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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미술관에서 외국어 공부하기

용어 설명을 안한다. 단어의 한자나 영어의 어원이 무엇인지 설명없이 그냥 냅다 던진다

라고 했는데 그 예시를 들어보자

전시, 교과서 등 설명에서 공통으로 발견된다


5/15 한국일보 기사

냉난방공조HVAC라고 갑자기 영어와 한자를 던진다

간단하게 풀어 쓰지도 않고 어의 설명도 베풀지 않는다

물론 어려운 말은 아니다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난방 환기 공기조절의 앞글자를 따서 HVAC다

그러나 영어는 그 말을 한 번 풀로 쓴 후 약자로 쓴다

한자 공조는 공기조절의 약자이고

한중일 같은 한자를 쓰고 비슷한 발음이다

空调 콩티아오 空調 쿠-쵸-

문제는 이 공조의 동의어가 많은데 한자뜻 표기 없이 한글발음만 써놓아서

조선 이호예병형공의 공조인지 공물을 바치다인지 공물로 내는 조세인지 함께 도와주다인지 알 수없다. 냉난방을 보고 추론할 뿐이다

메뉴얼 없이 설명을 각자 도생하라고 맡겨놓고 현장에선

이것도 모르냐고 무시하고 윽박지른다



물론 기사를 읽는 성인이 경제 섹션에서 공조를 모를리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일리가 있다

우리나라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똑똑하고 경제섹션을 읽는 성인의 어휘량은 충분할 것이다

혹은 설명이 없어도 스스로 검색 한 번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학생을 가르쳐보면

당연히 알리라고 생각하는 데 모르는 게 많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당연히 일반인이 이정도 알리라고 생각하는데 초심자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래서 처음부터 찬찬히 알려줘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답답함을 느끼기 십상이다

이것도 몰라? 

그리고 배우는 자는 주눅들기 마련

경제전문가도 과학이나 국제정세는 모를 수 있고

과학자도 음악은 모를 수 있고

음악가도 회화는 모를 수 있다


짚고 싶은 것은 용어를 간단하게라도 짚고 정의를 베풀고 넘어가는 글문화가 부족하다는 점이지

성인 개인의 지능이나 교양수준에 대한 부분은 아니다

누구라도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면 초심자다

초심자는 용어정의가 필요하다

심지어 공사판의 용어 시마이, 공구리치다, 야시바 뜯는다, 같은 말도 일본어에서 온 것인데 그런 것을 하나씩 알려주는게 아니라 경력자 선배들의 대화를 통해 정황상 이해하게 한다. 


장강명 작가가 그랬는데 사회 초년생 때 모르는게 너무 많은데 선배들이 차분하게 하나씩 알려주는게 아니라 윽박질렀다고 그런 것도 모르냐고. 앉혀놓고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지 않았다고.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경제섹션을 매번 전문가들, 성인들만 읽지는 않지 않을까?

이제 막 20살이 된 대학생도 읽기 시작할 것이고

평생 경제에 관심없다가 관심가지기 시작한 50대도 읽기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너무 모든 용어가 낯설고, 글줄기의 맥이 되는 용어 하나라도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면 읽는 자는 무슨 말인지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피상적인 이해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스스로 찾아본다면 더할 나위없지만,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드물다. 


앞서 지적한 일본어와 중국어의 경우는 그 나라 국민 문제가 아니라

언어 자체가 하나의 정의를 제공하고 읽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아예 읽히지 않는다. 일본어에는 음독과 훈독이 다르고 성씨부터 고유명사까지 수준 높은 교양인도 헷갈리는 독음이 있어서 매번 정의를 제공하는 글문화다. 그러다보니 글에 정의로 시작하기에 내용이 기초부터 빌드업이 된다. 중국어는 말할 것도 없다. 모든 중국인이 모든 한자를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한편 이는 한글은 우수성 때문이다. 글자가 정말 과학적이고 우수한 나머지 대충 표기하고 던져놔도 음이 잘 읽혀서 이해했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지적 해상도가 매우 높지는 않은 편. 제대로 이해했는가? 그 뜻을 알고 쓰는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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