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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님의 서재
  • 자유로부터의 도피
  • 에리히 프롬
  • 14,400원 (10%800)
  • 2020-09-07
  • : 10,212
나는 서두에 핵심을 밝히는 글을 환영한다.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내 마음을 사전에 알았는지 주제를 처음부터 명료하게 밝히고 시작한다. 그래서 딱딱하지 않게 잘 읽혔다. 비록 일독으로 한 사람의 사상을 완벽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남은 걸 정리해봐야겠다.


먼저 핵심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근대인은 개인을 안전하게 하면서도 속박했던 사회에서 벗어나 ‘소극적 자유’를 찾았지만, 개인의 지적, 감각적, 감정적 잠재력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자유’는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극적 자유- ‘무엇으로부터의 자유’, 적극적 자유-‘무엇을 위한 자유’)

중세 사회의 붕괴로 개인의 독립성과 합리성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고립’과 ‘불안’의 힘도 커져서 이러한 자유가 두렵고, 도피 메커니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래도 세계.사회.자연과 연결되어 있었고 소속되어 있었으며 각자의 신분적 위치에서 경쟁보단 협력하며 생활했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론 규제와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개체화가 되면서 고독과 의심, 무력감 등이 커졌다. 그래서 개인은 이러한 자유가 부담이 되었고, 적극적인 자유를 찾지 못하면 도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도피의 메커니즘은 세 종류로 나온다.
첫째, 권위주의다. 개인은 고독감과 허무감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새로운 유대를 찾는데, 대상에 복종하든가(피학) 대상을 지배하는 방식(가학)이다. 당연히 합리적이지 않은 비도덕적 공생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파괴성이다. 파괴성은 대상과 결합하길 원하는 가학성과 달리 대상을 제거하는 걸 목표로 한다. 대개 개인의 물질적, 감정적 중대한 이해관계에 위협이 되면 불안감이 생기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파괴적 경향이 생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동인형적 순응이다. 이는 자아를 상실하고 외부 세계와 같아 지려는 것이다. 나의 생각, 감정은 나 자신으로부터 생긴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제시된 것, 외부에서 기대하는 바인 가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적즉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것일까?
바로 ‘자발적 활동’을 해야한다. 자발적 활동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희생하지 않게 하면서 고독과 불안의 공포를 극복하게 해준다.
자발적 활동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대상을 소유하거나 지배, 또는 대상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독립된 본래 모습을 긍정적으로 존중하며 결합하는 활동을 말한다.
다음 요소로 ‘생산적인 일’도 있다. 나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바라는 이상에 따라 생산적인 일에 참여한다면 세계와도 연결되면서도 자유롭고 독립된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어려운 과제를 제시한다. 참 중요하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잊고 있고, 답을 피하려는 질문.
바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다.

자기를 이해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것은 인간의 상위 욕구이자, 삶에 진정한 행복과 만족감을 준다. 그렇기에 이런 활동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 반면에, 도피 메커니즘은 주관적으로는 매력적일 수 있으나, 실제 삶에는 해롭다. 즉, 강박적이고 비합리적인 생활의 악순환이 일어나게 한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안에 행복과 안정을 추구하는 욕구가 있다면 적극적인 자유를 추구해야할 당위성은 충분한 것 같다.

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혼자 적극적인 자유를 추구하겠다 발버둥쳐도 사회가 이를 허용하고 실현하도록 토대를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프롬도 사회심리학 측면에서 사회의 경제.정치.문화적 상황과 개개인의 성격 구조 간 상호 영향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사회적 성격은 사회 구조에 동적으로 적응하며, 사회적 조건이 변화하면 사회적 성격도 또 새로운 욕구와 사상을 낳으며 안정이 된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오늘날 이런저런 불확실한 상황으로 고독과 불안을 느끼는 사회가 ‘적극적으로 연대해야한다’는 새 사상에 민감해지면 이를 하나의 사회적 성격으로 자리잡게 하고, 이에 사회적 구조도 변화.적응하며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같다.

잠시, 사회심리학과 관련해서
심리학은 물론, 사회심리학에 대해 아는 게 없는 1인이지만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이 잘 안 될 때 우리는 상황과 환경을 탓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내가 그 환경/상황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작은 날개짓 하나가 다른 사람에겐 큰 환경이 될 수 있단 걸 명심하란 것이다. 개인과 상황의 역동적 관계를 생각해보기 좋은 말이었다.

다시 돌아와 보면, 이 책을 읽으며 왜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는지, 왜 생명을 파괴하려하는지, 왜 생각없이 남들이 하니까~하며 따라하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지 등 그 심리적 이유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옳고 그름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분석적으로 말이다.(요즘 들리는 가슴아픈 뉴스들과도 연결된다..)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히틀러와 나치즘 심리를 분석하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시사점도 던지며 훨씬 풍요롭게 논거를 제시해 재밌었다.

다른 역사적,지리적 상황에 놓인 경우에도 불안과 고독의 심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불안과 고독 같은 심리는 자본주의가 발아하기 전에는 전혀 내재하지 않았을까? 등 다른 궁금한 점도 많지만 이는 나의 불완전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고 일단 넘겨야겠다.

이제 중요한 건 위의 과제를 해결하는 것. 저 질문을 염두에 두고 내 자아를 이해하고 실현하는 활동을 실천해야겠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 내가 그리는 이상은 무엇인지, 남이 바라는 감정, 남이 말한 사상이 아니라 나만의 독창적인 생각과 감정을 살리기 위해 적극성을 추구해야할 것이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로선 어렵겠지만..ㅋㅋ 사랑과 생산적인 일..나도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환경이므로 계속 가치있게 도전해야겠다.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유대할 수 있도록 깨우침을 주는 좋은 책이다!!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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