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후회들,
브로니 웨어,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책읽는수요일)
제목에 이끌려 서평단을 신청했고, 운 좋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브로니 웨어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준 그들에게도.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오늘의 나보다 좀 더 나아진 내가 살아가는 하루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게 내게 가장 문제였지만). 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을 진심으로 돌보는 간병인 브로니 웨어의 이야기로 ‘인생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탱탱볼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5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데 하물며 앞으로의 긴 시간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면서도 불행한 것 같다. 이런 모순적인 마음이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하루하루 사는 건 삶이 아니라 삶에서 멀어져 죽음과 가까워지는 것이다. 늘 쌓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려놓고 비우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섬뜩하게 느껴지면서도 내가 주어진 오늘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가 되면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고, 평화롭고 너무 고통스럽지 않은 삶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인간이라면, 아니 생명의 존재라면 이 순간을 피할 수 없다. 그 모든 과정이 브로니 웨어를 통해, 그녀가 돌본, 그녀가 마주한 수많은 죽음을 통해 잘 드러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죽음의 잔인함과 사람의 어리석음’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하는 ‘가장 후회하는 것’을 보면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의미 없고, ‘지금 이 순간’만이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간병인 브로니 웨어가 돌보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 환자들은 자란 환경, 갖고 있는 조건, 하는 생각 등 모든 게 다르지만 죽음 앞에서 같은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며 시들어가는 그들의 모습과 그들이 남긴 말들은 브로니 웨어가 살면서, 혹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영원히 방향키가 될 것이다. 물론 나의 삶에서도 그들의 말이 반짝-, 빛을 낼 때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브로니 웨어 또한 그렇게 말했고, 그들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많은 배움과 교훈을 얻은 그녀의 삶은 특별하다 못해 삶을 향한 간절함 마저 느껴진다. 죽음을 나와 상관없는 일로 무의식중에 생각했던 것 같다. 삶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었다.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게 삶의 단 한 번뿐인 순간과 시간을 많이 낭비했다. 되돌릴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정말 내려놔야 할 것들은 손톱이 살을 뚫을 정도로 쥐고 놓지 않으면서 쉽게 삶을 포기하려고 했고, 삶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느끼는 불행에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의 충실한 부하가 되어 이리저리 휘둘린 채 나의 온전한 삶이 아닌 내가 아닌 것들에 지배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이들의 이야기와 브로니 웨어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깊은 바다 한가운데에 놓았고, 나는 자꾸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혼자 있다는 외로움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이 있구나.’의 안도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다. 모두가 간절한 삶을 어째서 나는 포기하려 했으며,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쉽게 잊었던 걸까? 삶의 소중함을 모르고, 삶을 잘 살아보자는 의지와 간절함이 부재한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부끄럽다. 신이 내게 인간으로 이 세상에 보낸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요즘 자꾸 혼자서 신을 끌어들이며 삶의 이유를 찾는 중이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삶이 내게는 광활한 우주에 떠도는 먼지보다 못한 취급을 했다는 사실에 나 또한 스스로 실망했다. 삶이 주는 수많은 것을 느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있는 내가 답답함을 넘어 이제는 안쓰럽다. 이 모든 것을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가 아니었다면 깨닫고, 반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간병인으로 지내는 8년 동안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고, 주저앉고 싶은 날들도 많았겠지만 브로니 웨어는 긍정을 말했다. 그녀의 삶을 정말 눈이 멀어버릴 만큼 눈부셨다. 삶보다 죽음에 가까이 살면서 다양한 삶을 만났고 그 안에서 수많은 교훈과 배움을 얻었고, 자신을 위한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며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온 마음을 다했으며 간병인이 아닌 다른 삶을 꿈꾸고 구체화했다. 이런 삶이라면 후회를 찾아볼 수 없는 삶이 아닌가. 이 삶을 살기까지 그녀는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피나는 노력을 반복했을 것이다. 그 누구도 감히 쉽게 그녀의 삶에 대해 말할 수 없을 만큼. 우리는 그 누구의 삶에 대해 쉽게 말하거나 생각할 권리가 없다. 그저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 또한 그녀와 그녀가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은 사실이다. 과거의 상처가 그녀의 발목을 잡고 놓지 않을 때가 있었고, 여전히 그것들이 고개를 불쑥- 들어 그녀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것들에 휘둘리기만 하지 않는다. 그만큼 그녀는 단단해졌고,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알았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다. 그녀가 돌본 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거센 파도를 일으켰지만, 내가 완전히 주저앉아 울었던 부분은 브로니 웨어 삶의 변화였다. 그녀의 삶은 전부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부분 부분 알게 된 그녀의 삶은 알록달록했다. 그 색을 찾아 채운 게 본인이라는 것을 몰랐던 때가 있었고, 채우고 싶은 색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일에 용기 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녀를 모르지만,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나다운 삶,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삶은 태어나면서 당연히 쥐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내 삶인데도 온전히 나로, 내 것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녀처럼 온전한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주어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알고 나서 너무 공감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얼굴이 천천히, 그리고 선명하게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왜 부모님이 떠오른 건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떠오른 부모님의 얼굴은 어린 날의 내가 봤던 모습과는 (당연하다) 달라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다란 울컥함으로 목구멍이 막혔다. 죽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후회가 남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 어쨌든 삶을 채웠던 기쁨과 즐거움의 순간보다 후회되는 것들만 자꾸 떠오른다는 것인데, 정말 인생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육체와 정신이 시들해지고 희미해지면서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후회’가 이어지는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또한 지옥에서 뒹구는 것처럼 괴로울 것이다. 죽음 이후에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죽음이 갖는 무게와 복합적인 감정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죽음의 순간에는 모든 것은 혼자 겪어내야 한다. 후회만 하다가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완전히 주저앉는 모습을 잠깐 떠올렸는데, 괴로웠다. 내가 사는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죽음이 내 곁을 서성이는 날들을 후회만 하다가 아주 고통스럽게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가 몰려들었다. 동시에 삶의 소중함을 느꼈다. 삶과 죽음은 서로 반대편에 있으면서도 가장 가까운 사이다. 떼어낼 수 없는. 인생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나의 죽음 또한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죽는 순간에 후회를 덜 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평화롭게 눈을 감기 위해 이제라도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나를 위한 삶을 위해 말이다.
삶보다 죽음과 가까이 지내는 간병인의 삶을 살아온 브로니 웨어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죽음 앞에서 많은 이들이 고통만 느끼다가 눈을 감았을지 모른다. 그녀가 내 친구였다면, 우리 엄마의 친구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녀를 친구로 둔 이들이 부러웠다. 브로니 웨어 같이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죽는 순간에 후회가 아닌 평화로운 표정을 지으며 편안하게 눈을 감을 것이다. 아마 평화롭게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하는 것은 모두의 바람 아닐까. 모두가 브로니 웨어 같이 삶을 열심히 살고 사랑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온전히 나의 삶을 살기 위해 용기 내어 첫걸음을 딛는다.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다짐을 마음에 꾹꾹- 눌러 새기며.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책읽는수요일’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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