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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미술관에서 외국어 공부하기

압구정로데오역 근처

송은

트로마라마: PING INSIDE NOISY GIRAFFE

4월 2일 – 5월 24일 2025 


1. 트로마라마는 1984-85년생 인도네시아인 세 명의 예술집단으로 2006년에 결성되어 

2010년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2016년 한국 11회 광주비엔날레, 2024년 중국 선전 용강대분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열었다.


오늘 송은에서 개인전 시작했다. 5월 2일까지. 좋은데 무료다.




리코더 부는 기계




출근 카드



헬멧 안의 스피커



살짝 삐뚤어짐. 피사의 사탑?



리움 현대미술품 소장품전에도 이렇게 달력을 다른 방법으로 표시한 작품이 있었음



2. 공식 전시설명에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 핑, 컴퓨터, 무한 등을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전시는 아니다.

https://songeun.or.kr/ko/texts/b56871e5-1a9d-4c73-9e61-7c841f47e1fb-ping-inside-noisy-giraffe


발랄하고 유쾌하고 창의적이고 재밌는 작품들이 있다. 


해외판매용 신라면 컵라면 안에 스피커를 달아두었다랄지 하는 설치 작품보다


나는 특히 영상작품이 재밌었다. 


2층의 영상작품 보는 것을 강추한다. 10개 다보려면 40분.


시간없으면 1번-7번이 좋다. 그럼 20분. 


물론 미술관 영상작품은 무한상영되고 있어서 시작시간을 정할 수 없다는 게 흠. 


앉아마자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은 굿.


3. 2층 3번 영상작품 3.1-3.10 10개 약 40분 + 3층 영상 1개 4분 + 나머지 설치작품


그렇게 지하1층까지 다 보는데 1시간 정도 잡고 점심시간이나, 반차내고 와도 좋을 것 같다


3.1 ‹Serigala Militia› 2006 단채널 영상 4분 22초

3.2 ‹ting*› 2008 단채널 영상 2분 47초

3.3 ‹Pilgrimage› 2011 단채널 영상 4분 18초

3.4 ‹Unbelievable Beliefs› 2012 단채널 영상 2분 57초

3.5 ‹Everyone is Everybody› 2012 단채널 영상 3분 35초

3.6 ‹The Lost One›  2013 단채널 영상 4분 36초

3.7 ‹On Progress› 2013 단채널 영상 3분 5초

3.8 ‹Remind Me Later› 2019 단채널 영상, 사운드 4분 59초

3.9 ‹P P P P P P P P› 2022 단채널 영상, 3D 애니메이션, 컬러 4분 31초

3.10 ‹Growing Pillars› 2023 단채널 영상 11분 38초


3층 10번작품 ‹Quandary› 2016 2채널 비디오, 싱크, 사운드 3분 47초


4. 다음은 영상작품에 대한 단상


3.1 ‹Serigala Militia› 2006 단채널 영상 4분 22초


헤비메탈 공연을 목판에 한 장면씩 깎아서 찍은 스톱모션 영화다.


목판의 결에 철제 나이프로 자르는 거친 느낌과 쨍한 금속 사운드가 울리는 헤비메탈이 잘 어울린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새기는 장면을 리와인드해서 나무판으로 끝맺는다. 흥미롭다.



3.2 ‹ting*› 2008 단채널 영상 2분 47초


즐거운 작품이다. 도미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사운드마저 경쾌하다. 틱틱틱



2년전 찰리 푸스가 지미 팔론쇼에 나와서 컵 소리로 즉석 작곡하는 영상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gTmyhRM6k0


숟가락으로 세라믹 머그컵을 때릴 때 나는 그 틱틱띡띡소리와 같다.





3.3 ‹Pilgrimage› 2011 단채널 영상 4분 18초


작품 제목은 순례인데, 회전에 대한 모든 아이디어를 다 쏟아넣었다.


초반에 장난감 공룡이 둥글게 둥글게를 하는데 나중에 뼈가 되어 둥글게 둥글게 한다. 


전시 테마인 무한에 대한 은유인가?


중심축 회전, 꼭짓점 회전, 회전할 수 없는 곳에서 회전, 서가에서 장난감 회전(스탑모션영상이라 좌우 틸팅한 사진 몇 개로 회전하는 착시를 주어서 가능한 장면이지 사실 공간상 회전할 수 없는 곳이다)


회전에 대한 모든 아이디어를 쏟아부었다.


음악도 좋다.


인도네시아 전통 타악기 가믈란의 헵타토닉 즉, C - D♭ - E - F♯ - G - A♭ - B (도 - 레♭ - 미 - 파# - 솔 - 라♭ - 시)를 따라서 이국적 느낌이 든다.



3.4 ‹Unbelievable Beliefs› 2012 단채널 영상 2분 57초


초록색 보자기가 온갖 곳을 날아다닌다


사실 보자기를 던지고 화면에 잡힐 때 찍은 스틸컷임에도 불구하고


알라딘의 마법양탄자처럼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사막도 날아다녀! 와 대단해



3.5 ‹Everyone is Everybody› 2012 단채널 영상 3분 35초



제목을 직역하면 모두는 모두다인데

문법적으로 보면 중복적인 표현이라 개별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개개인은 다르지만 결국 모두 같은 존재라는 뜻일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everyone의 one을 사람이 아니라 사물까지 범위를 넓혀 해석하자면

비인간도 인간이다. 모든 사물은 모든 인간이다. 라는 말도 가능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영상에서 뮤지컬 남녀 혼성 듀엣 음악을 배경으로 노래부르는 입모양 레이어를 물건에 붙여서 말하기 때문에

이 맥락에서는 말하는 물건들이 everyone이기 때문이다.

