는 생리학적으로 읽을 수 있다.

7.액자형호접지몽

지난 리움미술관 미국피바디소장 평안감사 도과급제자 환영도에 대한 글

https://blog.aladin.co.kr/797104119/16296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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