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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x4의 세계
  • 조우리
  • 12,420원 (10%690)
  • 2025-03-14
  • : 13,075

가로와 세로가 만든 세계는 언제나 빙고!

조우리 장편동화 ․ 노인경 그림, 『4x4의 세계』(창비)(창비좋은어린이책수상)(가제본)


 

『4x4의 세계』와 같은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읽기에 좋은 책이니까.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은 오랜만이라 책장을 덮고 나서 잠깐 멍하니 표지를 바라보았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공을 차야 할 아이들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주사를 맞고 맛없는 건강식 병원 밥을 먹으며,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처음에는 안타깝고, 내가 병원에 있는 것처럼 답답했다. 뒤로 갈수록 가로와 세로 모두 희망 가득한 날을 기대할 수 있는데도 자꾸 울컥했다. 이 울컥함은 분명 좋은 감정이다. 나는 한 번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이 건강하게 자라서 가끔 농담 반으로 ‘병원에 누워서 해주는 밥 먹으면서 좀 쉬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병원이 집이고 학교인 사람들에게는 정말 잔인한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갈호와 미호, 무하마드, 새롬이에게 미안했다. 어리석고 안일한 생각이었다. 어른이 되어도 철없는 건 똑같고,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보고 배우는 게 많다.


갈호는 여섯 살 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주 주저앉다가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 없게 되면서 찾은 병원에서 병명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재활 받는 생활을 한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간다. 부모님은 일을 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병원과 집이 멀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님과 동생이 갈호를 보러 온다. 갈호는 그날을 가장 손꼽아 기다린다. 그날을 기다리는 건 갈호뿐만이 아니다. 부모님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제갈해 할아버지도 그날을 기다린다! 갈호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누고, 할아버지는 그동안 마시지 못했던 막걸리를 친구들과 마음껏 마실 수 있고! 여러모로 갈호 가족에게 특별한 날이다. 그날은 참 짧고, 엄마 품에서 엉엉 우는 갈호와 미안하다며 갈호를 꼭 안아주는 엄마의 모습으로 끝난다. 마음이 쿡쿡, 쑤시다. 원치 않는 병원 생활과 집이 그립고, 학교생활은 어떤지 상상하는 갈호의 마음이 어떨까?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습기가 찬다. 하지만 갈호는 병원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만든 놀이를 통해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예를 들면, 직사각형으로 가득 채워진 병원을 보자. 병실 천장 ‘패널’이 직사각형인데 그것에 색을 채워 그림을 연상하거나 글자를 만든다. 갈호만의 스케치북이다. 천장의 패널을 종이로 이용하는 갈호는 하루빨리 건강해져 학교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고, 학교에서 아주 재밌고 멋진 생활을 할 만큼 놀이를 잘 만들고, 친구들이 많은 건 당연할 것이다. 갈호에게 ‘가능성과 희망’이라는 단어가 희망 고문 같지만 포기할 수 없다. 한 병원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고, 갈호와 갈호 부모님은 가능성을 좇아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재활 유목민.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제갈호, 본인이다. 갈호는 가장 힘들고 불편하지만, 울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자기를 보러 올 수 없는 부모님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봐주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안다. 갈호는 어쩌다 보니 ‘어른아이’가 되었다. 갈호가 처한 상황이 갈호를 어른아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 나이 때만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지금의 갈호에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달처럼 아득한 꿈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을 수 없다.


