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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
  • 하지현
  • 10,800원 (10%600)
  • 2025-03-14
  • : 1,200

‘불안’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다!

하지현,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창비)(교양100그램)

 



하지현 선생님과는 3년 만에 다시 만났다. 『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창비)가 첫 만남이었다. 그때도 꼭 읽고 싶었고, 읽고 나서 느끼고 배운 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3년 후, 다시 만난 하 선생님의 책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불안’은 일상에서 나와 밀접하다. 불안이라고 쓰고, 나라고 읽는 느낌이랄까. 하 선생님 덕분에 불안에 대한 오해, 불안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안이 생기는 이유 등등 불안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담임선생님께서 학생에 대해 알기 위해 이름과 취미, 가족 환경 등 세세하게 정보를 적어 오라며 종이 하나를 주고 우리는 각자 빈칸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채우는데, 이 책이 꼭 ‘불안’이 자신을 소개하는 그 종이와 닮았다. 또한 불안을 가진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처방전이다.


불안을 없애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불안은 사라질 수 없으며, 우리가 길들일 수 있다는 하 선생님의 간단한 답에 잠깐 생각이 뚝-, 끊겼다. 불안이 사라질 수 없다는 건 너무 잘 알았다. 매일 크고 작은 불안을 경험하는 나로서는 불안의 소멸을 간절히 바랄 뿐, 이루어질 가능성이 단 0.1%도 없다는 사실을 진작에 깨달았다. 불안을 길들일 수 있다는 답이 희망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과제가 덜 끝났는데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겨 짜증이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명쾌한 답은 아닌 것 같다. 불안에 잡아먹힌 채 살고 있는 삶, 이 삶이 익숙해졌기에 불안의 소멸보다 불안을 길들이는 것이 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뭐든 익숙해진다는 건 마냥 좋게 볼 건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말이다. 하 선생님이 꼭 내 생활을 한순간도 빼먹지 않고 보고 나서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생각했을 때 ‘나의 불안을 정말 길들일 수 있겠구나, 불안에 휘둘려서 사는 삶을 끊고 싶다.’라는 용기가 생겼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결국 내가 ‘언젠간 해야 할 일’이었다.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 자꾸 미룬 것이다. 내 안에 독이 퍼지기 직전에 하 선생님과의 두 번째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이루어졌다.


불안은 애초에 사라질 수 없는 감정이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고 알고 있는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약간의 불안은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불안을 없애려고 매일 애썼다. 나름 나를 타일러 보고 강압적으로 몰아붙여 보고, 불안의 늪이 끌어당기는 걸 가만히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안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자극이 되었는지 몸집을 키웠다. 불안은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당연한 감정 중 하나이고, 불안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감정 중 하나인 불안을 느끼는 내 모습을 어떻게든 감추려고 애쓰지만, 종종 불안이 그대로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스스로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불안에게 나의 모든 것을 빼앗긴다. 아니 내가 모든 걸 준다. 불안도 그런 내가 안타까워 보였는지 아주 가끔은 찾아오지 않는다. 매일 찾아오지만 내가 덜 느끼거나 신경 쓰지 못하는 날이 아주 가끔 있는 것이다. 그런 날이면 ‘오늘만 같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를 ‘지금 이 시기’에 만난 건 병이 조금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 지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병원을 가고 약을 처방 받아먹으면 정말 비정상적인 사람인 것 같아서, 약을 영원히 끊지 못할 것 같아서, 안 그래도 우중충한 내 삶에 절대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 남을 것 같아서 계속 부정하며 전문의 도움을 받기를 거부했다.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든 통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제는 무슨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는 이유가 사라진 삶이 되어버렸다. 통제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시작은 우울이었다. 우울과 불안은 함께 찾아온다던 하 선생님의 말을, 일상을 점차 찾아가고 있는 지금 그 말을 나는 직접 경험함으로써 완벽하게 이해했다. 우울한 시기가 1년마다 열리는 페스티벌처럼 찾아오는데, 이번에는 너무 길었고 다른 때와는 무게가 차원이 달랐다. 주변 사람들까지 나를 보고 괴로워했으니 말이다. 결국 전문의를 찾아가 내 상태를 드러내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내가 겪고 있는 불안으로 보아, 이 얇고 작은 책은 ‘하나도 틀린 게 없는 명쾌하고 정확한 답만 모아 놓은 ‘불안의 족집게 과외’’이다. 불안에 대한 나의 오해, 불안을 느끼는 이유, 불안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느끼는 감정 중 하나며 부정적인 것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것,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세 가지 지침 등 아주 쉽게, 짧은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금방 읽을 수 있고, 시험에 나온다고 딱 집어주는 학창 시절 선생님을 떠오를 만큼 불안과 불안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고, 불안과 잘 지내는 방법 등을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어서 내게 필요한 부분만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약을 매일 먹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는 항상 갖고 다니기 좋은 것 같다. 꼭 읽지 않더라도 불안을 느낄 때 꺼내서 덤덤하게 불안에 대해 말하는 하 선생님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불안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짧게 매일.


불안 없는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생애주기에 따라, 아니 매일 크고 작은 수많은 불안이 자꾸 생긴다. 애초에 불안을 없앤다는 불가능한 생각을 하니 힘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또 불안을 없애기 위해 애쓰는 내가 안타깝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불안을 없애야 하는 대상이 아닌 길들여서 내게 긍정의 영향을 주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불안을 불안이라고 느끼지 않을 때 이 책은 내 가방이 아닌 책꽂이 맨 위에 꽂혀 있을 것이다. 약을 도구로 생각하라는 하 선생님의 말처럼 이 책 또한 불안에게서 전혀 자유롭지 않은 이들에게, 불안 때문에 괴로운 이들에게 아주 유용하고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세상은 편리해지는 데 반해 불안은 계속 커진다. 어째서일까? 그 답 또한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불안을 길들이기 시작한 지 1일째 되는 오늘(25.04.11)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튼튼하고 생각보다 잘 안 망가진다.’(힘이 되는 말이다)라는 하 선생님의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끝은 분명히 있는 이 시간에 발을 들인다.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에서 불안의 자리에 ‘행복’이 들어가는 그날까지 불안을 길들이기 위해 부지런히, 종종 쉬면서 집착을 덜어내고 물에 종이배를 띄워 흘려보내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흘려보내야겠다.

 

★ ‘지극히 일상적인 불안에 대처하는 가장 확실한 마음가짐에 대하여’ 처방전 나왔습니다:)

: 정상의 범위를 넓히자(넉넉하게 살자)

: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을 내 존재론적 문제로 일반화하지 말자(가급적 상황이나 맥락적 관점으로 보자)

: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혼자 짧게 매일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잠시라도 쉬자)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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