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아이와 무거운 아이, 우리의 이야기
남기림 그림책,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곰곰)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서로 불완전한 두 아이는 서로에게 괜찮을까? 생각보다 쉽게, 빨리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우리는 짧은 길을 언제나 먼 길로 돌아온다. 여러 갈래의 길을 걷고, 생각지 못한 상황에 놓여 보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등 수많은 선택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한다. 그렇게 쌓인 경험은 나와 네가 ‘우리’가 되는 순간을 더 단단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처음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라는 제목을 머릿속에서 발음하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발음했을 때 ‘무게’가 달랐다. 머릿속으로 발음했을 때는 가벼웠다면 입 밖으로 소리 냈을 때는 무거웠다. 제목에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가벼운’과 ‘무거운’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가벼운과 무거운’ 앞에 붙은 ‘너무’가 그 무게에 더 힘을 싣는다.
너무 가벼운 아이는 하늘에, 너무 무거운 아이는 땅에 있다. 가벼운 아이는 무거운 아이가, 무거운 아이는 가벼운 아이가 부럽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어느 날 가벼운 아이는 겁에 질려 무거운 아이에게 언제나 자신을 잡아줄 거냐고 묻는다. 무거운 아이는 가끔 네가 혼자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말에 놀라고 슬펐던 가벼운 아이는 무거운 아이의 손을 놓는다. 한 번 놓은 손은 더 이상 잡을 수 없었다. 가벼운 아이가 느꼈을 슬픔과 놀라움도 무거운 아이가 한 말의 진심도 다 이해된다. 가벼운 아이는 무거운 아이를 진심으로 믿고 자신을 지켜주길 원하고, 무거운 아이는 분명 가벼운 아이를 위해 한 말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서로의 손을 놓은 채 가벼운 아이는 하늘을, 무거운 아이는 땅을 자유롭게 떠다니고 걸어 다닌다. 근데 둘은 자유를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손을 잡고 있을 때가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가벼운 아이는 떠나가는 것들을 붙잡고 싶었고, 무거운 아이는 하늘로 올라가고 싶어 했다. 가벼운 아이에게는 무거운 아이가, 무거운 아이에게는 가벼운 아이가 필요한 것이다. 둘은 원래 떨어질 수 없는 ‘하나가 될 운명’이니까. 애초부터 하나를 전제하고 존재하는 거니까. 그렇게 떠나간 것들을 붙잡으려는 마음과 하늘로 올라가려는 마음이 닿는 지점에서 가벼운 아이는 팔을 활짝 벌려 무거운 아이를 맞이하고, 둘은 절대 다시 잡을 수 없을 것 같던 손을 마주 잡는다. 잡은 손을 놓고 각자 지낸 시간 동안 가벼운 아이는 하늘을 떠다니면서 떠나간 것들을 보고, 무거운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했다. 둘이 만나서야 가벼운 아이는 떠나간 것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무거운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가 생겼다. 서로를 향해 이어진 길에 여러 장애물이 많았을 뿐이다. 그 장애물을 뛰어넘어 둘은 두 번 다시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손을 마주 잡은 것이다. 얼마나 많은 손들이 놓고 놓쳐지고, 어렵게 마주 잡았을까.
‘가벼운 아이와 무거운 아이’는 나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지금 나의 상태에서는 ‘두 개의 나’이다. 가벼운 아이는 ‘가벼워지고 싶은 나’이고, 무거운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 나’인 것이다. 한동안 우울과 자존감을 1도 찾을 수 없는 바닥에 꼬꾸라진 채로 침체되어 있었다. 햇빛을 보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고 두려웠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니 ‘나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했고, 숨이 붙어 있으니 마음이 수척해진 날들은 계속 이어지고 내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답답해하면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들의 시선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우울의 굴레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 못 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박완서, 『세상에 예쁜 것』(마음산책))라는 말이 맞았다. 내가 쳐놓은 검은 커튼 틈으로 햇살 한 줄기가 들어왔고, 눈이 부셔 얼굴을 찌푸린데 반해, 한 줄기가 너무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커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다리에 일어설 힘이 조금씩 생기더니 ‘그냥 매일 해가 뜨는 것을 보자.’라는 마음으로 일어났다. 그렇게 두 아이가 서로의 손을 다시는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것처럼 되찾을 수 없을 것 같던 일상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보니 살아졌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언제 다시 또 일상을 잃고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저 아래로 가라앉아서 나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지 알 수 없어 두렵지만-내가 누리고 있는 일상을 잃을까봐-신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는 ‘시간’이 해결 못 할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나는 시간의 힘을 믿기로 했다. 나의 가벼운 아이와 무거운 아이는 지금 손을 맞잡은 상태이다. 가끔 손이 떨어질 것 같으면 가벼운 아이가 손을 세게 쥐거나 무거운 아이가 손을 감싸듯 잡는다. 서로 놓지 않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서 아슬아슬하지만, 당분간 서로의 손을 놓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손을 놓거나 놓치더라도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에 둘은 돌고 돌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서로가 있어야 하며 혼자로 하나가 아닌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하고,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그림책 책장을 넘기는 어느 날, 내가 ‘가벼운 아이와 무거운 아이’에 어떤 의미를 담을지 알 수 없지만 그때는 가볍고 흔들리지 않는 나였으면 좋겠다.
◎ 이 그림책은 ‘책 제목 댓글 이벤트 당첨’으로 ‘곰곰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 @곰곰출판사 : 세로 그림책은 처음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세로 방향으로 펼쳐진 둘의 세상이 끝도 없이 위아래로 펼쳐지는 것 같아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그림도, 그림을 타고 제 마음에 살포시 앉은 문장들도 오래오래 떠올릴 것 같아요.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를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는 사실, 저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언제나 우리 곁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주변을 자세히, 오래 들여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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