갈호의 답답한 병원 생활에 ‘변화’가 생긴다. 바로 『클로디아의 비밀』 책으로 포스트잇을 붙여 가며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오랫동안 책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서로에 대해 알아 가면서 서로가 궁금한 둘의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난다. 갈호는 걷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 세로가 실망하거나 친구를 해주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갈호와 새롬이는 포스트잇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갈호는 가로가 되고 새롬이는 세로가 되었다. 가로와 세로는 바늘과 실처럼 언제나 붙어 있다. 가로가 없는 세로, 세로가 없는 가로는 상상할 수 없다. 애초에 갈호와 새롬이는 만날 운명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둘은 분명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병원이 아니어도 분명 만났을 것이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병원 생활에 활기가 돈 것은 ‘가로와 세로가 함께 만든 세계’ 때문이다. 본인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만, 서로를 위한 어여쁜 마음이 둘을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둘이 나눈 대화는 하나같이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언제나 누리고 있는 것이라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쿡쿡, 아팠다. 가로와 세로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어도 이루어질까 말까 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매일이었으니까. 몸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나보다 가로와 세로가 더 ‘살아있다’라는 느낌이 든다. 부끄럽다. 어린 나이에 병원 생활을 오래 하고, 가능성과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상황-놓지 않고-에서 아이들은 살아가고 있다. 다시 살아가는 것. 좌절했던 시간을 지나서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다시 살아가는 것을, 가로와 세로는 해내는 중이다. 희망을 놓지 않고 살면서 세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라는 가로의 모습 앞에서, 퇴원 후 그리웠던 집으로 돌아온 가로는 자기 방에 세로와 나눴던 포스트잇을 벽면에 붙이고 ‘세로와 함께 만든 우리의 세계’에서 잘 살 살아갈 거라고 다짐하는 가로의 모습에서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가로와 세로가 만든 세계가 너무 아름다워서(가로와 세로다워서) 울고 싶어졌다.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무거운 돌덩이를 준 신에게 닿을지 모르지만 원망스럽다(가로와 세로의 이야기에 너무 몰입했다). 여러 번 목구멍을 치는 울컥함을 꾹꾹, 눌렀다. 한 번 터지게 되면 오랫동안 울 것 같아서, 한 번에 쏟아낼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무엇보다 나에게 울 자격이 없다. 가로와 세로의 눈을 제대로 마주칠 수 있을 만큼 내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고 있을 때, 울 것이다. 우는 나를 안아줄 가로와 세로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로와 세로가 서로에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 둘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둘이 만든 단단한 세계가 있기에 흔들리더라도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다. 흔들려도 둘의 세계가, 단단하게 성장하는 마음이 가로와 세로를 붙잡을 것이다. 포스트잇에 적었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야 하니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클로디아의 비밀』을 이은 <가로와 세로의 비밀>을 만들어야 하니까. 가로와 세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란다. 가로와 세로가 만든 세계가 무너지거나 부서질 일이 없겠지만 만약 금이 가고 틈이 보인다면, 나의 세계를 덜어 벌어진 틈이 쉽게 또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막을 것이다. 아름다운 세계가 시들어 가는 것은 괴로운 일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있고,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근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 가로와 세로의 특별한 우정 같은 것 말이다. 둘의 우정이 너무 부럽다. 가로에게 세로가, 세로에게 가로가 있다는 것이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부럽다. 나는 누군가에게 가로일까 세로일까. 아니 가로, 세로가 될 수나 있을까. 직사각형이든 정사각형이든 내가 서 있으면 흔들리지 않게 맞대어 꼭짓점을 ‘함께’ 만들어 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가로와 세로처럼 ‘우리의 세계, 4x4의 세계’를 만들 수 있으니까.


세상 곳곳에 있을 ‘수많은 가로와 세로’에게 다정한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다. 날카롭게 스치는 바람을 막아 줄 튼튼한 품이 많아지길 바란다. 나부터 가로와 세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야겠다. <빙고를 외치지 않는 빙고 게임>을 하고 비가 오고 날이 개면 햇빛을 피하지 못해서, 사람들의 발에 밟혀 죽는 지렁이 위에 흙을 덮고 꽃을 꽂아 무덤을 만들어 주고, 함께 만든 세계에서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해야겠다. 가볍게 읽으려고 펼친 ‘가로와 세로의 세계’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삶이 무엇인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 여전히 10대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마음의 나에게 가로와 세로는 봄날의 햇살처럼 다가와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향해 걸어왔다. 휠체어를 탄 가로와 휠체어를 밀어주는 세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이며, 누구에게나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조우리 작가님과 나처럼 세상에는 가로와 세로에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사람들이 많다. 둘과 친구가 된다면, 어떤 사각형이 돼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희망의 꽃망울이 터지고, 가로답게 세로답게 성장하는 둘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에 나도 모르게 희망의 씨앗을 심고, 햇빛과 물을 주며 정성을 다해 돌보는 중이다.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내 마음에 가로와 세로의 자리를 마련했다. 언제든지 어떤 이유로든 들린다면 나는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두 팔 벌려 가장 환한 미소로 그들을 반길 것이다. 둘이 내게 준 선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가로와 세로가 만나는 날은 하늘도 행복하여 가장 예쁜 무지개와 구름, 햇살을 선물할 것이다. 세로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빌었던 생일 소원과 세로와 함께 빌었던 가로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둘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나의 간절함이 신에게 닿은 후에 말이다.

 


˚₊· ❤ ˚₊·

 


◎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서평단 특별 가제본>으로 제작되었으며, ‘창비’에서 받았습니다:D

 


✍ 조우리 작가님, 정말 고맙습니다. 하루하루 사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제게 ‘가로와 세로의 세계‘는 충격이었습니다. 다정한 위로였고, 당장 내일을 잘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더디지만 그 꿈을 이루는 즐거움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이 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잘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삶을, 저만의 세계를 가꿔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세계가 단단해지면 가로와 세로를 초대하여 밤낮 없이 이야기를 나눌 겁니다. 그때도 가로와 세로를 만나게 해준 작가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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