굳이 백설공주처럼 사물에 눈이 박히고 손이 튀어나오지 않아도 

서랍 속 넥타이나 찬장 속 주류도 입모양을 붙이니 의인화된다.

 오디오 중간의 둥그런 버튼 마저 코가 되고 양쪽 스피커는 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물도 어떤 의미를 지닌 존재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디즈니같은 인간중심적 의인화를 넘어서

개별적인 비인간 존재들도 결국 하나의 집합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3.6 ‹The Lost One›  2013 단채널 영상 4분 36초


일본의 대표적 굿즈(오미야게) 마네키 네코(招き猫)다. 부르는 고양이. 손님을 부르는 고양이라는 의미로 한국의 많은 라멘집에 대부분 구비되어 있다. 


고양이가 여행하는 스탑 모션 영상인데, 제목 "잊어버린 것"을 감안하자면 잊어버린 물건이나 잊어버린 동료 고양이를 찾고 있을 수도 있다.


재밌는 것은 고양이가 나오는 타이밍이 한나아 두우울 셋넷닷이다. O O ooo 이다. 이게 재밌다.




3.7 ‹On Progress› 2013 단채널 영상 3분 5초


아마 그린 스크린 배경으로 그린 옷을 입은 채 신발 부분만 찍어서 계단 화면에 합성한 크로마키 기법일 것이다.


엄청난 아이디어다.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신발의 종류, 이동하는 동선 상하좌우, 취하는 동작, 이동하는 속도과 리듬, 등장하는 타이밍, 발걸음 스타일, 짝짝이 신발,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정말 창의적이다.



3.8 ‹Remind Me Later› 2019 단채널 영상, 사운드 4분 59초


매끈하고 세라믹 질감의 반죽을 사람으로 빚어서 흘렁흘렁 출렁출렁 부유하고 있다.


이 영상도 역시 움직이는 동선, 취하는 동작, 속도, 포지션, 타이밍, 질감, 형태 단 하나도 같은 게 없다.



이 느낌과 가장 비근한 것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추수 작가의 에이미다. 청주 등지에서 봤었다. 


올해 말에 아마 전시를 할 것 같다. 대중적으로 잘 수용되는 작품 테마는 아닐 것 같다. 디지털 세계의 퀴어적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임신해서 배가 불룩하고 삭발한 에이미 캐릭터가 분비물을 흘리고 있는 영상을 즐거이 볼 사람이 많지는 않을테니까. 물론 메시지는 심오하고, 그 철학적 아젠다는 훌륭하다.


https://www.tzusoo.com/ko/aimy-s-melancholy


최근에 국립현대미술관의 LG전자 후원 서울관 전시 첫 작가로 추수를 선정했다는 기사를 봤다.


국립현대미술관, LG전자 후원 서울관 전시 첫 작가로 추수 선정



영상 중간에 어떤 것은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바닐라 아이스 스탠드 더 핸드를 닮았다.




3.9 ‹P P P P P P P P› 2022 단채널 영상, 3D 애니메이션, 컬러 4분 31초


눈알 몬스터가 둠칫둠칫



3.10 ‹Growing Pillars› 2023 단채널 영상 11분 38초


뒤에 배경의 사진들을 다 이해하자면


네덜란드 식민지와 인도네시아의 초국사, 동남아시아 네트워크, 혼종적 상황을 다 이해해야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안가도 그냥 볼 수 있다.


이번 전시 영상 중 이게 제일 길다. 11분.



3층 10번작품 ‹Quandary› 2016 2채널 비디오, 싱크, 사운드 3분 47초


창의적이다.


송은에서 설치 공간도 잘 선정했다. 창문에 비친 스크린 마저 작품의 일부로 느껴진다.


2채널 영상인데 3채널 영상처럼 보인다.


2채널 영상의 윗쪽 스크린에서 물체가 떨어지는데 아래 스크린에서 그 물체가 자동적으로 바닥에 떨어질 것 같은 착시를 재밌게 비틀었다.


위에서 떨어지는 사물과 아래에서 떨어지는 사물이 같지 않고


위에서는 떨어졌는데 아래에서 안 떨어지고


안 떨어졌는데 아래에서는 떨어지기도 하고


계속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으로 떨어지다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2개가 떨어졌는데 소리는 하나만 들리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떨어지다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기도 하고


떨어지려다가 돌아가기도 하고


튕튕 퉁기기가도 하고, 철퍽 떨어지기도 하고


같은 사물이 크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튀기는 강도, 밀도, 속도, 빈도 하나도 정말 하나도 같은 게 없다.


좌측 상단에서 물체가 우측 하단으로 떨어진다는 모든 예측을 배신한다. 창의적 영상의 교과서와 같다.



5. 녹사평역 해방촌 상히읗에서도 4월 9일부터 인도네시아 작가 전시회를 한다.https://sangheeu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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